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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5연승 신바람 속 5위 오른 삼성,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by 푸른가람 2020. 7.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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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라이온즈가 7월 4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홈 경기에서 7-6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며 5위에 올랐습니다. 이날 경기는 여러가지 드라마틱한 장면이 많아 이야기 거리가 많습니다. 시즌 개막 전부터 이미 최약체급으로 평가받았던 삼성의 약진은 올해 KBO 리그를 한층 흥미롭게 하는 흥행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우선 경기를 간략하게 정리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양팀은 허윤동과 임찬규를 선발 마운드에 올렸습니다. 엎치락 뒷치락 공방전을 펼치며 팬들의 흥미를 불러 일으켰는데요. 삼성이 1회 박해민의 벼락 같은 홈런으로 앞서 나가자 LG는 3회초 김현수의 우중월 2루타로 단숨에 승부를 뒤집어 버립니다. 연패 탈출을 위한 LG 선수들의 투지 또한 만만찮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습니다.

역전을 허용한 삼성은 곧이은 3회말 공격에서 김민수와 김지찬이 연속 안타로 득점 기회를 만들었고 구자욱의 적시타로 3-2, 한점차로 다시 앞서 나가게 됩니다. 6회말에는 이날 경기 물오른 타격감을 뽐낸 김동엽의 2루타로 추가점을 만들며 승부의 추가 삼성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습니다. 좀처럼 타격감이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라던 김동엽은 5타수 4안타 2타점의 맹타를 터뜨리며 타율을 .274까지 끌어 올렸네요.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됩니다.

삼성의 막강한 불펜진이 무난히 뒷문을 지켜줄 것으로 예상되던 경기 막판에 반전이 펼쳐졌습니다. 7회초 LG가 이천웅의 희생 플라이로 턱밑까지 추격해 오자 삼성은 8회말 김동엽이 총알같은 라인드라이브 타구로 좌측 담장을 넘겨 버리며 점수 차를 다시 2점차로 벌렸습니다. LG의 반격 기회는 9회 단 한 이닝 뿐이었고 삼성 마운드에는 '끝판대장' 오승환이 위용을 드러 냈습니다. 

끝판대장 오승환이 2실점하며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지만 팀동료들의 활약 덕분에 웃을 수 있었다.[출처:스포츠조선]

지난 경기 빗 속의 투구가 부담이 되었던 것일까요. 오승환의 투구가 예전같지 않았습니다. 첫 타자 채은성에게 큼지막한 2루타를 내주더니 다음 타자 오지환에게 던진 초구가 몸에 맞는 공이 되어 버렸습니다. 순식간에 무사 1, 2루 위기를 자초한 오승환은 홍창기와의 풀카운트 승부에서마저 볼넷을 내주고 맙니다. 물론, 승부구로 던진 마지막 공의 판정을 두고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전성기 시절의 오승환이었더라면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틀어 막았을 가능성이 많습니다만 그도 마흔을 바라보고 있는 노장입니다. 지난해 받은 수술에서 완벽히 회복되었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돌부처 오승환의 얼굴이 땀범벅이 되는 모습을 요즈음 종종 마주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오승환은 대타로 나온 김용의를 평범한 유격수 땅볼로 잘 막아냈지만 이천웅에게 2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국내 복귀 후 첫 블론 세이브를 기록하고 말았습니다. 정근우의 2루 땅볼 때 김상수의 송구를 1루수 최진영이 막아내지 못했더라면, 김현수의 우전 안타성 타구를 유격수 김지찬이 몸을 던져 잡아 내 1루에서 아웃시키지 못했더라면 패전의 멍에를 뒤집어 썼을 수도 있겠지만, 하늘은 아직 오승환을 버리진 않은 것 같습니다.

경기는 결국 연장으로 이어졌고 LG는 12회초 김현수의 극적인 솔로 홈런으로 연패 탈출에 성공하는 듯 보였습니다. 임시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변경한 김대우는 정근우, 라모스, 유강남을 모두 삼진으로 잡아 냈지만 좌타자 김현수에게 치명적인 한방을 허용하고는 고개를 떨궈야 했습니다.

패배의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 채 12회말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LG는 진해수를 마운드에 올려 경기의 마무리를 맡겼습니다. 첫 타자 김상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것이 화근이 되었습니다. 박해민의 보내기 번트에 이어 구자욱의 동점 적시타가 이어지며 승부는 다시 팽팽한 균형을 맞췄습니다. 류중일 감독은 이상규와 송은범을 연달아 투입시키며 전력을 다했지만, 송은범의 투입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허파고'라는 칭송을 듣고 있는 삼성 허삼영 감독. 앞으로의 활약이 더욱 기대된다.[출처:삼성라이온즈]

12회말 2사 만루에서 대타로 투입된 김호재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송은범에게 볼넷을 얻어내며 길었던 양팀간의 연장 승부가 끝을 맺었습니다. 베테랑 마무리투수의 부진 속에서도 젊은 선수들이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전력을 다한 덕분에 삼성은 5연승의 신바람을 내며 시즌 첫 5위 등극이라는 낭보를 팬들에게 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 허삼영 감독의 인터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감독이 부족하다는 지적은 인정하겠으나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단호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선수 기용은 철저히 건강한 몸 상태와 실력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했고, 지금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곳을 향해 한게임 한게임을 소중히 임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는데요. 조금은 미숙한 모습을 보였던 시즌 초반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앞으로의 삼성 라이온즈의 팀 성적과 허삼영 감독의 지략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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