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의 남쪽에 있는 연못이란 뜻의 궁남지는 백제 사비 시대의 궁원지로 전해지고 있다. 별궁에 만든 인공 연못이란 얘긴데, 경주에 있는 동궁과 월지와 같은 성격이라고 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모양과 형태는 아주 딴판이다.
동궁과 월지는 인공적으로 조성한 느낌이 상당히 강하다. 원형을 정확하게 규명할 순 없으니 복원이란 것도 정확할 순 없는 법이니 현재의 모습이 동궁과 월지의 본디 모습이라 단언하기도 어렵다.

그에 비해 이곳 궁남지는 수더분한 모습이다. 궁남지 주변으로는 크고 작은 연꽃밭들을 만들어 놓았다. 연꽃이 필 때면 환상적인 풍경을 보여줄 것 같다. 버드나무가 긴 머리를 늘어뜨리고 있는 풍경을 한가로이 즐겨보는 것도 좋다.
그리 크지 않아서 둘러보는 데 그리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쪽 귀퉁이에 정박해 있는 황포돛배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옛날 백제의 귀족들이 이곳에 배를 띄우고 음풍농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궁남지 한가운데에 포룡정이 있다. 고풍스러운 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다. 용을 품은 정자란 뜻의 포룡정 역시 무왕 탄생설화와 연관이 깊다. 법왕의 시녀였던 무왕의 어머니가 이곳에 혼자 살다 용과 정을 통해 아들을 낳았는데, 그가 바로 선화공주와의 로맨스로 유명한 서동이었고, 훗날 백제의 무왕이 되었다. 용은 흔히 왕을 뜻하니 용과 정을 통했다는 말은 법왕의 성은을 입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국을 통일한 이후 우리 민족사의 주류로 자리 잡은 신라와 달리 주변에 머물러야 했던 백제의 역사와 문화가 재조명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곳에서 민족사의 또 다른 축인 백제의 참다운 멋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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