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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함양의 축복, 아름다운 천년의 숲 - 함양 상림

by 푸른가람 2022.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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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양 사람들에겐 그야말로 축복과도 같은 숲이다. 여름엔 희고 붉은 연꽃이 아름답게 피어나고, 가을이면 눈처럼 떨어져 쌓이는 낙엽이 애잔하면서도 화려한 빛의 향연을 선사한다.

신라 말기 최치원이 함양태수로 있을 때 고을을 가로지르며 흐르는 위천의 범람을 막기 위해 물길을 돌리고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었던 것이 지금과 같은 큰 숲이 되었다고 한다. 원래는 대관림으로 불렸다는데 큰 홍수가 나 숲의 중심부가 파괴되자 그 틈으로 집들이 들어서며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가 지금은 상림만 남았다는 이야기다.

36천여 평에 이르는 광활한 터에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뤄 여름에는 무더위를 잊을 수 있는 시원한 그늘을, 가을에는 환상적인 단풍의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있다.

함화루는 ‘멀리 지리산을 바라본다’ 하여 망악루로 불리다가 1932년 상림으로 옮겨오면서 함화루로 고쳐 부르게 되었다. 정면 3칸 측면 2칸짜리 팔작지붕집이다.

매번 상림을 갈 때면 함양 사람들이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지리산 산줄기에서 뻗어 나온 수많은 계곡을 따라 시인묵객들의 정취가 남아 있는 누각과 정자들이 있고, 읍내에는 언제든 고요히 걸을 수 있는 아름답고 오래된 숲이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의 얼굴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아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고 있는 숲 가운데 유일하게 낙엽활엽수림이란 점도 특징적이다. 늦가을이 지나 풍성하던 잎을 모두 떨구어버리고 앙상하게 가지만 남은 모습을 보고 있자면 쓸쓸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느린 걸음으로 풍경을 즐기며 거닐기에 이보다 좋은 숲길이 있을까. 상림을 걸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군데군데 볼 것도 참 많다. 옛 함양읍성의 남문이었던 함화루,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겪으며 쇄국(鎖國)의 의지를 펼쳤던 흥선대원군의 척화비(斥和碑), 함양군 이은리의 냇가에서 발견된 이은리 석불이 나그네의 발길을 잡아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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