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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산책하듯 거닐고 싶은 아름다운 수목원 - 천리포수목원

by 푸른가람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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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리포수목원은 이채롭게도 외국인이 설립한 곳이다. 1979년 우리나라에 귀화해 민병갈이라는 이름을 얻은 칼 밀러가 오랜 세월 동안 일궈낸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수목원이다. 2000년에는 국제수목학회로부터 세계에서 12번째, 아시아에서는 첫 번째로 세계의 아름다운 수목원으로 인증까지 받았다고 한다.

오래 전부터 가고 싶었지만 정작 천리포수목원 구경은 정원 소요라는 책이 먼저였다. 대학에서 조경을 전공한 그의 친절한 설명 덕분에 천리포수목원의 구석구석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게 됐으니 오히려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까.

천리포수목원은 충남 태안반도의 서북쪽 천리포 해안에 있다. 우리나라 중부지역이면서도 남부식물이 월동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을 간직하고 있어 700여 종이 넘는 목련속 식물을 비롯한 16,000여 종류의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다. 이런 연유로 해서 ‘서해안의 푸른 보석’이라는 칭송을 받고 있다.

글뿐만 아니라 사진 솜씨도 예사롭지 않다. 강렬하지 않되, 담백하며 기품이 있다. 이른 봄날을 가득 채워주는 목련처럼 부지런한 심성을 지닌 사람일 거라 생각해 본다. 봄처럼 화사하되, 부담스럽게 느껴질 정도의 지나침은 자제하려는 마음 또한 천리포수목원의 아름다움을 꼭 빼닮지 않았을까 싶다.

수백 km나 떨어져 있어 생각난다고 쉬 떠날 수 있는 곳은 아니다. 하지만 그리운 마음에 설레고, 언제든 떠나고 싶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꽃과 나무들의 아름다움에 눈이 팔려 수목원을 걷다 보면 어느새 서해 바다의 잔잔한 파도와 바다내음이 코끝을 스친다.

하루 종일 산책하듯 거닐고 싶어지는 곳이다. 잠시 머물다 갈 게 아니라 아예 며칠 머물러도 좋겠다. 수목원에서 따로 숙소도 운영하고 있으니 흔치 않은 수목원의 밤 풍경을 오롯이 즐겨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쉼 없이 몰려왔다 가는 파도 소리는 자장가처럼 들리겠지. 상상만으로도 노곤한 졸음이 몰려오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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