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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두산 6차전 리뷰 - 볼넷으로 헌납한 결승점, 삼성 반전의 기회를 놓치다

by 푸른가람 2009. 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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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이 신예 정수빈의 침착한 '눈야구' 덕에 1승을 거저 주웠다. 두산은 5월 1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더블헤더 2차전에서 6회말 정수빈의 동점 희생타와 8회말 밀어내기 타점으로 얻은 1점차 리드를 이용찬이 깔끔하게 마무리하여 올시즌 첫 더블헤더에서 1승씩을 나눠 가졌다.

양팀 선발 김선우와 윤성환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채 모두 초반에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김선우는 3.2이닝 동안 8안타(1홈런 포함) 5실점했고 윤성환 역시 4이닝 7안타(1홈런 포함) 2볼넷 6실점(5자책)으로 실망스런 투구를 보였다. 더블헤더의 부담 탓에 양팀 모두 선발투수가 최소 5, 6이닝은 버텨줘야 할 상황이었지만 더블헤더 1차전부터 타오른 양팀 타자들의 방망이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삼성이 1회초 최형우의 선제 투런홈런(시즌 2호)으로 기세를 올렸지만 두산도 결코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두산은 곧이은 1회말 공격에서 김현수의 1타점 적시타에 이은 최준석의 3점홈런(시즌 8호)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4:2로 뒤집었다. 2회말에도 삼성의 수비실책에 편승해 2점을 추가하며 초반까지만 해도 두산의 손쉬운 승리가 예상됐었다.

그러나 초반 패색이 짙었던 삼성도 반격의 끈을 쉽게 놓치지 않았다. 삼성은 3회초에 1점(손주인의 병살타구때 김상수 득점), 4회초에 2점(우동균의 희생타와 김상수의 적시타)을 만회하며 5:6 턱밑까지 따라붙더니 5회초에는 채태인의 2타점 적시타로 2점을 뽑아내며 기어코 역전을 일구어냈다.

그러나 그기까지였다. 권혁이 더블헤더 1차전에 이미 등판해 많은 투구수를 기록한 탓에 중간에 버텨줄 투수가 마땅찮았다. 정현욱은 2군에 내려가있고, 1차전에 세이브를 올렸던 오승환을 올리기에는 남은 이닝이 너무 많았다. 선동열감독의 선택은 정현욱을 대신해 1군무대를 밟은 권오원 카드밖에 없었다.

6회말 두산은 1사 1,3루 동점기회에서 대타 정수빈을 내세워 동점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중견수 정면의 깊지 않은 플라이 타구라 홈에서 박빙의 승부가 예상되었지만 삼성 중견수 우동균의 송구는 약하기도 했고, 홈플레이트를 어이없이 비껴가고 말았다.

승부의 분수령 8회에서는 권오원이 볼넷을 남발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8회 한 이닝에만 3개의 볼넷을 허용하며 결승점을 헌납했다. 특히, 2사 만루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정수빈에게 정면승부를 피하며 유인구로 승부하다 어이없이 볼넷을 허용한 장면은 두고두고 곱씹어볼 대목이다. 제구력이 흔들리고 있는 권오원에게 무리하게 코너웍을 요구한 포수 현재윤의 투수 리드에도 문제가 있었고, 좌타자 정수빈을 상대로 지승민을 투입하지 않은 코칭스탭의 판단에도 의문이 간다. 좌타자 - 좌완 카드는 선동열감독의 '전가의 보도' 아니었던가.

삼성으로선 정현욱의 빈자리가 아쉽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경기였다. 모처럼 맞은 연승 기회를 삼성의 자랑이던 불펜진이 날려 버렸다. 2군에 내려간 정현욱이 다시 시즌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그도 아니면 정현욱을 대신할 새로운 셋업맨이 나타나주기 전까지 삼성 마운드의 위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가지 위안거리가 있다면 한동안 부진했던 최형우와 채태인이 살아날 조짐을 보여주었다는 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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