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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절치부심 구자욱, 양(梁)-이(李)의 명맥을 이어라

by 푸른가람 2022.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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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시즌을 앞둔 삼성 라이온즈의 전력은 의문부호가 붙어 있습니다. 뷰캐넌, 수아레즈, 피랄레라는 걸출한 외국인 선수와의 재계약에는 성공했으나 내부 FA를 잡는 데는 실패했습니다. 7위로 마무리한 2022년 시즌에 비해 눈에 띄는 전력 보강이 없습니다. 두산 베어즈가 신임 이승엽 감독에게 양의지라는 대물 FA를 선물로 안겨준 것에 비해 새로 지휘봉을 잡게 된 박진만 감독은 조금 섭섭함을 느낄 수도 있을 법한 상황입니다.

그렇다고 앓는 소리 하는 스타일이 아닌 박진만 감독으로선 기존 선수단을 활용해 전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는 매직을 보여줘야 합니다. 다소 여유가 있는 포수 자원을  공개적으로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고 불펜투수를 영입하려던 시도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트레이드야 다시 이해타산이 맞는 구단이 나온다면 언제든 급작스럽게 성사가 될 수도 있으니 시간을 두고 탐색해 볼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이미 패가 보여진 상황이라 소득 없이 판을 접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는 않습니다만.

2023년 삼성의 성적표는 구자욱의 활약 여부에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사진출처=스포츠동아]

삼성은 2022년 시즌을 7위로 마무리했습니다. 팀 역사상 전무후무한 13연패의 흑역사만 없었더라도 가을 잔치에 충분히 도전해 볼만 했다고 봅니다. 이미 팀을 떠났지만 전임 허삼영 감독의 경기 운영이 아쉽게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시즌 실패에는 믿었던 백정현의 불운과 부진에도 책임이 있었고, 이 밖에도 다양한 요인들을 지적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구자욱의 기대 밖 성적이 큰 지분을 차지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추락이 너무나 드라마틱해서 더욱 안타깝습니다. 구자욱은 2021년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2년 연속 규정타석 3할 이상을 달성한데다 시즌 최다인 22개의 홈런까지 기록했습니다. 득점왕 타이틀을 거머쥔 그는 생애 첫 골든글러브 수상자에 이름을 올리며 몸값을 올렸습니다. 불과 한 해 전 구단과 지루한 연봉싸움을 벌여야 했던 구자욱으로선 인생 역전을 맛본 셈입니다.

그 결과 FA신분 취득 전임에도 5년간 최대 120억원이라는 다년 계약에 성공하며 프로 선수로서 대성공 신화를 썼습니다. 100역대 계약은 삼성 소속 타자로서는 첫 사례였습니다. 그만큼 구단과 팬들의 기대치는 높아질 수 밖에 없었고, 이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었으니 구자욱이 얼마나 놀랄만한 활약을 펼쳐줄 것인지가 2022년 시즌을 지켜보는 야구팬들의 관심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구자욱의 통산 기록 [출처=스탯티즈]

하지만 결과는 예상 밖이었습니다. 코로나 후유증으로 개막 엔트리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고, 느지막하게 합류한 시즌 출발도 2할대 초반 타율을 기록하며 불안했습니다. 이렇다할 반등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구자욱은 정규시즌 99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하며 3할 달성에 실패했습니다. 홈런 타자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홈런은 겨우 5개, 타점은 38개에 불과했습니다.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낸 구자욱의 부진이 결국 팀 성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었고, 이런저런 비난이 그를 향했습니다.

사실 그 누구보다 선수 본인이 힘들고 안타까웠을 겁니다. 6년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의 맛을 보았던 구자욱이었기에 욕심이 컸겠지요. 어쩌면 과도한 의욕이 화근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거액의 다년 계약 역시 어찌보면 양날의 검입니다. 매년 연봉협상 과정에 에너지를 뺏기지 않고 야구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젊은 나이에 이미 큰 돈을 손에 쥐었으니 선수가 정신적으로 나태해질 수도 있다는 지적 역시 합리적입니다.

어찌됐건 구자욱이 스스로 짊어질 몫이고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선수 자신은 과도한 의욕과 부상이 부진의 원인이었다고 하지만 그마저도 알지 못하는 다른 요인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아직 충분합니다. 더 멀리 보자면, 구자욱의 기량이 만개할 때는 아직 오지 않았을 수도 있구요. 조급함을 버리고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업그레이드될 수 있는 숙성의 시간을 가지길 바래 봅니다. 양준혁과 이승엽의 뒤를 이어 KBO 최고타자의 명맥을 구자욱이 이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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