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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달이 내려앉은 낙동강을 바라보다 - 도동서원

by 푸른가람 2022.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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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었다. 도동서원의 강당, 사당과 이에 딸린 담장이 보물 제350호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담장 가운데 양양 낙산사의 원장과 더불어 가장 아름다운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받는 곳이다.

기와처럼 가로로 박아 넣은 것이 암키, 중간중간에 있는 둥그런 기와를 수막새라고 하는데 수막새에는 별이나 꽃 모양이 그려져 있다. 암키와 수막새라는 이름도 참 좋다. 담 하나를 두르는 데도 이처럼 많은 정성을 들였다.

도동서원은 한훤당 김굉필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원래 1605년에 현풍의 비슬산 기슭 쌍계동에 있던 것을 이후에 지금의 자리로 옮겼다. 이황이 김굉필을 두고 ‘동방도학지종(東方道學之宗)’이라고 칭송했는데, 도동으로 사액한 이유도 공자의 도가 동쪽으로 왔다고 해서 붙여진 것이다.

도동서원은 조선시대의 이름난 유학자 김굉필을 배향한 서원이다. 처음 이름은 쌍계서원이었는데 임진왜란 때 불탔던 것을 다시 세우고 조정에서 도동(道東)이란 사액을 받았다.

도동서원은 전학후묘(前學後墓)라고 하는 조선 중기 서원 형태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서원 문 앞이 넓게 개방되어 있어 시원스러운 느낌을 준다. 수령이 4백 년이 넘은 고목이 마당에 버티고 서 주인장 노릇을 하고 있다.

서원 앞에는 오래된 은행나무가 주인처럼 서 있다. 이 나무는 김굉필의 외증손자이자 조선 중기의 문인이자 학자였던 한강 정구 선생이 심은 것으로 전해진다. 늦은 가을이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 온통 장관을 이루는데 그 모습을 보러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도동서원 입구에는 수월루(水月樓)가 있다. 병산서원에 가면 만대루에 앉아 유유히 흘러가는 낙동강 물줄기를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는데, 이곳 수월루에서 달이 내려앉은 낙동강의 풍경을 즐겨보는 건 어떨까. 그 옛날 음풍농월하던 선비들의 호사를 그려보곤 한다.

도동서원도 얼마 전에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원 여덟 곳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가을이 깊어지면 서원 앞은 은행나무의 노란 빛으로 물들곤 한다. 도동서원이 주는 귀한 선물이다. 내가 도동서원을 마음에 두고 그리워하는 이유는 바로 이 황홀한 풍경 때문이기도 하다.

 

#도동서원 #낙동강 #김굉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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