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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김성근감독님 "모자 벗고 사과하면 안되나요?"

by 푸른가람 200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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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프로야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할 한국시리즈가 몇시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여러모로 기대가 큽니다. 볼거리도 풍성하고, 3만관중이 가득 들어찰 문학과 잠실구장의 응원전도 볼만 하겠지요. 무엇보다 최고의 기량을 가진 양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보여줄 최고의 플레이들. 비록 응원팀은 한국시리즈 일보 직전에서 탈락했지만 이 두팀의 대결은 벌써부터 흥분되네요.

한국시리즈 개막을 하루 앞둔 10월25일 미디어데이 행사가 열렸습니다. SK를 대표해 김성근감독과 이진영선수가 나왔고, 두산에선 김경문감독과 김동주선수가 자리를 빛냈습니다. 두 팀 모두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의식해서인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페어플레이로 팬들의 성원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 보여집니다. 지난해 빈볼시비로 인해 양팀 선수들은 그라운드에서 몇차례 대치하며 일촉즉발의 위기를 맞았던 일이 있습니다. '과거'가 있기에 올 한국시리즈에서는 그런 일이 다시 일어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한가지 걱정스러운 게 있습니다. 투수들의 '몸쪽 승부'에 대한 김성근감독의 언급에 관한 것입니다. 김성근감독은 몸에맞는 볼도 야구의 일부라고 했습니다. 한걸음 더나아가 투수들이 모자를 벗어 사과하는 것에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미안함'을 투수들의 '나약함'으로 본 것입니다.

옳은 말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을 하다보면 몸쪽 공 승부는 불가피합니다. 그러다보면 몸에 맞는 공도 비일비재합니다. 야구의 일부입니다.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타자가 공에 맞을까 두려워해 몸쪽 공을 던지지 못한다면 그 투수와 팀은 결코 이길 수 없을테니까요. 그래서 김성근감독은 의도적인 '빈볼'이 아니라면 몸쪽 공 승부는 당연한 것이요, 그러다보면 몸에 맞는 공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니 상대를 맞췄다고 해서 사과할 필요는 없다는 말씀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몸쪽 승부가 불가피한 것은 당연합니다. 의도하지 않은 死球가 나올 수 있지요. 그러나 그 의도하지 않은 공에 타자들은 전혀 대처할 방법이 없습니다. 그저 피하는 수밖에요. 피하지 못한다면 그 공 하나에 타자들의 야구인생 자체가 끝날 수도 있습니다.

야구는 인생의 축소판 같습니다.  야구도 사람이 하는 겁니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냐 하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그렇게까지 지독하게 선수들에게 강한 정신력을 요구해야 하나요? 상대팀 선수들은 모두 전쟁터의 적으로 여기시나 봅니다. 유독 SK가 빈볼이라든지, 상대를 위협하는 거친 플레이들로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 다 이런 연유가 아닌가 염려가 되네요.

재일동포라는 신분상의 제약으로 일본에서도, 고국인 한국에서도 차별을 받아야 했던 김성근감독의 야구인생에서 야구란 말 그대로 '전쟁'이었을 테지요. 강인해야 했고, 나약함을 보여서는 안되었을 겁니다. 그러한 환경이 김성근감독의 야구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겠지요. 야구에만 철저히 매달렸고, 승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시는 '야신' 김성근감독님을 존경합니다. 이제는 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승률 100%에 도전하는 야구기계보다는 미안해 할 줄 알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야구선수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부디 이번 한국시리즈에서는 눈살 찌푸릴만한 플레이가 사라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닙니다. 2008 한국시리즈가 진정한 '가을잔치'로 야구팬들에게 기억될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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