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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롯데 4차전 리뷰 - 유혹의 명철신, 선동열을 구하다

by 푸른가람 2009. 5.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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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삼성이 지긋지긋한 4연패의 늪에서 탈출했다. 이번에도 그 중심에는 유혹의 명철신이 우뚝 서 있었다. 신명철은 팀이 2:3으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가던 9회말 2사 2루 상황에서 롯데 마무리 애킨스를 상대로 좌측 담장을 넘기는 끝내기 투런홈런을 터뜨리며 선동열감독을 5월 위기에서 구해냈다. 삼성은 올시즌 롯데전에서 드디어 첫승을 신고했다.

경기 초반은 삼성의 분위기였다. 전통적으로 만만한 상대였던 롯데에 올시즌 단 한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하고 있던 삼성으로선 자존심이 상할 만도 했다. 지난 사직 3연전에서 충격의 스윕을 당한데다 롯데전을 앞두고 4연패에 빠져있던 삼성은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선동열감독으로선 그야말로 배수의 진을 치고 경기에 나선 셈이다.

2회말 롯데 선발 김일엽의 제구 난조를 틈타 손쉽게 밀어내기 득점만으로 2점을 뽑아낸 삼성은 선발 크루세타에 이어 필승계투조를 등판시키며 경기 중반까지 2:0 리드를 무난히 지켜나갔다. 그러나 위기는 8회에 찾아왔다. 크루세타(5이닝) - 권혁(2이닝)에 이어 8회 마운드에 오른 김상수가 롯데의 4번타자 이대호에게 통한의 동점홈런을 허용한 것.

이대호는 중요한 고비에서 자신의 시즌 11호 홈런을 신고하며 모처럼 중심타자다운 활약을 펼쳤지만 정작 주인공은 다른데 있었다. 삼성이 동점상황인 9회초 마무리 투수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리자 롯데 로이스터 감독이 승부수를 던졌다.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대타로 나선 박정준은 볼카운트 2-0에서 오승환이 무심코 던진 높은 변화구를 대구구장 한가운데 담장 너머로 날려 버렸다. 오승환으로선  또한번 롯데에게 매서운 일격을 당한 셈이었다. 박정준의 시즌2호 깜짝 홈런으로 그렇게 승부는 끝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또한번 기적같은 드라마가 9회말에 만들어졌다. 역시 불행의 씨앗은 볼넷에서 시작되었다. 9회초 박정준의 홈런으로 한껏 고무된 애킨스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선두타자 채태인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고 말았다. 애킨스는 후속타자 강봉규와 진갑용을 범타처리하며 한숨 돌렸지만 결국 신명철의 벽을 넘지 못했다.

"한타석 한타석에 인생을 걸고 있다"는 신명철의 방망이는 매섭게 돌아갔다. 볼카운드 1-2에서 애킨스의 몸쪽 공을 잡아당겨 기나긴 경기를 끝맺는 결정적 한방을 터뜨렸다. 순간 대구구장은 마치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도 한 것처럼 뜨겁게 달아올랐다. 4:3 삼성의 드라마틱한 역전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삼성으로선 오늘 경기마저 잃는다면 당장의 5연패가 문제가 아니라 2005년의 10연패 기록을 갱신할 수도 있을만큼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천하의 오승환이 무너진 경기였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가 2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경기 종반에 무너진 상황이었다.

난세의 영웅은 또한번 신명철 몫이었다. 프로 입단후에는 동기생 박한이에 가려서, 올시즌에는 신인 김상수에 가려 자신의 존재가치를 팬들에게 인정받지 못했던 그였지만 2009년 신명철의 변신은 지금까지는 대성공이다. 팬들의 평가는 어찌됐건 꾸준히 자신을 기용해준 선동열감독의 배려에도 110% 보답하고 있는 셈이다. 유혹의 명철신 덕분에 선동열감독은 모처럼 단잠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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