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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압도적인 '끝판대장'의 피날레를 꿈꾼다

by 푸른가람 2023. 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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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과의 지리한 연봉협상 끝에 오승환이 최종 선택한 것은 백지위임이었습니다. 오승환에 대한 야구계의 관심은 대단한 것이어서 많은 언론에서 이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습니다. 대부분은 베테랑 오승환의 책임감, 백의종군 등의 표현을 써 가면서 아름답게 포장하는 분위기였지만 저는 보는 시각이 조금 다릅니다.

몇차례 실무협상 과정에서 이미 구단은 삭감 폭을 제시했을 겁니다. 오승환이 내년 시즌이면 FA가 되는 상황이라 삼성에서도 대폭적인 연봉 삭감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백지위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삼성의 선택은 소폭의 삭감 정도로 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데도 오승환 측이 굳이 백지위임 카드를 꺼냈다는 것은 삼성 구단의 설명과는 달리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져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과 불안감이 들게 합니다.

박진만 감독이 이미 "2023년 삼성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라고 못 박았듯 '끝판대장' 오승환에 대한 삼성 구단과 코칭 스탭의 믿음은 절대적입니다. 삼성 왕조의 명망성쇠에 끼친 그의 영향력을 보면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바다 건너 일본과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활약 또한 팬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는 야구에 있어 부와 명예를 모두 다 누린 선수였습니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 또한 깊은 것이 세상사 법칙입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들 합니다. 그도 인간이기에 나이가 들어가면서 직면하게 되는 전반적인 체력과 기량 저하는 피할 수 없는 운명입니다. 2022년 시즌에 그러한 우려가 현실로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했었구요. 과거 몇차례 부상과 부진 여파를 극복했듯 천하의 오승환이기에 다시 한번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 섞인 기대를 하기도 하지만, 삼성왕조 시절 때의 구위를 되찾아 한 시즌 내내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아쉽지만 우리 모두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직시하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오승환의 기량 저하는 이미 시작되었고 얼마나 더 가속도가 붙으면서 진행될 것인가가 관건입니다. 물론 깜짝 반등할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지금은 오승환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옥석을 가려내야만 하는 시점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동안 오승환이 보여준 팀을 위한 헌신과 위대한 성취를 보면 팬들의 무한한 추앙을  받을만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의 대우와 보상을 충분히 받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개인적인 바람은 2023년 시즌 오승환이 KBO 통산 400세이브와 한미일 통산 500세이브라는 전인미답의 대기록을 달성하고 명예롭게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는 그림입니다. 오승환의 팬이기도 한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오승환의 마지막은 가장 압도적이있던 시절의 모습으로 모두의 아쉬움 속에 박수를 받으며 떠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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