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풍경을 그리다

정자와 계곡 따라 선비의 발걸음을 좇다 - 화림동계곡

by 푸른가람 2022. 2. 26.
728x90

예로부터 좌안동 우함양이라 불릴 만큼 함양 땅은 영남 유학을 대표하는 학자들을 많이 배출한 곳이었다. 선비들이 시문을 짓고 풍류(風流)를 즐겼던 정자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다. 시원스러운 계곡이 끝없이 이어진다.

함양에는 선비문화탐방로가 조성되어 있다. 길은 화림동계곡을 따라 이어진다.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금천이 육십 리를 흘러내리면서 구석구석마다 기이한 바위와 물웅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예전에 한양에 과거보러 올라갈 때면 반드시 지나야했던 길목이었다고 한다. 거연정에서 시작한 아름다운 길은 두시간 정도를 걸어 농월정에서 마친다.

경남 함양군 서하면 봉전마을 앞을 흐르는 남강천 암반 위에 세워진 거연정은 2005년 경상남도유형문화재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옛 안의 3동의 하나인 화림동계곡으로 농월정, 용유담과 어우러져 절경을 이루는 곳이다.

거연정은 계곡 가에 있어 그 풍광이 탁월하다. 정자에 오르면 계곡을 흐르는 세찬 물소리에 정신이 퍼뜩 들 정도다. 거연정(居然亭)이란 자연에 머문다는 뜻이니 놓인 위치나 이름이 꽤나 잘 어울린다.

인근의 군자정은 조선시대 5현 가운데 한 명으로 칭송되는 일두 정여창을 기리기 위해 세운 정자다. 해동군자가 머물던 곳이니 군자정이란 이름과 잘 어울린다. 자연 암반 위에 세웠는데 규모가 소박하고 아담해 주변 경치와 잘 어우러진다.

길을 따라 한참을 걷다 보면 화림동계곡의 정자 가운데 가장 크고 볼거리가 풍성한 동호정을 만나게 된다 정자 앞 하천에는 큼지막한 너럭바위가 있어 볼거리를 제공해준다. 바위의 이름은 차일암. 바위에는 큼지막한 웅덩이가 있는데 여길 갈 때마다 술을 부워 놓고 음풍농월(吟風弄月)하는 상상을 해보곤 한다.

남강천 큼지막한 너럭바위 위에 빼어난 자태를 지닌 동호정이 놓여있다. 임진왜란 때 선조의 의주 몽진을 도와 공을 세운 동호 장만리를 기리기 위해 그의 후손들이 중심이 되어 1895년 건립한 정자이다. 남강천 담소 중의 하나인 옥녀담에 있으며 화림동계곡의 정자 중 가장 크고 화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정자에서 바깥을 바라보는 풍광도 좋지만 너럭바위에 서서 동호정을 보면 그 화려함이 눈에 띈다. 화림동계곡을 찾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오고, 사랑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 정자는 임진왜란 때 선조 임금을 업고 의주로 피난 갔다는 장만리 선생을 기리기 위해 그 후손들이 세웠다고 한다.

아쉬움이 있다면 몇 해 전 화재로 소실되어 버린 농월정(弄月亭)의 옛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2015년에 함양군에서 다시 복원했다고는 하지만 그 옛날 선비들이 달을 희롱하며 풍류를 즐겼던 그 느낌은 나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