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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또한번 빈볼사태의 중심에 선 SK, 변화가 필요하다

by 푸른가람 2009. 4.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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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도 사건의 중심에 SK가 있었다. 잊을만 하면 한번씩 터져나오는 프로야구 빈볼사태의 단골손님이다. 금방 기억해 낼 수 있는 큼지막한 일만 해도 여러번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해 윤길현의 '식빵사건'이었고, 2007년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는 채병룡과 김동주 사이의 빈볼시비로 시끄러웠던 적이 있다.

오늘 하루종일 야구팬들은 온통 박재홍과 SK, 그리고 김성근감독 성토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다른 뉴스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을 정도의 이슈였다. 지금까지의 논란만으로도 충분히 뜨겁다.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 그저 관련글이나 읽어보며 너무나 불운했지만, 끝까지 대인배다운 모습을 보여준 '거인 캡틴' 조성환의 쾌유와 조속한 그라운드 복귀를 기도해주면 그만이다. 그것이 그라운드 밖에 있는 야구팬의 적정한 역할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제 있었던 롯데와 SK의 문학경기를 새삼 끄집어 내는 이유는 그만큼 아쉽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얘기했던 빈볼시비만이 문제가 아니다. 상대 선수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는 정근우의 거친 플레이도 여러차례 입방아에 올랐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몇차례 지적한 바 있지만 유독 SK 선수들의 플레이에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야신' 김성근감독 부임후 SK는 철저히 달라졌다. 승리보다는 패배에 익숙해져 있던 선수들에게 김성근감독은 잡초같은 근성을 주문했다. 그에게 야구장은 전쟁터였고, 결코 선수들의 나약함을 용납하지 않았다. 타자들에게는 홈플레이트에 바짝 다가서서 공에 맞고서라도 출루하길 원했고, 투수들에게는 몸에 맞는 공을 두려워하지 마라 했다. 몸에 맞는 공도 야구의 일부라며 투수들이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것에조차 강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SK 선수들의 투지(?)는 달콤한 열매를 맺었다. 2007, 2008년 한국시리즈 연속 우승은 김성근감독이 아니었다면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위대한 업적이었다. 물론 그 열매를 따기 위해 그들이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을지 야구팬들이 가늠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혹독했을 것이고, 때로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의 순간들이 있었을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올시즌에도 SK의 상승세를 막을 팀이 보이지 않는다. 고만고만한 7개팀의 추격을 이미 저만치 따돌린 채 선두질주 중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2연패의 최강팀 SK가 시간이 갈수록 7개구단의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것이 최강팀에 대한 야구팬들의 단순한 시기와 질투때문이 아님도 직시해야 한다.

어제 사건으로 인해 채병룡과 박재홍의 과거를 다시 들추어낼 필요는 없다. 그들도 나름의 변명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채병룡의 투구가 빈볼이었는지, 제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실투였는지는 본인만이 알 일이지만, 어제 경기의 정황상 과도하게 쏟아지는 비난은 억울한 면이 많다. 박재홍의 경우도 그렇다. 실제 위협을 느꼈든, 박재홍의 오버액션이었든 중요치 않다. 박재홍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고 새삼 놀랄 일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불똥이 윤길현에게 튀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백번 양보한다 하더라도 SK만의 독특한 팀 분위기는 개선되어야 함이 마땅하다. SK가 매번 빈볼사건이나, 더티 플레이로 비난받을 때마다 김성근감독이 언급되는 이유에 대해서도 곰곰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 때문에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는 피해의식에서도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선수들은 Baseball Player이지, Baseball Machine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한국시리즈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팀에 걸맞는 아량과 여유는 언제쯤 생기게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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