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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08년의 신데렐라 3인방은 어디로 갔을까

by 푸른가람 2009.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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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정규시즌 막바지의 어느 날이었다. 선동열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2008년) 가장 성장한 선수를 꼽으라면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라며 이들 세 선수가 팀의 주축선수가 됐고,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점친 적이 있었다. 현재에 만족하면 그만한 선수밖에 못된다는 뼈있는 충고도 빼놓지 않았다.

선동열감독의 칭찬은 결코 과장된 것이 아니었다. 2008년 시즌 개막을 앞두고 야구 전문가들은 비로소 삼성의 타격이 과거의 명성에 걸맞는 위용을 되찾을 것이라는 예상을 아끼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심정수가 복귀했고, 최고의 용병으로 기대되던 검증된 크루즈가 클린업에 가세했다. 여기에 방망이를 거꾸로 잡아도 3할을 친다는 양준혁도 건재했다. 양준혁은 2007년 시즌 타율 .337에 22홈런 20도루를 기록했었다.

2000년대 초반 이승엽 - 마해영 - 양준혁으로 이어지던 프로야구 사상 최강의 클린업을 넘어설 또하나의 신화창조가 점쳐졌지만, 결과는 너무나 참담했다. 심정수는 부상의 악몽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은퇴를 선언했고, 크루즈 역시 완전치 못한 몸으로 부진을 거듭하며 결국 퇴출당했다. 양준혁마저 생애 세번째로 3할을 달성하지 못했고, 홈런도 처음으로 두자릿수 미만에 머물렀다.

이토록 암담하던 삼성 타선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되어주던 이가 있었으니 그들이 바로 삼성의 '젊은피 3인방'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이었다. 대구고를 졸업하고 2004년 1차지명으로 삼성에 입단한 박석민은 기대와는 달리 별볼일 없는 타격기록만을 남긴 채 상무에 입대했다. 그의 야구인생에 전환점을 맞게 된 상무에서 그는 비로소 야구에 눈을 뜬 것 같았다. 2008년 팀에 복귀한 박석민은 완전히 다른 타자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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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6경기에 출장해 .279의 타율과 14홈런 64타점을 기록하며 일약 팀의 중심타자로 성장했다. 볼넷(61개)에 비해 삼진(84개)이 많고, 수비가 약한 것이 흠이긴 했지만 이마저도 삼성의 전형적인 뻥야구에 어울릴 법한 캐릭터로 인정받을 정도로 팬들의 사랑은 각별했다. 부쩍 성장한 박석민의 2009년은 그야말로 장밋빛이었다. 20홈런에 80타점 이상은 기본이라며 기대치도 높아져만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박석민의 2009년은 현재까진 잿빛이다. 부진과 부상으로 1군과 2군을 오가며 19경기에서 2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타율(.180)을 기록중이다. 출루율도 3할에 미치지 못한다. 홈런 3개 10타점으로는 한껏 눈높이가 높아진 감독과 팬들의 기대를 만족시킬 수 없다.

성적이 좋을때는 박석민의 개그 캐릭터를 좋아하는 팬들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정적이기까지 했던 삼성 덕아웃 분위기에 활기를 불어넣어준다며 반기는 분위기가 대세였지만 불과 1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 팬들의 반응은 180도 달라졌다.

최형우는 셋 중에서는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기대치에 비할 바는 아니다.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삼성에 포수로 입단했던 최형우는 그러나 약한 어깨와 크게 눈에 띄지 않은 타격 재질 때문에 팀에서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박석민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경찰청에 들어가 야구인생에 일대 전환점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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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버렸던 팀에 다시 입단한 특이한 경력의 최형우는 2008년 분노의 방망이질을 멈추지 않았다. 126경기에 출장해 타율 .276에 19홈런 71타점을 기록하며 허약한 삼성 타선의 희망으로 새로 태어났다. 기나긴 2군생활끝에 방출되는 비운의 늦깍이 신인왕 최형우. 2008년은 새로운 신데렐라의 등장을 알리는 서곡에 불과한 듯 보였다.

최형우는 부상으로 느지막히 팀에 복귀했지만 복귀 경기에서 홈런을 터뜨리며 팬들의 기대감을 한껏 고무시켰다. '최쓰이'라는 별명처럼 장타력을 앞세워 심정수의 빈자리를 메워줄 삼성의 4번타자가 되어주리라던 기대는 아직까진 그저 희망사항에 그치고 있다. 18경기에서 타율은 고작 2할 3푼에 불과하다. 타율은 낮아도 결정적인 순간에 한방 터뜨려주던 특유의 클러치 능력에도 의문부호가 쳐지고 있다. 1홈런 8타점은 타 구단 하위타선의 타격기록보다 저조한 성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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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겨울 도박파문으로 야구판을 뒤흔들었던 채태인은 그 후유증을 톡톡히 치루고 있는 것 같다. 5경기 출장 정지에다 계속되는 부진으로 경기 출장기회도 잡기 힘든 상태에서 채태인은 28게임에 출장해 .184의 타율에 3홈런 12타점을 기록중이다. 지난 시즌 불과 68경기에서 10홈런 42타점의 쏠쏠한 활약을 보여준 것에 비하면 올시즌 채태인의 추락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이렇듯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역 3명이 동반 부진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말하는 2년차 징크스? 프로에서 단맛 쓴맛 다 본 그들에게 2년차 징크스를 이야기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아니면 선동열감독이 지난 시즌 말미에 이미 예견했듯 지난해 성적에 만족한 나머지 발전을 위한 노력에 소홀했던 탓일까.

이도저도 아니면 정녕 그들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활약을 지난해에 너무 빨리 모두 보여주고 만 것일까. 그들의 잠재된 포텐셜보다 팬들의 기대치가 너무 높은 것은 아니었는지 의심하기에는 지금껏 보여준 게 아직은 너무 적다. 2008년의 그들의 모습은 이제 모두 잊는 것이 좋겠다. 2008년 성적은 더 높이 오르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 그곳에서 멈춰서 있을 수는 없다. 팬들은 여전히 기다려줄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러나 그 기다림에는 유통기한이 있음을 잊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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