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의 耽溺173 너도 곧 나를 떠나겠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들였던 아이맥은 결국 좋은 주인을 찾아 떠났다. 어차피 결말은 이럴 것임을 이미 알고 있었으니 후회는 없다. 겪어봐야만 수긍할 수 있다는 억척스러운 삶의 어리석은 신조는 아마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지 않을까. 통장에 돈이 한푼 두푼 모이는 재미에 뭐 팔 것이 없나 찾아보다 아이패드 미니가 눈에 띄었다. 딱히 꼭 필요한 물건은 아니나 갖고 있으면 가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존재. 그런데 이건 데이터쉐어링 유심까지 발급받은 상태라 해지하고 뭐 하고 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일단 킵해 두었다. 지금 당장 구미를 당기는 급한 수요가 있는 것도 아니니 계륵 역할로 잠시 더 내곁에 머물러도 좋겠다. 태블릿이며 노트북이며 여러가지를 놓고 생각해 보니 그 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높은 .. 2023. 1. 19. 변하지 않아서 고마운 것들 봉화를 거쳐 울진까지 모처럼 1박 2일의 출장을 다녀왔다. 반가운 사람들과의 밥 한끼, 차 한잔 나누는 것도 즐거웠고, 언제 보아도 가슴 설레는 풍경들을 마음에 담고 돌아왔다. 근 15년만에 다시 찾은 덕구온천 근처의 순두부집 그 오랜 세월이 흘렀어도 변하지 않은 맛때문에 감격했다. 구산리에서 사십여분을 운전해 온 수고가 전혀 아깝지 않은 바로 그 맛. 언제고 다시 오리라는 약속을 했지만 다음 번이 언제가 될 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당장 다음달이 될 수도 있고, 또 한 십여 년이 또 흘러야 할 지도.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맛 그대로 잘 머물러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2023. 1. 18. 그곳에 우리가 있다 - 머리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며 금과옥조(金科玉條)처럼 여기는 글귀입니다. 피사체에 불과했던 풍경들이 어느새 오래 마음에 남는 사랑스러운 존재가 되었습니다. 마음속으로 늘 그리워하고, 떠올리면 절로 마음이 설레는 곳들입니다. 어느 때고 다시 찾아도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는 매력으로 반갑게 맞아주겠지요. 좋은 곳들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 오래전 나를 일깨웠던 날카로운 카메라 셔터음처럼 모자란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봄비처럼 스며들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함께 풍경을 거닐면서 그대 마음의 생채기들이 아물기를, 사막처럼 황량한 마음에 푸른 나무숲이 생겨나기를 빌어 봅니다. 우리의 여행은 떠나는 .. 2023. 1. 1. 중년의 독서 - 책머리 지방의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넓은 들 한복판에 띄엄띄엄 농가들이 점點처럼 박혀 있어 독가촌獨家村이라 불렀다. 또래 아이들도 많았고, 산으로 들로 냇가로 뛰어다니면 ‘놀 거리’가 지천으로 늘렸었다. 국민학교에 들어갈 무렵에야 집에 전기가 들어왔다. 호롱불 아래 저녁을 먹던 기억이며, 바느질 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부모님께서는 벼농사에 밭일, 특용작물까지 바쁜 농사일로 눈코 뜰 새 없으셨다. 학교에 가거나 시내에 있는 큰집에 가서야 책 구경을 할 수 있었다. 큰집에 갈 때면 책꽂이에 가득 찬 책들을 읽는 재미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서른 중․후반부터 책에 탐닉耽溺하기 시작했다. 그 무렵을 인생의 중년中年이라 부른다. 남자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이라 부르는데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묵묵히.. 2023. 1. 1. 한국의 산사 기행 - 책머리 오래된 절을 좋아합니다. 신심 깊은 불자도 아니요, 불교에 조예(造詣)가 깊지도 않지요. 교류하는 스님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닙니다. 애초에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것이 아니기에 왜 절을 찾아다니는 지 선뜻 답하기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 많은 절을 다녔습니다. 조계종 본사와 같은 큰 절에서부터 깊은 산골에 은거하고 있는 암자까지 수백 여 곳이 넘습니다. 사진을 취미로 하면서부터, 오래된 목조건축물의 아름다움에 매료되면서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한 느낌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곳에 들어서면 번잡한 속세의 일상을 금세 잊어버릴 수 있고, 수많은 욕심과 집착에 사로잡혀 있던 나를.. 2023. 1. 1. 혼자라도, 함께라서 좋은 - 프롤로그 다시 책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몇 해 전 첫 책이 나왔을 때의 기쁨과 설렘도 잠시, 이후의 부담감과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이 무모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책 한권 내고 싶다’는 오래되고 지치지 않는 꿈 때문이다. 진정 좋은 것은 질리지 않는다. 어느 때고 다시 찾아도 친근함으로, 혹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는 매력으로 우릴 맞아준다. 혼자라도 좋고,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들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과 사진들을 쓰고 찍었다. 