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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삼성 vs 히어로즈 4차전 리뷰 - 배영수의 첫 승과 삼성의 1,800승

by 푸른가람 2009. 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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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쳤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비처럼 배영수의 투구도 들쭉날쭉했다. 매회 주자를 득점권에 내보냈지만 4월 9일 히어로즈전과 같이 무기력하게 무너지지는 않았다. KIA에 당한 2연패로 팀 분위기도 어수선한 판에 오늘 경기마저 초반에 리드를 허용한다면 자칫 긴 슬럼프로 이어질 수도 있는 위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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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영수는 초반 제구력 난조로 자초한 1회 1사 1, 2루와 2회 무사 1, 2루 위기에서 실점을 허용하지 않는 노련함을 보였다. 특히, 삼성만 만나면 불방망이로 변하는 브룸바에게 내야 땅볼을 유도하며 더블 플레이를 연결시키는 모습은 에이스의 마지막 자존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여전히 만족스러운 모습은 아니다. 빠른공도 140km 중반을 넘기기 힘들고, 변화구의 제구력 또한 한창때의 그것과 비교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선동열감독도, 야구팬들도 조바심을 내서는 안된다. 그는 아직 재활중인 선수다. 그 긴 재활의 끝이 어디일지, 혹은 과연 그 끝이 있을지 조차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2009년 4월의 배영수에게 2004년 한국시리즈 10이닝 노히트노런때의 투구 모습으로 되돌아오라고 한다면 그것은 과욕이다.

5이닝 동안 20명의 타자를 맞이한 배영수는 6안타(1홈런 포함) 1볼넷 1실점을 기록했다. 비록 QS는 기록하지 못했지만 껄끄러운 히어로즈를 상대로 나름 호투한 셈이다. 5회까지 투구수는 72개에 불과했다. 투구수만 본다면 1, 2회 정도는 여유가 있는 수치지만 아직 완전하지 못한 배영수의  몸상태를 고려한 코칭스탭의 판단이었다고 생각된다. 지난해까지 삼성 선발투수의 몫은 5회까지만 던져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네번째 등판만에 시즌 첫 승을 신고한 배영수의 감회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삼성의 어느 선수보다 밝고, 표정이 다양했던 선수가 바로 배영수였다. 덕아웃에서 항상 동료들과 장난을 치는 천진난만한 에이스의 모습을 보는 것은 팬들의 또다른 즐거움이기도 했다. 역사적인 팀 1,800승의 주인공이 된 배영수가 오늘 경기를 계기로 해맑은 미소를 자주 보여주게 되길 기대해 본다.

2:1 불안한 리드 상황속에서 6회초 삼성의 필승 불펜 계투조가 곧바로 투입됐다. 이틀간 휴식후 등판한 권혁(1.2이닝) - 정현욱(1.1이닝) - 오승환(1이닝)은 사이좋게 안타 하나와 볼넷 하나만을 허용하며 무실점으로 팀 승리를 지켜냈다. 오승환은 150km에 달하는 강속구와 더불어 좀처럼 보기 힘든 '썩소'까지 날리며 시즌 세이브 숫자를 7로 늘였다.

공격에선 '돌아온 장고' 최형우의 활약이 빛났다. 최형우는 1군무대에 복귀한 첫 타석에서 히어로즈 선발 김수경을 상대로 시원스런 선제 투런홈런으로 화끈한 신고식을 치뤘다. 젊은 거포 박석민에 이어, 양준혁마저 부상으로 빠져 허약해진 삼성의 타선에 한줄기 희망이 되어주리라는 팬들의 기대에 화답하는 결정적 한방이었다.

2안타와 도루 하나까지 기록하며 모처럼 1번타자다운 활약을 펼친 김상수와 6회말 2사 만루찬스에서 승부에 쐐기를 박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린 진갑용도 빼놓을 수 없는 오늘 경기의 '히어로즈'였다. 간간이 안타를 쳐내고 있는 박한이, 박진만을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의 타격감은 전반적으로 침체된 모습이다.

4번 채태인은 4번타자다운 활약에는 여전히 모자란 모습이고, 조동찬은 어느새 멘도사 라인에 근접했다. 좌완투수 저격병 김창희와 강봉규도 초반 활약세가 주춤해졌다. 올시즌 들어 제대로 된 타선을 갖추고 단 한경기도 치뤄보지 못한 선동열감독으로선 절묘한 로테이션으로 이어지는 주전들의 부상과 컨디션 난조가 야속할 따름이다.

삼성으로선 어려운 상대 히어로즈를 만나 첫 단추를 잘 꿴 셈이다. 배영수가 시즌 첫 승으로 마음의 부담을 털어낼 수 있게 된 점, 마무리 투수 오승환이 2006년의 괴물로 되돌아가고 있다는 점을 상대타자들에게 확실히 각인시켜 주고 있다는 점, 필요할 때마다 한방 쳐주는 최형우가 돌아왔다는 점은 고무적인 일이다. 앞서 열거한 낙관적인 요소보다 훨씬 더 많은 비관적 요소가 산적해 있지만 KBO 첫 1,800승의 위업을 달성한 기분좋은 날이니만큼, 오늘은 기분좋은 일만 기억하고 싶다.

 * 기록은 스탯티즈의 자료를 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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