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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442

백제 무왕의 탄생설화가 전해오는 아름다운 연못 - 부여 궁남지 궁의 남쪽에 있는 연못이란 뜻의 궁남지는 백제 사비 시대의 궁원지로 전해지고 있다. 별궁에 만든 인공 연못이란 얘긴데, 경주에 있는 동궁과 월지와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모양과 형태는 아주 딴판이다. 동궁과 월지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원형을 정확하게 규명할 순 없으니 복원이란 것도 정확할 순 없는 법이니 현재의 모습이 동궁과 월지의 본디 모습이라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에 비해 이곳 궁남지는 수더분한 모습이다. 궁남지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연꽃밭들을 만들어 놓았다. 연꽃이 필 때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줄 것 같다. 버드나무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풍경을 한가로이 즐겨보는 것도 좋다. 그리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쪽 귀퉁이에.. 2022. 2. 20.
쓰레기매립지의 화려한 변신 대구수목원 2002년 5월 개장한 대구수목원에는 무려 1,750종 35만 본의 식물이 전시되고 있단다. 그 누구도 찾지 않던 삭막한 회색도시의 쓰레기 매립장이 수목원으로 탈바꿈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전국에서 첫 번째 시도였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평가되어 요즘은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부지면적은 24만 4,630㎡이며, 약초원, 활엽수원, 침엽수원, 야생초화원, 화목원, 방향식물원, 괴석원, 죽림원 등 총 21개의 주제로 꾸며진 전문수목원이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많은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있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주민들로 항상 붐빈다. 수목원이라기 보다는 잘 정돈된 공원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매주 월요일은 식물과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휴장일이다. 이.. 2022. 2. 19.
달이 내려앉은 낙동강을 바라보다 - 도동서원 담장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도동서원의 강당, 사당과 이에 딸린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담장 가운데 양양 낙산사의 원장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기와처럼 가로로 박아 넣은 것이 암키, 중간중간에 있는 둥그런 기와를 수막새라고 하는데 수막새에는 별이나 꽃 모양이 그려져 있다. 암키와 수막새라는 이름도 참 좋다. 담 하나를 두르는 데도 이처럼 많은 정성을 들였다. 도동서원은 조선시대의 이름난 유학자 김굉필을 배향한 서원이다. 처음 이름은 쌍계서원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탔던 것을 다시 세우고 조정에서 ‘도동(道東)’이란 사액을 받았다. 도동서원은 전학후묘(前學後墓)라고 하는 조선 중기 서원 형태의 전형을 보여주고.. 2022. 2. 19.
가을 단풍의 명소 백양사 쌍계루를 마음에 담다 - 백양사 얘기는 참 많이 들었다. 불타오르듯 붉게 물든 애기단풍의 화려함은 그 무엇과도 비할 바가 아니라고.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백양사. 늘 마음뿐이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이름난 백양사 쌍계루(雙溪樓)를 직접 볼 수 있게 됐다. 단풍축제가 열리기 바로 일주일 전이었다. 조금 이른 단풍을 즐기려는 단풍 행락객들의 발길이 이어졌지만 축제의 절정을 피해 여유롭게 백양사의 멋진 풍경을 만끽할 수 있었다. 듣던 대로 참 좋았다. 사람들의 칭송(稱頌)이 결코 지나친 이야기가 아니었구나 싶었다. 역시 단풍은 내장산이 최고인 게 맞나 보다. 내장산의 단풍잎은 크기가 작고 얇은 데다 고운 것이 특징이다. 모양이 갓난아이의 손바닥 같다 하여 흔히들 ‘애기단풍’이라 부른다. 이곳 백양사는 내장산 국립공원구역에 포함된 전남 장성군.. 2022. 2. 19.