욕심을 버리려 애썼지만 차고 넘친다. 소망했던 눈높이에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조용히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작은 서점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여가다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괜찮다. 혹시나 어느.. 2023. 1. 1. 풍경을 그리다 머리말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 유홍준 교수님이 쓴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란 책을 통해 접하게 된 말이다. 이 짧은 글귀가 마치 정수리를 꿰뚫고 지나는 것처럼 선명한 울림으로 다가왔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사진이란 걸 취미로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남들이 좋다고 하는 곳들을 여러 곳 다녀보게 된다. 어떤 곳은 “역시 좋구나. 먼 길을 마다않고 오길 잘했다.”며 만족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괜찮은 여행지를 추천해 달라는 부탁에 주저하다 몇 군데를 일러주고 나면 괜스레 조바심이 나기도 한다. 때가 다르고, 빛과 바람과 하늘이 다르고, 또 함께 한 사람이 다를테니 같은 장소에 있다고 해서 같은 마음일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2023. 1. 1. 사이토 유키는 1990년 그 자체다 가끔 사이토 유키의 노래를 들어보곤 한다. 학력고사를 코앞에 둔 고3 시절에 사귄 친구 덕분에 80년대 일본의 최고 아이돌 중 한명인 그녀를 알게 됐고, 수시로 보내준 테이프를 통해 여러 곡들을 들어보게 됐다. 당시에는 금기시되었던 일본 문화를 우연찮게 접하게 된 것이었는데, 그때의 문화적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하긴 그 무렵이 경제는 물론, 문화적인 면에 있어서도 일본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사카이 노리코, 구토 시즈카, 나카야마 미호 등등.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여자 아이돌이 많았으나 유독 사이토 유키에게 끌렸었다. 세라복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청순한 느낌의 여가수였으니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군대 다녀 오고, 직장에 들어 와 결혼해서 애 낳고 살면서 까맣게.. 2022. 12. 9. 또 한번 지름신이.. 정말이지 한동안은 카메라엔 관심 1도 두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는데 이게 또 있다가 없으니 아쉬울 때가 많다. 날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니 가볍게 들고 다닐만한 미러리스 카메라에 눈길이 가기도 하는데 얼마전에 캐논에서 나온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 eos rp 이건 꽤 매력적이다. 2022. 1. 16. 대구 근교 당일 차크닉 명소 대구 근교로 가볍게 나들이 다녀올 만한 좋은 곳이 있어 소개해 드립니다. 바람은 좀 쌀쌀했지만 날씨는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했습니다. 주변 풍경도 아주 훌륭해서 제대로 힐링하고 왔네요. 김밥과 간단한 먹거리만 챙겨서 가볍게 다녀올 수 있어 참 좋습니다. 루프탑 올리기 참 잘했단 생각이 듭니다.가을이 점점 깊어 가네요. 떠나가는 가을이 아쉬워 지는 요즘입니다. 2020. 11. 7. 스토리지웍스 하드탑텐트 우여곡절 끝에 자동차 지붕 위에 하드탑텐트 올렸습니다. 여러 메이커 중에 가성비가 가장 뛰어나다고 판단된 스토리지웍스 하드탑텐트 확장형 2100이고, 4인용 사이즈입니다. 차량 색상과 맞추려다 보니 케이스는 흰색으로 했는데, 블랙이 좀 더 세련된 느낌입니다. 차를 바꾸어야 할까요.설치하는 과정에서 한번 펴보긴 했는데 본격적인 피칭은 아니다 보니 오늘은 대략 느낌만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내부 사이즈가 꽤 넉넉해서 4인용으로 선택하길 잘 했단 생각이 드네요. 빨리 달려도 큰 문제는 없다고는 하지만 자연스럽게 고속도로에서는 시속 100km 정도로 안전주행하게 되네요. 설치 후 높이는 2.15m 정도 나와서 다행스럽게도 저희 아파트 지하주차장 이용은 무난합니다.설치는 아주 간단한 데 비해, 해체하는 과정에서.. 2020. 10. 16.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부크크에서 만든 책, 그곳에 우리가 있다 과거에 비해 책 만들기가 참 쉬워졌습니다. 물론 지금도 출판사와의 정식 출판계약을 거쳐 책을 내는 과정은 비용도 많이 들고 시일도 꽤 많이 소요되긴 합니다만 이 모든 과정을 간단명료하게 작업해 주는 사이트들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오늘 소개해 드리는 '부크크'라는 곳은 무료로 자신의 글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아주 유용한 곳이라 책 만들기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관심을 가지고 한번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전에 정식출판계약을 통해 네 권의 책을 출간한 경험이 있습니다만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작업이라 부담이 많이 되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부크크를 알게 되고부터는 부크크에서 제공해주는 양식을 활용해서 간단한 편집작업을 마치고 출판시스템을 활용해 몇 권의 책을 새로 냈습니다. .. 2020. 4. 28. 이전 1 2 3 4 5 6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