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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耽溺173

다음은 책의 시대가 와도 괜찮겠다 이럴 줄 알았다. 새해가 되었다고 호들갑을 떠는 사이 계절은 입춘, 우수를 지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을 향해 달리고 있다. 어느새 봄이 저만치 다가왔다는 사실은 기쁘지만 또나 이렇게 무심하게 나이를 먹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2023년의 벽두에서 결심한 몇가지가 있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새해 포부들 중에서 날마다 각오를 되새기며 노력하는 것도 있으니 스스로에게 고마운 일이다. 날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겠다는 것만큼은 지치지 않고 지켜나가고 싶다. 당분간 술 끊겠다는 다짐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니까. 오후엔 2주 전에 빌렸던 책을 반납하러 동네 도서관에 들러야 한다. 도서관보단 서점에 가는 걸 좋아한다. 수많은 책더미 속에서 눈길이 가는 책을 골라 한참을 머무르며 구경하는 재미는 세.. 2023. 2. 19.
겨우 보름이 흘렀을 뿐이라니 야심차게 새해 목표 중 하나를 금주로 삼고 실천중이다. 꽤나 오랫동안 알콜의 유혹을 잘 버텨내고 있다며 스스로를 뿌둣해하며 칭찬하곤 한다. 그런데 술 끊은 지 한달 정도는 지난 거 같았는데 달력을 보니 겨우 보름 정도가 지났을 뿐이다. 충격~ 설 연휴에 음복한 것이 마지막이었고 그제가 보름이었으니. 똑같이 흐르는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어떨 때는 한없이 더디가는 듯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시간이 화살같기도 하다. 몸이 좋아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니 당분간은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보는 수 밖에. 그렇게 맛없던 무알콜 맥주도 먹다 보니 슬슬 적응이 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왕이면 논알콜(알콜 1% 미만)이 아닌 완전 무알콜로~ 2023. 2. 7.
내 편이 아니면 적? 하루가 멀다 하고 충격적인 사건, 사고 소식이 끊이질 않는다. 천륜을 저버런 범죄도 숱하게 뉴스를 장식하고, 세상은 늘 내 편 네 편으로 나뉘어 싸움판을 벌인다. 뉴스를 보다가 티비를 꺼버리거나 채널을 돌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작 두려운 것은 극단으로 치닫는 사람들의 마음이다. 패거리를 지어 진영을 가른 채 몰상식의 세상으로 치닫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고민하기 보다는 누가 내 편이고 적인가의 가늠이 먼저이고 그것에 따라 옮고 그름의 판단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 무섭지 않은가. 내 편이 아니면 무조건적인 비난과 혐오를 드러낸다. 특히나 정치판이 혐오와 배제를 격화시킨다. 포용과 화합은 물 건너 간지 이미 오래고 정치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극도의 적개감까지 드러내며 자신의 정치적 이익에만 몰.. 2023. 2. 6.
무알콜 맥주와 함께 즐기는 울진의 밤 피부에 이상이 생긴 건 이미 5년이 지났다. 처음엔 이름난 피부과며, 용하다는 한의원까지, 좋다는 곳들을 찾아 나름 열심히 다녀봤지만 이런저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경과가 없다 보니 결국은 손을 놓게 됐다. 모든 병은 급성일 때 제대로 된 치료를 해야 하는 법. 만성이 되면 환자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병과 한 몸이 되어 그저 잘 적응하며 더 나빠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 흐르는 시간만큼 노화와 더불어 상태는 더욱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설명절 때 만난 식구들이 한마디씩 했다. 뭐라도 해봐야 안되겠냐는 간곡한 마음은 나 또한 마찬가지인지라 고심 끝에 온천에 왔다. 대구 근처에도 온천은 많지만 다녀본 곳 중에 물이 좋기로는 여기 덕구온천만한 곳이 없었다. 그렇게 세시간을 달려 따뜻한 온천물에 몸을 담궜.. 2023. 2. 3.
