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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2023년 마무리도 오승환? '포스트 오(吳)'를 준비해야 한다

by 푸른가람 2022.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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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이 많이 남는 2022년 시즌을 뒤로 하고 이제는 다음 시즌을 차근차근 준비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외국인선수 3인방과의 재계약 소식 외에 삼성팬들의 기대감을 끌어올릴 만한 좋은 소식은 별로 들리질 않고 있습니다. FA시장에선 이미 공개적으로 철수 선언을 했고, 김상수, 오선진이라는 두 명의 쏠쏠한 내야자원마저 각각 KT, 한화로 팀을 옮겼습니다.

두 선수의 올시즌 성적, 현재의 기량과 미래 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봤을 때 큰 돈을 투자해 반드시 잡아야 한다고 여겼던 전문가와 팬들은 많지 않았을 겁니다. 물론, 김상수는 조금 다르긴 합니다. 경북고 출신의 삼성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고 '연쇄사인마'라는 별명이 붙을 정돌 팬 서비스에는 진심이었던 선수였습니다. 입단 당시의 기대만큼 성장하진 못했지만 공격과 수비, 주루 플레이 모두에서 팀을 위해 열정적으로 뛰었던 선수라는 사실만큼은 부인하기 어렵겠죠.

그래서 두 번째 FA를 맞는 김상수를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복잡했을 겁니다. 2019년 첫 FA계약에서 3년간 총액 18억원이라는 박한 대우를 받았던 아픈 기억이 있기에 이번만큼은 구단에서 섭섭하지 않은 대우를 해줘서 선수의 마음을 다독여주길 바랬을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삼성 구단과의 협상은 지지부진했고, 결국 김상수는 4년간 총액 29억원의 조건으로 KT행을 선택했습니다. 삼성 구단의 선택은 노쇠화되어가는 베테랑 보다는 김지찬, 이재현, 김영웅 등의 새내기를 육성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으로 보입니다.

구단의 결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장기적인 팀 운영을 봐서는 다분히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직은 경험이 많이 부족한 신인급 선수들의 성장을 도와줄 든든한 베테랑이 내야에 부족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향후 2, 3년 정도 함께 그라운드에서 땀을 흘리면서 경험을 전수해 줄 노련한 선배의 존재가 신인들의 성장에 플러스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KBO리그를 대표하던 명유격수 출신이 신임 감독으로 부임해서인지 구단에선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인 것 같기도 합니다.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짐작해 보건대 삼성 프런트의 관심은 불펜진 보강에 있는 것 같습니다. 강민호, 김태군, 김재성이라는 든든한 1군 포수 3인방에다 이병헌, 김민수 등 신진급들의 성장세도 만만찮아 포수 포지션은 차고 넘칩니다. 그래서 박진만 감독도 이례적으로 포수 트레이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습니다만 조금 경솔한 발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삼성의 포수 전력이 여유가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고, 삼성으로선 이를 활용해 팀의 부족한 전력을 보강하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것 또한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달려졌다고 해도 공개적인 트레이드를 반길 선수는 많지 않습니다. 성사될 때까지는 최대한 비밀을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나, 팀을 위해서도 좋을 겁니다. 지금도 물밑에서는 여러 은밀한 접촉이 계속되고 있겠지만 그 과정이 개운찮은 것도 사실입니다.

박진만 감독은 2023년 시즌 팀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라며 변함 없는 신뢰를 드러냈다. [사진출처=뉴스원]

삼성 구단이 불펜투수에 목을 메는 건 당연합니다. 박진만 감독은 "2023년 시즌 팀의 마무리는 오승환"이라며 이미 못을 박았지만 솔직히 불안합니다. 불혹의 나이를 넘긴 오승환이 전성기 때와 같은 구위를 보여줄 리 만무합니다. 이미 각종 기록과 지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오승환은 2022년 시즌 57경기에 등판해 6승 2패 31세이비 2홀드를 기록했습니다. 평균자책점은 3.32, WHIP는 1.26이었습니다. 44세이브를 기록했던 2021년 시즌의 WHIP(1.16)와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음에도 평균자책점이 '21년(2.03)에 비해  '22년에 3.32까지 높아진 것은 위기 상황에서 실점을 허용한 경우가 크게 늘었기 때문일 겁니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고 했나요. 그의 등장만으로도 9회는 볼 필요도 없었던 끝판대장 오승환이었지만 그도 인간입니다. 눈에 띄는 구위 저하를 노련한 경험으로 보완하는 것도 한계가 있습니다. 팀을 위해 그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선수였고, 그 어떤 마무리 투수보다 완벽했음을 두 눈으로 보아 왔지만 2023년 시즌에도 그에게 마무리 투수 보직을 맡긴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닙니다. 

오승환의 통산 성적[출처=스탯티즈]

코칭스탭도 고민스러을 겁니다. 그렇다면 오승환을 대체할 자원이 있는가? 이 질문에 자신있게 대답하기도 어렵습니다. 올 시즌 가장 많은 홀드를 기록했던 우규민이 있다지만 그 역시 은퇴시기를 고민해야 할 베테랑입니다. 온전히 한 시즌 내내 팀의 뒷문을 믿음직하게 막아줄 수는 없습니다. 이승현(우), 이승현(좌), 이상민, 이재익, 김윤수 등이 있지만 기대보단 성장세가 더딥니다. 이미 묵직한 한방씩을 보여줬던 양창섭, 장필준, 최충연은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습니다. 화려한 보석으로 가공할만한 원석들은 차고 넘칩니다. 본격적인 삼성 왕조의 서막을 알렸던 권오준과 권혁이 그랬던 것처럼, 페난트레이스 5연패의 신화를 쌓았던 왕조시절의 안지만, 정현욱이라는 걸출한 불펜진도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차세대 클로저를 노리는 선수들에겐 오히려 좋은 기회입니다. 스프링 캠프를 통해 눈도장을 찍는 선수에게 기회가 갈 겁니다. 겨우내 흘리는 그들의 땀방울이 결국 성공의 밑천이 되겠지요. 이제 오승환에게도 휴식을 줍시다. 1982년생 오승환. 영웅의 떠나는 뒷모습이 영예롭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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