선분홍 꽃구름 아래 떠나간 이를 그리워하노라 - 담양 명옥헌 담양은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매력을 지닌 고을이다. 어렸을 적에는 대나무가 많이 나는 고장이라 배웠고, 나이를 먹어서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 관방제림, 죽녹원 등 훌륭한 볼거리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편의 영화를 통해 소쇄원이라는 아름다운 곳을 알고부터는 담양을 누원(樓園)의 고장이라 부르고 싶어졌다. 무등산 자락에 맞닿아 있는 이 고을에는 참으로 많은 누각과 원림들이 자리 잡고 있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담양의 누각과 원림을 소개하며 ‘자연과 인공의 행복한 조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시가(詩歌) 문학의 중심지답게 수많은 누각, 정자와 원림이 담양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송강 정철의 흔적을 되살펴 볼 수 있는 송강정, 면앙정을 비롯해 소쇄원, 환벽당, 취가정, 식영정까지.. 2022. 2. 19.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하루를 갖고 있는 지 - 담양 소쇄원 누군가에게 꼭 가보라고 자신 있게 추천해 줄 수 있는 곳이 몇이나 될까. 사람마다 보는 눈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보니 내 맘에 들었다고 꼭 그 사람도 좋아하리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좋은 사람, 좋은 곳, 좋은 음식을 소개해 주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고, 그런 이유로 주저하게 되기도 한다. 내게 소쇄원(瀟灑園)은 마음에 두고 늘 그리워하는 장소 가운데 한 곳이다. 영화 한 편 덕분에 소쇄원을 알게 되었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홀로 소쇄원을 찾았던 것이 벌써 오래 전의 일이다. 처음 느꼈던 감흥보다는 조금 옅어졌지만, 그래도 여전히 소쇄원은 마음을 끄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생각하면 절로 마음이 설레고 언제든 시간이 나면 달려가고 싶어지는, 흔치 않은 곳이다. 산책하듯 몇 걸음만 움직이면 푸른 대.. 2022. 2. 19.
어느 좋은 가을날에 걷고 싶은 우암의 길 - 화양구곡 괴산의 가을은 어느새 절정을 지났다. 이제 스러질 날만 남았으되, 가을빛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하늘은 담은 물빛은 푸르고, 홍엽은 지쳐 눈처럼 쏟아져 내린다. 이런 멋진 가을날이면 절로 마음이 설렌다. 어디든 떠나야 하는 바로 그때가 찾아온 것이다. 화양구곡은 조선시대를 관통한 유학자 우암 송시열이 머물렀던 곳이다. 속리산 국립공원의 화양천을 따라 3km에 걸쳐 있다. 우암이 흠모해마지 않았던 주자가 살았던 무이산의 무이구곡을 본땄다고 하니 철저한 사대주의자였던 우암의 면모가 여기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스스로는 천자의 땅에서 태어나지 못했던 것을 얼마나 안타까워했을까. 임진왜란 때 원군을 보내주었던 명나라 신종 만덕제의 은덕을 기리는 만동묘까지 만들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효종과 더불어 북벌정책을 추진했.. 2020. 6. 5.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뤄 걷기 좋은 길, 관방제림 오래된 나무들이 어깨동무하듯 늘어서서 우리를 반겨준다. 바람 좋은 날에 느릿느릿 걷는 것만으로도 잡다한 마음의 상처들이 절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나무의 푸른 빛은 군데군데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원색과 어우러져 더욱 생기가 넘치는 듯 하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 때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었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약 2km에 걸쳐 삼, 사백 년이 넘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산림청에서 뽑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푸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 갈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의 모양과 이름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방 아래 담양천을 따라 난 길에는 연인들과 가족들.. 2020. 5. 13.
