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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배롱나무꽃의 붉은 빛으로 더욱 아름다운 병산서원

by 푸른가람 2013.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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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여름을 빛내주는 것은 배롱나무꽃이다. 온통 녹음이 짙어가는 밋밋한 여름 풍경 속에서 배롱나무꽃의 붉디붉은 빛은 확실히 돋보인다. 화려한 봄꽃의 향연과 온 산하가 울긋불긋 타오르는 가을 단풍을 이어주는 고마운 꽃이다. 하루 이틀 몰래 피었다 지는 것도 아니고 무려 백일 동안이나 피어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해주니 얼마나 대견한가.


명옥헌원림에 배롱나무꽃이 만개했다는 소식만을 목빼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도 8월 초는 지나야 할 것 같다는 예상이다. 봄꽃 소식은 남도에서부터 전해지건만 배롱나무꽃은 좀 다른가 보다. 우리 지역엔 벌써 한참 전부터 활짝 피었는데 담양은 조금 느린 듯 하다. 기다림이 조금 지겹긴 해도 그 끝에 멋진 절경을 보여주리라 기대해 본다.

 

 

 

 

 


배롱나무꽃을 보려 굳이 멀리갈 필요는 없다. 근처에도 분명 좋은 곳들이 많기 때문이다. 병산서원도 그 중 한 곳이다. 낙동강을 따라 난 좁다란 흙길로 병산서원을 찾아가는 길은 언제나 묘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킨다. 가끔은 마주 오는 차를 비켜주어야 하고, 뽀얗게 피어 오르는 먼지가 마땅찮을 때가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옛 모습 그대로의 길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덜컹거리는 비포장 길을 달려 도착한 병산서원은 기대감을 채워주기에 충분하다. 붉게 피어난 배롱나무꽃이 병산서원 구석구석을 환히 비쳐주는 느낌이다. 모든 것이 여전하다. 만대루도 그 자리를 지켜주고 있고,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만대루를 대신해 입교당 마루가 사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

 


안전점검 문제로 만대루에는 여전히 출입금지 안내판이 올려져 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만대루에 오를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깝다. 만대루 넓은 마루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을 바라보며 땀을 식히던 시간들이 그립다. 목조 건축물은 반드시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만 그 생명이 오래 갈 수 있다는데 언제쯤 만대루에 다시 오를 수 있을 지 매번 조바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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