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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4차전 리뷰 - 윤석민 불운의 끝은 어디?

by 푸른가람 2009.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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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에 먹을 건 없었다. 대구로 자리를 옮겨 시작된 삼성과 KIA의 주말 3연전. 그 중에서도 금요일 경기는 시즌 초반 최고의 빅카드라 불릴만한 대전이었다.  연패의 수렁에 빠져있는 KIA는 에이스 윤석민을 선발로 내세우며 연패 탈출에 안간힘을 썼고, 삼성도 기 싸움에 밀릴세라 시즌 3승(무패)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실질적 에이스 윤성환으로 맞불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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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투수전이 벌어질 것이라는 모두의 예상은 허망하게 빗나갔다. 아니, 예상이 빗나갔다기 보단 기상청 예보가 빗나갔다는 것이 좀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기상청에서는 주말에 전국적으로 다소 많은 비가 내릴 것으라고 예보했고, 문학과 잠실구장 경기는 비로 인해 취소됐다.

대구와 함께 경기가 진행되었던 사직경기도 8회 강우콜드게임으로 끝났으니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갔다는 것도 사실 어불성설이다. 어쨌든 대구에도 비가 내리긴 했지만 경기를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섣불리 경기취소를 예상했던 것인지 양팀 선발투수들은 약속이나 한 듯 경기 초반 난조에 빠졌다.  

KIA는 1회초 공격에서 김원섭과 신종길의 연속안타와 나지완의 희생번트로 맞이한 1사 2, 3루 득점기회에서 최희섭의 내야땅볼로 손쉽게 선취득점에 성공했다. 출발은 괜찮았다. 게다가 마운드에는 부진 탈출을 위해 투지를 불사르고 있는 윤석민이 당당하게 서 있었다. 마무리 한기주의 불쇼로 시작된 연패행진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KIA 선수들의 환호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곧이은 1회말 공격에서 삼성의 매서운 반격이 시작됐다. 그 시작은 기분나쁜 실책이 발단이 됐다. 톱타자 김상수가 유격수 실책으로 1루에 출루한 것이다. 윤석민은 2번 신명철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 돌리는가 싶더니 박한이 - 채태인 - 박진만 - 우동균에 이르기까지 네명의 타자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며 졸지에 3실점하고 말았다. 삼성은 2회말에도 김상수가 안타와 도루(실책 포함)로 맞은 1사 3루에서 신명철의 희생플라이로 한점을 추가하며 윤석민을 무너뜨릴 기세였다.

양팀은 엎치락뒤치락하며 공방을 계속했다. 에이스 대결에서 4:1로 초반에 승부가 결정되는가 싶더니 3회초에 또한번 큰 파도가 밀어닥쳤다. 벼랑끝에 몰린 KIA 타자들도 결코 호락호락 물러서지 않았다. 이번에도 공격의 선봉에는 김원섭과 신종길이 있었다.

두 테이블세터들은 연이은 안타로 나지완에게 1사 1,2루라는 맛난 밥상을 차려주었다.  곧이어 나지완의 시즌4호 동점 쓰리런홈런이 터져 나왔다. 관중석의 긴 탄식이 멎기도 전에 빅초이 최희섭은 시즌 7호 역점홈런으로 윤성환을 두들겼다. 득점지원 못받기로 유명한 윤석민으로서는 눈으로 보면서도 믿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백투백홈런에 힘을 낸 윤석민은 이후 6회까지 무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요리하며 마운드를 김영수에게 넘겼다. 평소 같았으면 8, 9이닝 정도는 소화했을 테지만 투구수가 너무 많았다. 6이닝 동안 8안타 2볼넷으로 4실점(2자책)했고 투구수는 114개였다. 7회 등판한 김영수도 좌타자 박한이와 채태인을 범타로 처리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마무리 한기주가 불안한데다 믿을만한 불펜요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KIA로서는 유동훈 외에 대안이 없었다. 7회 2사후 호출을 받은 유동훈은 박진만을 외야플라이로 잡아내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연패 탈출을 위해 남은 이닝은 단 2이닝. 아웃카운트 6개만 잡으면 되는 것이었다.

3회초 충격적인 백투백홈런으로 역전을 허용한 윤성환이었지만 이내 안정을 되찾았다. 삼성 마운드의 실질적 에이스가 초반에 무너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올시즌 선동열감독의 투수 운영에도 변화가 감지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LG와의 잠실 3연전에서 정현욱, 권혁 등 불펜의 소모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한 투수운영이었겠지만 초반 대량득점에도 불구하고 선발투수를 7회까지 마운드에 올렸다는 점은 확실히 주목받을만 하다.

1점차 승부는 경기 종반까지 계속됐다. 언제든 큰 것 한방이면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7회 1사후 윤성환은 매서운 방망이질을 하고 있는 김원섭과 신종길 두 좌타자를 남기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가동할 수 있는 좌완은 권혁, 지승민, 차우찬 정도였다. 내일 비가 와 한경기 쉰다는 셈을 한다면 권혁의 등판이 유력시되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선동열감독이 뽑아든 카드는 지승민이었다. 차우찬은 다음 경기 선발로 내정된 상태였으니 원포인트로 올리기 어려웠을 것이고, 권혁의 피로도를 고려한 것이었는지, 지승민의 구위가 좋다고 판단했던 것인지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결과적으로 지승민 카드는 성공적이었다. 김원섭을 볼넷으로 출루시키긴 했지만 1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타격감이 좋은 신종길을 삼진 처리하며 급한 불을 껐다.

잔불처리는 최원제가 맡았다. 아직까지도 오락가락하는 피칭을 계속하고 있는 최원제였지만 오늘 경기는 달랐다. 지승민에 이어 등판한 최원제는 3회 3점홈런의 주인공 나지완을 삼진으로 잡아내더니 8회초 수비에서도 삼진 2개를 곁들이며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기대치 않던 시즌 첫 승이 보너스로 주어졌다.

중간계투진이 승부의 추를 팽팽하게 지탱하니 타자들의 방망이도 덩달아 힘을 내기 시작했다. 화끈한 역전 드라마의 주연은 진갑용의 몫이었다. 현재윤의 그늘(?)에 가려 한동안 포수마스크를 쓰지 못했던 진갑용은 8회말 공격에서 1루에 강봉규를 두고 시즌 두번째 홈런을 좌중간 담장 너머로 쏘아 올렸다. 오늘 경기에서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하며 4번같은 8번타자다운 활약을 맘껏 펼쳤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언터처블'의 위력을 되찾아가고 있는 오승환은 시즌 6세이브를 따내며 세이브 부문 단독선두에 올랐다. 9회 세타자를 상대로 삼진 두개와 내야땅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오승환 자신의 말처럼 몇 세이브를 기록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블론 세이브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올시즌 목표가 될 것 같다.

윤석민에게 '불운'이란 수식어를 붙이기도 미안해진다. 2009년 네번의 선발등판에서 2패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방어율왕답지 않게 평균자책점도 5.25로 치솟았다. 답이 없다. 무실점으로 9이닝을 틀어 막아도 타자들이 단 한점을 빼내지 못하질 않나, 모처럼 타선이 폭발하며 중반까지 리드를 잡나 했더니 불펜이 버텨주질 못한다. 윤석민이 승리투수가 되기 위해선 그가 타석에서 결승타를 쳐내는 방법밖에 정녕 없는 것일까. 비록 응원팀 선수는 아니지만 볼때마다 안스러워지는 윤석민이다.  

* 기록은 스탯티즈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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