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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이젠 김동엽의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

by 푸른가람 2023.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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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언제든 한방을 터뜨려 줄 것 같은 기대가 되는 타자가 한 명 있습니다. 마이너리그이긴 하지만 야구의 본고장인 미국 야구 경험도 있고 KBO리그에 복귀해서도 한 시즌 20홈런 이상을 세 번이나 기록하기도 했었습니다. 키는 186cm, 0.1톤이 넘는 몸무게를 자랑할 정도로 피지컬이 훌륭합니다. 

구단 관계자 입장에서 보자면 배트에 걸리기만 하면 담장을 손쉽게 넘길 수 있는, 힘에 있어서는 외국인 타자에게도 뒤질 것 없는 이 타자에게 당연히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삼성 구단이 2019년에 삼각 트레이드라는 나름의 묘수를 찾아내 이지영을 보내고 김동엽을 데려왔던 건 그 당시의 팀 전력이나 상황을 고려해보면 그리 나쁜 선택은 아니었다고 보여집니다.

대표적인 타자 친화적 구장인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이전하고 이승엽마저 은퇴한 이후 삼성 타선의 고민은 승부처에서 결정적 한 방을 날려줄 만한 거포가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해마다 지적되는 문제였기에 FA나 트레이드를 통해 방법을 모색해 봤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22홈런, 이듬해엔 27홈런을 쏘아올린 김동엽은 장타력을 보완해 줄 수 있는 매력적인 선택지였습니다. 선구안이 나쁘고 정교함이 떨어지는 배드볼히터인데다 외야 수비능력마저 극악(極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었지만 타격기술이야 삼성에 데려와 코칭을 받는다면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고 기대했을 것이고, 주로 지명타자로 기용할 복안이었으니 수비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큰 문제가 되지도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김동엽은 이적 첫 해인 2019년에 타율 .215에 6홈런을 기록하며 그의 야구 인생에서 최악의 한 시즌을 보냅니다. 절치부심한 그는 2020년 시즌 괄목상대할만한 기량 향상을 보이며 팀 타선의 희망으로 다시 발돋움합니다. 115경기에 출전해 타율 .312, 20홈런과 70타점이라는 쏠쏠한 활약을 펼쳐 줍니다. 3할대 중반의 출루율(.360)을 기록했으며 장타율도 5할대(.508)를 뛰어 넘으며 드디어 알을 깨고 대타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안겨 준 한해 였습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습니다. 그의 커리어하이 시즌이었던 2020년은 안타깝게도 플루크(fluke)로 평가절하되고 맙니다. 더 이상의 성장은 커녕 2019년보다 더 형편없는 성적으로 두 시즌을 보냈습니다. 물론 크고 작은 부상도 있었고 더 잘하고 싶다는 의욕이 앞서 심리적으로 무너진 부분도 있었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냉혹한 프로의 세계에서 김동엽은 그 이름값만으로 이미 충분한, 어떻게 보면 과분한 기회를 부여받은 측면이 있습니다. 

언제까지 기대감만으로 30대를 훌쩍 넘긴 만년 기대주에게 기회를 줄 수 있을까요. 삼성라이온즈 신임 박진만 감독은 이미 확실한 입장을 밝힌 바 있습니다. 그는 감독 대행 시절 "김동엽은 쓰지 않겠다"고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던졌습니다. 눈에 띄는 기량의 향상이 없다면 1군 무대에서 김동엽이 설 자리는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혹시나 하는 기대가 있다면 박한이 타격코치의 언급입니다. 그는 김동엽과 이성규의 올 시즌 반등 가능성에 대해 "충분하다"며 일말의 여지를 남겼습니다. 일본 오키나와에 차려지는 스프링캠프에는 삼성 2군도 참여하게 된 것 또한 김동엽으로서는 행운입니다. 박진만 감독이 1, 2군 캠프롤 오가며 기량을 체크할테니 자신의 능력을 검증받을 수 있는 기회는 잡은 셈이니까요.

흔히들 김동엽을 삼성 타선의 아픈 손가락이라고들 합니다. 이미 김동엽에 대한 기대를 버린 팬들도 많습니다. 성장세가 눈에 띄는 젊은 루키들도 많은데 공갈포 이미지의 만년 기대주에게 계속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한가에 대한 의문도 있습니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일 겁니다. 프로 무대에서 성공하기 위해 김동엽이 그동안 흘린 땀방울이 헛되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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