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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추신수 발언 논란, 손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아야

by 푸른가람 2023. 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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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의 발언으로 느닷없이 연초 야구계가 시끄러워졌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추신수는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의 소회, 3월에 펼쳐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대표팀 구성 등에 관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발언의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 대다수 언론이 부정적 뉘앙스로 보도했고, 야구팬들의 논란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추신수는 이번 WBC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 일본 대표팀엔 새 얼굴이 많은데 우리는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이 국가대표팀 터줏대감으로 이름을 올린 것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들이 좋은 선수이긴 하지만 저라면 미래를 봤을 것 같다."며 문동주, 안우진 같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의 경험을 통해 외국으로 나갈 기회를 만드는 것이 한국야구가 할 일이라고 일침을 놓은 것이다.

안우진을 언급한 데 대해 진행자가 한국에서는 민감한 이슈라고 지적하자 추신수는 "한국은 용서가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안우진이 분명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잘못을 뉘우치고 처벌도 받았다는 것이다. 재능 있는 선수가 불합리한 일을 당하고 있으면 선배들이 발벗고 나서야 하는데 아무도 나서질 않는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이번에도 논란의 중심에는 안우진이 있다. 언론에서도 '악마의 재능'이라는 표현을 쓰며 국가대표로 쓰이지 못하는 그의 처지에 대해 안타까워 하곤 한다.

화려했던 메이저리거 경력을 뒤로 하고 지난해 KBO리그에 데뷔해 SSG 랜더스의 통합 우승에 힘을 보탰고, 현역 선수 중 맏형의 위치에 오른 추신수 아니던가. 열악한 국내 프로야구의 인프라를 여러 차례 지적해 눈에 띄는 시설 개선을 이끌었던 공적도 있다. 한국 야구의 미래를 걱정하는 야구계 선배로서 충분히 야구계에 쓴소리를 할 수도 있다. 아니, 오히려 잘못된 관행에 입 다물고 있는 이들이 더 비난받아야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추신수의 이번 발언이 이렇듯 거센 비난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와는 별개로 야구팬들은 "안우진이 철 없던 시절에 잘못을 했지만 이미 죗값을 치뤘는데도 과도한 벌을 받고 있다. 재능이 아깝지 않나. 한국 투수 중에 안우진만한 실력과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없다. 한국야구가 좋은 성적을 올리려면 노장 투수보다는 젊은 안우진을 국가대표로 뽑아야 한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한국야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젊은 선수들이 국제 대회를 통해 경험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안우진의 고등학교 시절 학교 폭력 전과는 이제 잊어도 될까. 그는 과오를 충분히 뉘우치고 사과했으며 피해자들은 그를 용서했을까. 명백히 '제3자'인 추신수가 안우진의 학폭 피해자를 두고 함부로 용서를 논하는 것이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가장 중요한 이 대목이 여전히 확실치가 않다. 야구계의 '뜨거운 감자'로 인식되고 있는 안우진 사태가 하루빨리 해결책을 찾기 위해서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전제조건인 것이다. 만약 이 부분이 소명된다면 추신수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그가 인터뷰에서 지적했던 국가대표팀 구성의 한계 또한 다수의 전문가와 야구팬도 공감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다. 

사건의 본질을 떠나 그의 발언이 이토록 시끄러운 파열음을 내는 데에는 추신수의 과거 행적이나 성향도 한몫 한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우승으로 병역면제 혜택을 받은 이후 국가대표팀 선발에 응하지 않았던 그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부터 꾸전하게 국대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김현수의 대표팀 선발을 지적하는 건 국내 정서상 분명 곱게 들리지는 않을 이야기다. 올림픽 우승에, 메이저리그까지 경험했던 베테랑 김현수, 김광현, 양현종이 뭐가 아쉬워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에 국가대표팀에서 뛰겠는가. 젊은 선수들의 자리를 탐해 앞길을 막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가. 

야구만 잘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과오를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다짐은 이제 통하지 않는다. 재능 있는 선수들의 성공가도를 열어주려는 야구 선배들의 그릇된 인식들이 제대로 시정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잘못된 야구계의 관행은 혁파되지 못할 것이다. 

무엇이 진정 야구계의 바람직한 발전과 성장을 위한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볼 시간이다. 추신수의 발언이 화두(話頭)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볼썽사나운 장면도 벌써 나타나고 있다. 일부 언론과 야구팬들이 추신수의 과거 음주운전 행적을 다시 꺼내 인신 공격을 하는 모습은 본질을 벗어난 추한 행태다. 과도한 비난보다는 진지한 논의의 장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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