가파른 암벽 위에 놓인 섬진강 가의 작은 암자, 사성암 섬진강이 굽이굽이 돌아가는 고을, 구례라는 이름만 들어도 정겹습니다. 고운 모래가 가득한 섬진강은 문학 속에 자주 등장하곤 했습니다. 진안과 장수의 경계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지리산 남부의 협곡을 흘러 내려오다 구례와 하동에서 비로소 큰 강의 면모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젠 이렇게 고운 모래가 흐르는 강을 보기 어려워졌습니다. 누군가를 섬진강을 두고 여인의 속살같이 곱고 부드럽다고 했습니다. 강폭이 그리 넓지 않아 강 건너편을 향해 소리치면 누군가 반갑게 손을 흔들어줄 것 같기도 합니다. 섬진강을 따라 끊어질 듯 이어지는 19번 국도는 우리나라에서 아름답기로 으뜸가는 길입니다. 봄이면 화려한 십리벚꽃길로 변신하고, 가을이면 울긋불긋 단풍의 향연으로 옷을 갈아 입지요. 절로 눈호강을 시켜주는 고마운 길입니다... 2020. 5. 3.
숨겨진 안동의 명소, 체화정에서 여름 꽃놀이를 즐기다 안동 하면 워낙 볼거리가 많은 고장이기에 웬만한 곳은 쉬 지나치기 쉽다. 오늘 소개하려는 체화정 또한 마찬가지다.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도 않았을 뿐더러 주변에 이렇다할 표지판도 없으니 그저 아는 사람만 때를 놓치지 않고 찾는 그런 곳이 되고 말았다. 안동의 '숨은 명소'라 할만 하다. 체화정은 안동시 풍산읍에 자리잡고 있는데 안동 시내에서 하회마을이나 병산서원을 가는 길목에 있다. 하지만 요즘은 하회마을을 갈 때도 새로 난 큰 길로 가기 때문에 더욱 이 곳이 외롭다. 체화정의 규모는 크지 않아 그저 소박하고 아담하다. 이 자그마한 정자는 조선 시대에 아주 우애가 깊었던 이민적, 이민정 형제가 살았던 곳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진사 이민적이 영조3년인 1761년에 지어, 형인 이민정과 함께 살았다고 한.. 2018. 8. 17.
함양 남계서원 - 화사한 배롱나무 꽃과 우람한 소나무의 조화 바람 한점 없는 무더위에 함양 땅을 찾았다. 남계서원을 찾기 위함이었다. 전에도 서원 근처에 들렀다 몇차례나 발길을 돌렸던 적이 있었다. 하필이면 날을 잡은 것이 푹푹 찌는 날이었음은 누굴 탓하랴. 함양은 예로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훌륭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것으로 이름이 났다. 한양 땅에서 남쪽을 바라봤을 때 낙동강 왼쪽에 안동이 있고, 오른쪽에 함양 땅이 자리잡고 있어서 그렇게 불렸다 한다. 퇴계 이황이 안동을 대표하는 학자라면, 함양 땅에는 정여창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다. 그의 호는 일두인데 '한마리 좀'이라는 뜻이다. 스스로를 낮추려는 유학자의 풍모가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안타깝게도 정여창은 조선조치 성리학의 거두였던 김종직의 문하에 있었던 탓에 화를 피하지 못했다. 무오사화때.. 2018. 8. 15.
배롱나무꽃의 붉은 빛으로 더욱 아름다운 병산서원 역시 여름을 빛내주는 것은 배롱나무꽃이다. 온통 녹음이 짙어가는 밋밋한 여름 풍경 속에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빛은 확실히 돋보인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과 온 산하가 울긋불긋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이어주는 고마운 꽃이다. 하루 이틀 몰래 피었다 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명옥헌원림에 배롱나무꽃이 만개했다는 소식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8월 초는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봄꽃 소식은 남도에서부터 전해지건만 배롱나무꽃은 좀 다른가 보다. 우리 지역엔 벌써 한참 전부터 활짝 피었는데 담양은 조금 느린 듯 하다. 기다림이 조금 지겹긴 해도 그 끝에 멋진 절경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배롱나무꽃을 보려 굳이 멀리갈 필요는 없다. 근.. 2013. 7.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