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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오래된 나무들이 숲을 이뤄 걷기 좋은 길, 관방제림

by 푸른가람 2020.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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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나무들이 어깨동무하듯 늘어서서 우리를 반겨준다. 바람 좋은 날에 느릿느릿 걷는 것만으로도 잡다한 마음의 상처들이 절로 치유가 되는 기분이다. 나무의 푸른 빛은 군데군데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원색과 어우러져 더욱 생기가 넘치는 듯 하다. 

관방제림은 조선시대 때 영산강 상류인 담양천의 물길을 다스리기 위해 제방을 축조하고 나무를 심었던 것이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숲을 이뤘다. 약 2km에 걸쳐 삼, 사백 년이 넘은 나무들이 어우러져 있는데 산림청에서 뽑은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타기도 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푸조나무, 팽나무, 개서어나무, 곰의말채, 갈참나무 등 다양한 나무들의 모양과 이름을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다.

제방 아래 담양천을 따라 난 길에는 연인들과 가족들이 다정하게 자전거를 타고, 숲길 너머 오래된 창고를 개조한 카페에 앉아 차를 마시는 사람들의 표정들은 한껏 여유로워 보인다. 각박한 세상살이에는 아랑곳없이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드는 곳이다.

흔히 담양을 찾는 사람들은 소쇄원이나 죽녹원을 빼놓지 말고 가보아야 할 곳이라고들 여기지만 담양에는 거기 말고도 좋은 곳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들에 치이고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힐링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이곳 관방제림이 아닐까 싶다.

죽녹원 앞에서 징검다리를 건너면 관방제림에 닿을 수 있다. 담양천은 하폭이 넓지 않고 유량도 많지 않아 아담하고 다정하다. 해지고 어스름하게 어둠이 깔릴 무렵 이 길을 걸어봤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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