사진을 찍는 즐거움 보통은 검색 유입의 대부분은 네이버를 통해 들어오는 것이었는데 오늘따라 갑작스레 다음을 통해 유입량이 늘어난다 싶었더니 아니나 다를까 티스토리에 올린 글이 다음 메인에 노출된 것이었다. 영주 부석사에 관한 글이었는데 역시 무량수전을 찍은 사진이 눈에 띄었나 보다. 겨우내 움츠렀던 산의 나무와 풀들이 다시 소생하는 신록의 태백산을 배경으로 그렇게 오랜 세월을 말없이 자리하고 있는 건물의 묵직함이라니. 이런 것이 사진을 찍는 즐거움이 아닌가 싶다. 세월이 흘러도 카메라 셔터를 눌렀을 때의 느낌이 한 장의 사진을 통해 다시금 생생하게 살아나는 마법같은 순간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23. 2. 1.
나이 오십에 논어를 다시 읽다 오랜만에 종이책 한 권을 구입했다. '오십에 읽는 논어'를 읽는 중이다. 굽이치는 인생을 다잡아주는 공자의 말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인생은 어느 시점에서 보더라도 굽이치고 있는 건 맞다. 공자는 나이 오십에 이르러 하늘의 뜻을 알았노라고 했다. 그래서 오십을 지천명(知天命)이라 하지 않던가. 그런데 요즘은 어디 그런가. 나이 오십은 여전히 한창 때다. 나이 들어서도 여전히 질풍노도의 삶을 사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수천 년 전 고전을 지금에 와 읽는 것이 효용가치가 있을까 의구심이 들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인류 보편의 진리는 시대를 떠나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일 수 있게 하는 보편적인 이성과 감정들은 공자가 살았던 중국의 춘추시대나 21세기 대한민국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 미니멀.. 2023. 1. 31.
작심삼일 열번만 하면 뭔가 거창한 목표를 세워 단기간에 달성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오랫동안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한다는 것이 아닐까. 그것은 습관처럼 몸에 배거나 심리적 강박으로 작용해 이것을 이루지 않고는 다음은 없다라는 마음을 먹어야만 가능할 것 같은데. 8.3퍼센트 정도의 시간을 소비한 시점에서 한달 간 쉼없이 꾸준하게 지켜왔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새해를 앞두고 결심했던 여러 가지 가운데 이미 작심삼일이 되어 흐지부지된 것도 있고, 그래도 무너지지 않고 나름 선방한 것도 있지만 결코 만족스럽지는 못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들 하는데, 내게 중요한 것은 지치지 않는 몸과 마음이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음주의 유혹을 잘 버텨내고 있는데 과연 좋아진 건 무엇일까 하는 의문도 든다. 몸이 좋.. 2023. 1. 30.
자본주의의 노예로 산다는 것 블로그에 구글 애드센스를 연동시켜 두었었다. 포스팅한 글에 치렁치렁 광고가 매달리는게 보기 싫어서 본문의 상단과 하단에만 뜨도록 설정을 해두었었는데 최근에 블로그 활동을 열심히 한 덕분인지 몇 달 전에 비해 눈에 띌만한 수익의 변화가 포착되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기준에 의해 수익금이 산정된다고 설명은 되어 있지만 요즘은 하루에 고작 많아봐야 2,3백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도 한, 두달 전과 비교해 무슨 변화가 있다는 건 지 잘 이해가 되진 않는다. 큰 기대 없이 시작한 애드센스였지만 의외로 쏠쏠한 수익활동으로 이어질 수도 있겠다는 섣부른 기대가 생겨 오늘 아침에는 테스트 삼아 전체 자동광고까지 설정을 해두었다. 이렇게 우리 모두는 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가는구나 싶다. 역시나 보기 싫었다. 본문은 물론 블.. 2023. 1. 28.
