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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4차전 리뷰 - 4연패 삼성, 수비마저 무너지다

by 푸른가람 2009.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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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만의 야구 관련 포스팅이지만 기분은 그다지 상쾌하지 못하다. 결과만 정리하자면 5월 15일 잠실에서 열린 삼성과 두산의 시즌 4차전은 두산의 5:3 승리로 끝났다. 이로서 삼성은 롯데와의 사직 3연전을 스윕당한 이후 잠실 원정 첫 경기에서도 패하며 시즌 4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반면 두산은 7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SK에 이어 시즌 20승 고지에 오르며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시즌 1승 4패의 에이스 배영수가 팀의 연패를 끊기 위해 분투했지만 역부족을 절감하며 7회 원아웃 상황에서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다. 6.1이닝 동안 7안타 3사사구 5실점(4자책) 을 허용하며 시즌 5패째를 기록했다. 배영수로서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2회말 수비에서는 어이없는 수비수들의 실책이 이어지며 동점을 헌납했다. 1회 수비도중 어깨에 통증을 느낀 유격수 박진만을 대신해 유격수 수비에 나선 김상수가 병살로 연결시킬 수도 있었던 직선타구를 놓친 것을 신호탄으로 1루수 박석민은 런다운 플레이 도중 홈으로 쇄도하는 3루주자를 미처 보지 못해 점수를 헌납했다. 최승환의 타구를 잡던 강봉규가 조명에 공이 들어가며  허무하게 동점을 허용한 것은 불운의 전주곡이었다.

기록된 실책은 하나 뿐이었지만 오늘 경기에서 보여준 야수들의 플레이는 최근 삼성의 팀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김상수는 4회에도 손시헌의 타구를 다이빙캐치로 멋지게 잡아내고도 글러브에서 공을 빼내다 빠뜨리는 바람에 또한번 고개를 떨구어야 했다.

배영수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4회말 수비에서는 1사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김재호와 볼카운트 0-3에서 무리하게 한가운데 직구를 집어넣다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허용했다. 다음 타자 민병헌을 삼진, 오재원을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무심코 던진 실투의 댓가를 톡톡이 치룬 셈이다.

삼성으로선 시즌 4연패의 충격도 크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애시당초 허약한 선발진, 대책없는 무기력한 팀타선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었다. 물론 2명의 외국인 선발투수가 지난해 보다는 나은 활약을 보일 것이라는 것과 지난해 놀라운 활약을 펼쳤던 '빅 쓰리'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에 신인 김상수의 가세 등으로 업그레이드된 타선을 기대했던 삼성팬들의 로또는 지금까진 터져주지 않고 있다.

두가지 치명적 약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이 삼성을 4강에 근접한 전력이라고 평가했던 것은 역시 강력한 불펜과 8개구단 최고의 안정된 수비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던 탓이다. 시즌 초반 오승환이 잠깐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것을 제외한다면 삼성의 4월은 위의 두가지 면에서는 충분히 합격점을 받을만 했다.

WBC의 영웅 정현욱과 권혁, 오승환으로 이어지는 필승 계투조는 역시 난공불락이었고, 8개구단중 제일 적은 실책을 기록한 수비수들의 활약 덕분에 삼성의 지키는 야구는 올해도 근근히 유지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적어도 4월까지는 그랬다. 이토록 처참하게 전력의 모든 부분에서 물이 샐 줄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

악재는 겹친다고 했던가. 삼성의 경우가 그랬다. WBC대회에 맞춰 컨디션을 최고조로 끌어올렸던 정현욱은 초반의 오버 페이스 탓에 5월 들어서 확연한 구위 저하를 드러내고 있고, 오승환은 무려 10세이브를 올리고 있지만, 마무리 투수의 기록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무려 4점대(4.60)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와의 사직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는 올시즌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기도 했다.

외화내빈이다. 권혁(11홀드, 평균자책점 1.47)과 정현욱(9홀드, 평균자책점 2.45)은 홀드 부분 1, 2위에 올라있다. 오승환은 4점대의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두산의 이용찬(8세이브)를 제치고 세이브 부문 선두를 달리고 있다. 수비수들도 마찬가지다. 팀실책 17개로 8개구단중 두산에 이어 두번째로 실책이 적다. 문제는 승부의 고비때마다 터져나오는 기록되지 않은 실책들이다. 특히 수비의 핵 박진만이 빠진 경기에서는 그 빈자리가 유독 커 보인다.

5위로 내려앉은 이후 점점 더 4강권에서 멀어져가는 느낌이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틴다고 하지만 요즘 삼성은 총체적 난조에서 빠져나올만한 힘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정된 선발진에 김상현의 가세로 짜임새를 갖춘 공격력의 가세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는 KIA(3연승)를 잡기엔 역부족이고, 삼성을 보약삼아 4연승 순항중인 롯데에도 밀릴 판이다.

아직 시즌 초반인데 너무 비관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시각도 물론 있다. 2005년 삼성은 시즌 초반 10연패의 악몽을 겪으면서도 결국 그 해 한국시리즈 패권을 차지했던 전력이 있다. 올해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역시 시즌 초반 연패의 수렁에서 헤어나올 것 같지 않던 LG, KIA, 롯데도 지금은 면모를 일신했다.

삼성 역시 반전의 기회를 잡기만 한다면 바닥을 치고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나 역시도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라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러나 비관적인 것은 선동열감독의 삼성호가 지난 5년을 통해 보여줬던 '지키는 야구'의 한계가 너무나도 극명하다는 부분이다. 지켜야 할 점수가 없는 상황에서 지키는 야구는 무의미한 것이다.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수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 한계에 대한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부분이 삼성의 2009년이 더욱 절망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일지도 모르겠다. 단 한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양준혁의 홈런 소식 뿐이다. 이미 마음을 비운 삼성팬들이 늘어가고 있는 가운데 올시즌 그들의 유일한 위안거리인 양준혁의 통산 홈런은 343호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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