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광리 금강소나무 군락지에는 수령이 수백 년이 넘은 것부터 이제 막 태어난 애기나무까지 금강송들이 가득하다. 입구에 들어서면 벌써 공기부터 다르다는 걸 느낄 수 있다. 예로부터 금강송은 재질이 단단하고 우수해 소나무 중에서 으뜸으로 쳤다. 주로 궁궐 건축의 대들보나 관청의 관곽으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나라에서 엄격히 관리했다.
조선 숙종 때는 황장봉산(黃腸封山) 제도를 시행해 일반인들이 금강송을 외부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아직도 소광리에 가면 황장봉계표석이 남아 있다. 예전에는 금강송을 황장목이라고도 불렀는데 심재(心材) 부분이 누런 빛깔을 띠어 그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금강송이란 이름을 두고도 말들이 많다. 금강산 부근에서 많이 자생했다 해서 그리 불린다고도 하고, 재질이 무척 단단해서 금강송(金剛松)이라 한다는 얘기도 있다.
속이 붉다 해서 적송, 여인을 닮았다 해서 여송, 해송과 구분하여 육송, 과거 경북 북부지역 일대에서 벌목된 소나무가 춘양역에 집결되어 외부로 반출되었다 해서 춘양목이라고도 불렀다.
금강송숲에서 가장 나이를 많이 먹은 나무는 수령이 오백년이 넘었다고 한다. 조선 성종 때 태어났다고 하니 그 오랜 세월 모진 비바람을 견뎌왔다는 것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옆으로 비스듬히 누운 모습이 피사의 사탑을 떠올리게도 한다.
얼마 전부터 이곳 소광리 금강소나무숲은 철저하게 예약제를 시행하고 있다. 무분별하게 사람들이 찾아와서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니 조금의 불편을 감수해야겠다.
소광리에서 북면 두천리 주막촌까지는 그 옛날 보부상들이 넘나들었던 길이 복원되어 금강소나무숲길로 새 단장을 했다. 울진의 문화와 잘 보존된 자연생태를 즐길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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