좋은 일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연휴가 길수록 출근길이 힘든 건 불변의 진리다. 닷새만의 출근길 풍경이 조금은 생경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이 과정을 무한반복해야 할런지 그 끝이 쉬 짐작되질 않는다. 일을 하기 싫은 게 아니라 의미없는 노동을 하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도대체 이걸 무엇 때문에 해야 하나? 이런 의문을 품고 하는 일의 끝에 얼마나 큰 성취가 있을 지 의문이다. 좋은 일은 사람을 성장시킨다. 완벽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 노력의 결과가 비록 만족스럽지 못하게 끝났다 하더라도 실패의 과정에서도 분명 우리는 중요한 무언가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슴을 뛰게 하는 일. 밥먹고 잠자는 것도 잊어버리고 몰입할 수 있는 일. 마침내 끝냈을 때 뿌듯함으로 행복해질 수 있는 일. 정녕 그런 일을 만나는 .. 2023. 1. 26.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꽤나 오래된 취미 가운데 하나가 이름짓기다. 기억을 떠올려 보자면 아마 고등학교 다니던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그 때 가졌던 의문 중의 하나가 조선시대 사람들은 이름이 왜 그렇게나 많을까 하는 것이었다. 휘(諱)라는 것은 원래 왕이나 제후 등이 죽었을 때 생전 이름을 부르지 않는 것에서 생겨났는데, 이후에는 생존해 있는 사람의 이름 자체를 휘라고 부르며 자(字)나 호(號)를 지어 이름 대신 부르는 것이 일반적인 풍속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조선시대의 이름난 명사들은 그 본명 보다는 호가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율곡, 퇴계, 추사, 다산 등등이 다 그렇다. 깊이 있는 친구 사이의 사귐을 일깨워주는 이야기로 유명한 오성과 한음 역시 이항복과 이덕형이라는 조선 선조 때의 명신들의 호로 원래 이름보다 일.. 2023. 1. 25.
눈 감았다 뜨니 한 달이 흘렀네 검은 토끼(黑卯) 해가 밝은 지도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간다. 매년 새로운 해를 앞두고는 뭔가 다짐을 해야 할 것 같은 강박이 들곤 하는데, 그 결심이란 것 또한 유효기간이 그리 오래 가지는 않는 법이라서 실패를 반복하는 것이 또한 우리의 인생이다. 2023년에는 사실 큰 욕심이 없었다. 방치되다 시피된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따뜻한 훈기를 불어넣자. 매일 짧게라도 글을 쓰자. 한쪽이라도 좋으니 책 읽는 습관을 들이자. 뭐 이런 것들이다. 그간의 다짐과 다른 것이 있다면 쉬 지치지 않고 계속 움직이게 만드는 계기가 있었다는 것 정도. 1월의 끝자락에 온 지금까지도 꽤나 열심히 처음의 결심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다행스럽다. 알 지 모르겠지만 나로서는 무척 감사한 일이다. 봄처럼 따뜻한가 싶더니 매서운 북극한파가.. 2023. 1. 24.
봄이 내려앉은 여울에서 만나기를 꽤 오래 전에 읽었던 책에서 이 풍경을 처음 접했을 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다. 그 처절한 연둣빛 색감이 너무나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까닭이다. 바람 한 점 없는 고요한 수면 위에 봄뫼의 생동하는 빛들이 내려앉았다. 그로부터 매년 봄이면 늘 이곳을 꿈꾼다. 전북 무주에 있는 잠두길은 이른 봄날의 전령사처럼 내 마음에 다가온다. 어서 오라고. 여기 봄이 내려앉은 여울에서 기다리고 있노라고. 하루하루 늙어가는 육신의 고달픔 때문인지 식어버린 열정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또 그렇게 매번 다가오는 봄을 무심코 보내고만 있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올 봄은 다를 것이라 다짐해본다. 매년 봄이 온다지만 그 풍경 또한 매번 다를 것인데 더 늦지 않게 마음에 담아 두었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아야지. 잠두길, 벼룻길, 학.. 2023.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