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5월 개장한 대구수목원에는 무려 1,750종 35만 본의 식물이 전시되고 있단다. 그 누구도 찾지 않던 삭막한 회색도시의 쓰레기 매립장이 수목원으로 탈바꿈해 시민의 사랑을 받는 장소로 화려한 변신을 했다.
전국에서 첫 번째 시도였는데 아주 성공적으로 평가되어 요즘은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고 한다. 부지면적은 24만 4,630㎡이며, 약초원, 활엽수원, 침엽수원, 야생초화원, 화목원, 방향식물원, 괴석원, 죽림원 등 총 21개의 주제로 꾸며진 전문수목원이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많은 대구시 달서구 대곡동 있어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나온 주민들로 항상 붐빈다. 수목원이라기 보다는 잘 정돈된 공원같다는 느낌을 받곤 한다.
매주 월요일은 식물과 시설을 관리하기 위한 휴장일이다. 이용시간은 6월부터 8월까지의 하절기에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나머지 기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주차료와 이용료가 무료이기 때문에 연간 120만명이 넘는 관람객이 애용하고 있다. 시민들의 접근성과 이용 편의성에서는 아주 만족할 만한 수준이다.
주차장에서 수목원에 오르는 입구를 제외하면 전체가 평탄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어 누구나 쉽게 둘러볼 수 있다. 다음주면 또한번 꽃샘추위가 찾아온다고 한다. 조금 이른 시기이긴 하지만, 지금도 수목원 온실에선 온갖 화려한 꽃들이 곧 찾아올 봄을 조바심내며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콘크리트로 가득 차 삭막하기만 한 대도시 한복판에 이렇듯 잘 가꿔진 수목원이 있다는 건 대구시민에게 분명 행운이다. 그래서인지 한겨울을 제외하고는 철따라 꽃구경 나온 가족, 친구, 연인들로 늘붐빈다. 수목원의 설립취지가 따로 있기는 하겠지만 그저 바람 쐬며 쉴 수 있는 공원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봄꽃이 한창인 요즘이 수목원을 찾기에는 적기다. 온통 무채색 세상이던 것이 붉고 샛노란 원색의 꽃들이 피어나 다채로움을 더해준다. 땅에서 전해져 오는 봄기운을 머금은 신록은 그 자체로 사람들의 눈을 싱그럽게 해 준다. 꽃과 나무의 이름을 모른다한들 무슨 상관이겠는가. 눈과 마음으로 느껴지는 아름다움을 만끽하면 그만이다.
수목원도 산자락 아래에 자리잡고 있어서인지 시내 보다는 개화 시기가 늦은 편이라 이때만 해도 벚꽃이 한창이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꽃잎이 눈송이처럼 날리는 모습이 환상적이다. 꽃이 지면 이 봄날도 마냥 저물어 버리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낙화의 아름다움은 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이제는 꽃이 지고 무성한 푸른 잎이 돋아난 벚나무들은 세상의 순리를 따라 열매를 맺을 것이다. 가을이면 잎을 떨어뜨리고 매서운 한겨울 추위를 맨몸으로 버티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나무의 숙명이다. 다시 봄이 되면 언제나 그랬듯 화려한 꽃을 피우겠지만 그때의 꽃은 올해 내가 반갑게 만났던 그 꽃들은 분명 아닐 테지. 그게 아니라면 세월은 무상한데 나만 변하는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대구수목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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