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경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좀 긁히는 그런 날이었습니다. 시범경기의 승패 자체를 가지고 설왕설래할 건 없다고 봅니다. 주전급 선수들은 시즌 개막에 맞춰 서서히 경기 감각을 끌어 올리는 것이 주된 목적이고, 신인급 선수들이야 개막 엔트리 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무대이기 때문에 경기 결과나 시범경기 순위에도 큰 의미를 둘 이유는 없습니다.
기아와의 16일 광주 경기가 불만스럽게 느껴졌던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우선, 기아와의 경기에서 유독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며 끌려 다니는 징크스가 지속되는 모습이 안타깝습니다. 지난해 페난트레이스에서 삼성은 무려 4승 12패로 절대적인 약세를 보였습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삼성은 제1선발이 유력한 후라도를 선발로 내세웠지만 주전들이 대부분 라인업에서 빠진 기아 타선에 무려 19개의 피안타를 허용하며 초반 석 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습니다.

후라도는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 두산전 3.2이닝 5피안타 3실점에 이어 오늘 경기에서도 4이닝 10피안타 1사사구를 내주며 6실점했습니다. 후라도의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9.39까지 치솟았습니다. 2023년 이후 키움에서 뛰었던 두 시즌의 성적을 통해 후라도의 실력은 입증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시범경기에서의 부진과는 별개로 정규 시즌에서는 충분히 제 기량을 보여줄 것이라는 믿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기아전에의 피칭은 뭔가 아쉬웠습니다. 단순히 안타를 많이 허용하고 대량 실점했다는 것을 지적하는 것은 아닙니다. ABS존에 대한 불만을 여러 차레 표출하는 장면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물론 지난해에 비해 ABS존의 미세한 조정이 있어 높낮이에 변화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후라도가 제기한 불만은 높낮이 보다는 좌우의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야수들의 수비 장면에서도 여러 차례 아쉬운 장면을 노출했습니다. 포수 마스크를 쓴 이병헌은 3회 2사 1, 3루 상황에서 1루 주자 홍종표가 2루를 노리자 무리하게 2루에 송구해 3루 주자 서건창이 손쉽게 홈을 밟게 했습니다. 기아의 도루 시도 직전에 이병헌이 야수들에게 수비 포메이션을 확실하게 지시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곧바로 허를 찔렸다는 점에서 실망스러웠습니다. 후라도와의 호흡에서도 합이 잘 맞는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구요.
김지찬이 대타로 나선 상황에서 2루 주자 전병우가 견제사 당한 장면, 외야수들의 수비 위치 때문에 빗맞은 안타를 여러 차례 허용한 장면과 2루수 심재훈, 유격수 양도근의 불안한 땅볼 처리도 코칭스탭에서 복기해볼만한 상황입니다. 물론 바운드가 애매한 것도 있었고,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 내야 그라운드가 제대로 정비가 되지 않은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지난 경기에서 기아 내야수들이 몇 차례 실책을 저지른 장면도 볼 수 있었죠. 하지만 삼성의 장점 가운데 하나라고 내세울 수 있었던 수비에서 빗장이 풀린 듯한 모습은 분명 위험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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