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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국민타자' 이승엽이 이끄는 베어스호(號)의 성적표는 어떨까

by 푸른가람 2023.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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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14일 국내 유수의 언론들은 '국민타자' 이승엽의 두산 베어스 감독 선임 소식을 일제히 전했습니다. 3년간 18억원(계약금 3억, 연봉 5억)이라는 대형계약이었습니다. 삼성 라이온즈의 영원한 레전드로 남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이승엽의 행선지는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는 두산행이었습니다.

두산 구단의 공식 발표에 두산팬들은 놀랐고, 삼성팬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승엽 하면 자연스럽게 파란 유니폼을 떠올렸던 야구팬으로선 두산 점퍼를 입고 기념촬영에 나선 감독 이승엽의 모습이 무척 낯설게 느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팀의 레전드를 뺐겼다는 아쉬움이 지나쳐 그의 선택을 비난하는 삼성팬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습니다. 

국민타자라는 자랑스런 수식어가 어울리는 슈퍼스타로 성장시켜 준 은혜를 저버렸다는 얘기였지요. 그도 그럴 것이 삼성 라이온즈와 이승엽은 따로 떼놓고 이야기할 수 없을 정도로 돈독하고 밀접한 관계입니다. 이승엽의 성장 뒤에는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준 구단의 공이 있었고, 삼성 라이온즈가 명문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던 것 또한 이승엽의 활약이 큰 역할을 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삼성팬들로선 자연스럽게 슈퍼스타 이승엽이 삼성 라이온즈의 차세대 지도자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했을 겁니다. 선수 시절의 명성에 걸맞게 지도자로서도 삼성 구단의 일원으로 성공 신화를 이어갈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구단 수뇌부의 판단은 팬들의 바람과는 시각 차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스타 출신이 지도자로 성공하기 어렵다는 야구계의 속설도 있습니다. 국내 리그에서도 선동열, 이순철, 김기태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사례가 있습니다. 선동열과 김기태 감독은 한때 감독으로서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지만 쓰라린 실패의 기억 또한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이승엽의 지도자 전향을 우려스런 시선으로 바라보는 팬들 또한 많습니다. 화려한 명성이 퇴색될까 두려워하는 마음이겠지요.

이제 관심사는 감독 이승엽의 첫 해 성적표입니다. 두산 베어스 감독 취임 이후 구단에서는 양의지와 FA 계약에 성공함으로써 큰 선물을 안겼습니다. 최근 들어 팀 성적이 하락하며 왕조의 명성에 금이 가긴 했지만 두산 베어스가 보유하고 있는 기본적인 전력 자체가 그리 나쁜 편은 아닙니다. 타격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이승엽 감독이 어떤 지도력을 발휘해 두산 구단과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켤 줄 지 지켜보는 재미가 상당할 것 같습니다.

기대가 큰 만큼 우려의 목소리 또한 있습니다. 우선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는 것이 큰 약점입니다. '최강야구'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감독 역할을 수행했다고는 하지만 프로 구단의 감독 자리는 그 무게가 다릅니다. 차근차근 지도자 경력을 쌓아온 선배들에 비한다면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팀이 이기고 분위기가 좋을 때야 아무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분명 수많은 위기상황에 봉착할 때마다 내외부에서 그를 흔드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시샘과 질투의 시선도 많을 것이구요. 

수면 아래로 잠시 잦아들어 있는 상태지만 학폭 논란이 있는 선수들의 기용 또한 논란거리입니다.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맡았던 이영하는 학교 폭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선수 본인은 관련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소명에 자신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재판 결과를 섣불리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전체 19번으로 두산에 지명을 받은 고려대 투수 김유동 선수 또한 뜨거운 감자입니다. 중학교 시절에 후배를 폭행해 징계를 받았던 명백한 전력이 있는 선수이기에 논란이 더 클 수 밖에 없습니다. '범죄두'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는 두산 구단으로선 야구계 안팎의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팀에 필요한 선수라며 김유동을 품었지만 앞으로 험로가 뻔히 눈에 보입니다.  

흔히들 프로구단 감독 자리를 두고 '독이 든 성배'라고들 합니다. 물론 이 또한 이승엽이 헤치고 나가야 할 몫입니다. 최고의 선수에서 믿음직한 지도자로 연착륙할 수 있을 지, 혹은 허무하게 과거의 명성만 무너뜨린 채 불시착할 지 일단 주사위는 던져졌습니다. 2023년 프로야구를 흥미롭게 지켜볼 만한 볼거리가 하나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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