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KIA 5차전 리뷰 - 연패탈출한 KIA, 한기주는 어쩌나

by 푸른가람 2009. 4. 26.
728x90
KIA가 천신만고 끝에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이번에도 벼랑끝 위기에서 팀을 구한 것은 '샛별' 양현종이었다. 새로운 삼성킬러로 등록한 양현종은 오늘 경기에서도 7이닝을 무실점으로 버티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1:0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를 넘겼지만 마무리 한기주의 '불쇼' 탓에 아쉽게도 승리를 챙기지는 못했다.

4월 12일 삼성과의 시즌 3차전에서 8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이후 올시즌 삼성과의 경기에서 무려 15이닝 무실점 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좌완투수 징크스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선동열감독의 머리가 복잡해지게 생겼다. 차가운 날씨 때문이었는지 양현종의 면도날같던 제구력은 보여주지 못했다. 오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겨우 하나였지만, 볼넷을 6개나 허용했다.
 
팀 패배로 빛이 바래긴 했지만 삼성 선발 차우찬도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투구를 펼쳤다. 차우찬은 8회 1사까지 마운드를 지키며 KIA의 강타선을 4안타 4볼넷 1실점으로 막아냈다. 출발은 무척 불안했다. 까다로운 톱타자 김원섭을 삼진으로 처리하며 산뜻하게 출발했던 차우찬은 베테랑 이종범에게 안타를 허용한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나지완와 최희섭에게는 연속 볼넷까지 허용하며 1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두산과의 시즌 첫 선발에서 경기 초반 무너졌던 뼈아픈 실패의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대량실점의 위기에서 차우찬을 도와준 이는 KIA 김상현이었다. 들쭉날쭉한 제구로 밀어내기 볼넷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김상현은 높은 볼을 건드려 외야 희생플라이로 물러났다. 1점을 뽑긴 했지만 KIA로선 아쉬움이 남는 1회 공격이었다. 양현종의 구위를 생각했을때 1점만 더 냈더라면 쉽게 갈수도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양팀은 삼성의 8회말 공격이 시작될 때까지 0의 행진을 계속했다. 한계 투구수에 이른 양현종을 대신해 KIA의 불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두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손영민은 조동찬과 김상수를 가볍게 범타로 처리했지만 신명철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었다.

오늘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이겨야겠다는 결의로 가득찬 KIA 코칭스탭은 승부수를 던졌다. 마무리 한기주의 투입이었다. 다소 예상밖이었다. 이미 두차례의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던 그였기에 1점차 박빙의 승부에서 투입되리라 예상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때부터 뭔가 꼬이기 시작했다. 신명철의 2루 도루를 저지하기 위한 김상훈의 송구는 외야까지 굴러갔고 이틈을 놓치지 않고 신명철은 3루까지 당도했다. 이내 심리적으로 흔들린 한기주는 진갑용을 볼넷으로 허용하더니 폭투까지 저지르며 끝내 양현종의 승을 날려 버리고 말았다. 오늘도 역시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한기주지만 모든 비난을 뒤집어 쓰기에는 억울한 면이 많다. 김상훈이 2루 악송구만 하지 않았더라면, 원바운드성 변화구를 제대로 블로킹하기만 했더라도 한기주가 9회말 불명예스럽게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조범현감독의 간절한 기원이 하늘에 닿았던지 마지막에 웃은 팀은 KIA였다. 9회초 KIA의 공격은 마치 8회말 삼성의 공격장면을 리플레이하는 것 같았다. 최고의 셋업맨 정현욱이 버티고 있던 삼성이었지만 1사후 박진만의 실책으로 시작된 불길한 기운은 끝내 폭투와 적시타로 이어지며 결승점을 헌납하고 말았다.

사실상 승부가 결정난 것처럼 보였지만 선동열감독은 정현욱에 이어 권혁까지 등판시키는 승부수를 던졌다. 권혁은 1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병살타를 유도하며 마지막 수비를 마무리지었다. 이제 9회말 삼성의 공격만이 남아 있었다. 남은 아웃카운트는 단 3개였다. KIA에 오승환이 있었더라면 깜도 안되었을 상황이었지만 불행히도 마운드에 오르는 이는 한기주였다.

바꾸고 싶었지만 마땅히 바꿀 투수도 없었다. 잇따른 불쇼로 신뢰는 많이 떨어졌지만 마무리 투수의 자존심도 세워줘야 했다. 그저 불안함을 억누르고 지켜보는 수 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기주는 선두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며 또한번 조범현감독의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후속타자 강봉규와의 승부가 길어지자 조범현감독의 인내심에도 한계가 왔다.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감'이 온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한기주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늘 경기의 상처는 오래 남을 것이 분명하지만 이또한 한기주 자신이 풀어야만 할 숙제인 것이다. 한기주를 이어 엄청난 부담속에 마운드에 오른 임준혁은 풀카운트 접전 끝에 강봉규에게 볼넷을 허용한 후 희생번트로 맞이한 1사 2,3루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조동찬과 김상수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숨막히던 3시간 20분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삼성으로선 공수에 걸친 조동찬의 부진이 뼈아팠다. 특히 KIA의 9회초 공격때 1사 1,3루 상황에서 이현곤의 타구를 뒤로 빠뜨린 장면은 집중력 부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잘맞은 강한 타구이긴 했지만 조동찬의 수비라면 병살처리로 연결시킬 수 있을 타구였기에 아쉬움이 남는 것이다.

공격에서도 조동찬은 9회말 1사 2,3루 절호의 역전기회에서 당했던 무기력한 스탠딩 삼진을 포함 4타수 무안타에 삼진을 두개나 당했다. 2군에 내려가있는 박석민과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는 조동찬이 지키고 있는 3루는 당분간 삼성의 아킬레스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오늘 경기를 정리해 보자면 KIA는 간절히 원하던 연패탈출에서 성공했고, 양현종도 확실한 선발의 한 축을 맡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는 수확이 있었든 반면, 마무리 한기주의 끝없는 추락이라는 난제를 해결하는데는 실패했다.

삼성은 차우찬이라는 확실한 제5선발감을 얻었다는 수확이 있었던 반면에 박석민에 이어 조동찬까지 3루 수비에서 헛점을 보이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해 졌다. 몇해전만 해도 수비만으로 본다면 박진만 부럽지 않다던 유망주 조동찬이 외야수비를 병행하면서부터 내야수비까지 허술해지고 있다는 점을 코칭스탭은 깊이 생각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