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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의 耽溺

혼자라도, 함께라서 좋은 - 프롤로그

by 푸른가람 2023. 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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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을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몇 해 전 첫 책이 나왔을 때의 기쁨과 설렘도 잠시, 이후의 부담감과 부끄러움은 오롯이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었다. 그럼에도 다시 이 무모한 작업을 시작한 것은 ‘죽기 전에 제대로 된 책 한권 내고 싶다’는 오래되고 지치지 않는 꿈 때문이다.

  진정 좋은 것은 질리지 않는다. 어느 때고 다시 찾아도 친근함으로, 혹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끊임없는 매력으로 우릴 맞아준다. 혼자라도 좋고, 함께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들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으로 글과 사진들을 쓰고 찍었다.

  욕심을 버리려 애썼지만 차고 넘친다. 소망했던 눈높이에는 여전히 턱없이 모자라다. 그래서 조용히 세상에 내놓으려 한다. 작은 서점 책꽂이에서 먼지만 쌓여가다 사라질 운명이라 해도 괜찮다. 혹시나 어느 누군가의 여행에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그 오래 전 성산일출봉에서 나를 일깨웠던 날카로운 카메라 셔터 소리처럼, 모자란 글과 사진이 누군가에게 봄비처럼 스며들었으면 참 좋겠다. 그대 생에서 간절히 돌아가고 싶은 그 하루가 바로 지금이기를.

  풍경을 거닐고, 사색하면서 그대 마음의 생채기들이 아물기를. 사막처럼 황량한 마음에 푸른 나무숲이 가득하기를. 그대의 여행에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1악장과 ‘Caro mio ben’의 선율이 함께이길.



2019년 1월
금호강이 바라보이는 죽곡에서 
봄을 기다리며 輝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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