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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예상 밖 연승의 기쁨에 취했나?

by 푸른가람 2020.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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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마음이야 응원하는 팀이 경기에서 이겨면 기분 좋고, 지면 화나는 것이 당연하지요. 가끔은 일종의 대리 만족을 경험하게 해주기도 하니까요. 경기 내용까지 좋다면 금상첨화겠지요. 선발 투수는 기본적으로 6, 7이닝을 안정적으로 막아주고, 타선은 적재적소에서 적시타를 터뜨려주며 팀에 리드를 안깁니다. 불펜진은 상대 타선을 압도하는 구위로 팀 승리를 지켜내는 완벽한 승리를 매번 꿈꿔 봅니다.

그런데, 불행히도 이런 경기는 정규시즌 144경기를 통틀어 얼마 되지 않습니다. 우선은 팀 승률 5할을 넘기기가 쉽지 않은데다 트집 잡을 만한 부분이 별로 눈에 띄지 않는 완벽한 경기까지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입니다. 특히나, 삼성 라이온즈와 같이 최근 몇년간 하위권에 머물러 있는 팀의 팬으로서는 언감생심이라고 봐야겠지요.

시즌 초반이라 각 팀의 전력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삼성은 3연패와 2연승의 널뛰기를 하고 있습니다. NC를 만나 세 경기를 내리 질 때만 해도 올시즌도 삼성에는 기대를 걸기 어렵겠다는 평가들이 지배적이었는데, KIA와의 경기에서 2연승의 신바람을 내다보니 팬들의 기대치가 서서히 올라가는 것이 보입니다. 스스로의 전력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것인데, 당장의 승리의 기쁨에 도취되다 보면 그런 것들을 잊어 버리기 십상입니다. 선수들과 팀 관계자들도 그런 것일까요?

오늘 KIA와의 3연전 마지막 게임을 지켜보면서 답답함을 많이 느꼈습니다. 연패에 빠진 최하위팀 KIA는 선발투수로 양현종을 내세웠습니다. 비록 시즌 초반 성적이 좋진 못하다지만 양현종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입니다. 연속안타로 대량 득점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뜻입니다. 많지 않은 기회를 최대한 물고 늘어져 한점씩 쌓아가는 야구를 펼치는 것이 상대 에이스를 만났을 때의 정공법입니다.

기분좋은 2연승에다 2회말에 양현종을 상대로 선취점까지 얻은 삼성의 자신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곧바로 3점을 내주며 1-3으로 역전당한 삼성 타자들에게서 당황한 기색은 보이질 않았습니다. 에이스 투수에도 전혀 주눅들지 않는 모습이었는데요. 3회말 공격에서 선두타자 김성표가 행운의 중전 안타로 무사에 출루하면서 더욱 기세가 올랐습니다.

타석에는 발 빠르고 작전 능력이 뛰어난 박해민이 나왔습니다. 경기 초반인데다가 상위 타선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라면 번트나 치고 달리기 작전이 일반적이었겠지만, 2점차가 멀게 느껴졌던 것인지 삼성 벤치의 선택은 강공이었습니다. 허삼영 감독이 박해민의 타격 능력을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 선택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모르겠네요. 박해민은 잘 때렸지만 결과는 병살타로 끝났습니다.

싱겁게 이닝이 종료되나 싶은 순간, 김동엽의 거포 본능이 또 한번 불을 뿜었습니다. 김동엽은 간결한 스윙으로 좌측 펜스를 넘기는 파워를 자랑했습니다. 경기가 다소 일방적이고 느슨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었는데, 역시 홈런타자가 이래서 꼭 필요한 것인가 봅니다. 오늘 경기에서도 승리를 노려볼만한 흐름으로 잘만 이끌어간다면 상위권 도약까지 노려볼 만한 좋은 기회를 잡았습니다.

하지만, 행운은 여기까지였던 것 같습니다. 우선은 백정현의 제구와 구위가 썩 좋지 못했습니다. 상대 타선을 압도하기 힘들었는데 포수 강민호의 볼 배합마저 단조롭다보니 위기를 자조했습니다. KIA 타선은 나지완의 2루타로 포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나주환과 한승택이 연달아 범타로 물러났지만 다음 타자는 오늘 경기에서 타격 감이 꽤나 좋아 보였던 최원준이었습니다. 좀더 신중하게 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었고, 최대한 유인해 보다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1루를 채우는 편이 좋아 보였는데 삼성의 선택은 정면 승부였습니다.(배터리의 결정이었는지, 덕아웃의 요구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결코 현명한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굳이 결과론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최원준은 깨끗한 우중간 안타로 결국 나지완을 홈으로 불러 들였습니다. 여기까지만 해도, 조금 아쉽기는 해도 어느 정도 납득은 할 수 있었는데 나와서는 안될 장면이 이어집니다. 다음 타자 박찬호의 평범한 땅볼 타구를 잡은 살라디노가 1루에 악송구를 던지고 말았습니다. 물론 타구가 막판에 불규칙 바운드를 일으키기는 했어도 타이밍상 1루에는 여유가 있던 상황이었고, 수비만 믿고 경기에 내보내는 살라디노였기에 결코 해서는 안될 실책을 중요한 순간에 저질러 버린 셈입니다. 안타깝게도 곧이어 김선빈의 적시타와 터커의 연타석 홈런이 터지며 경기는 사실상 KIA쪽으로 완전히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해도 승률 7할을 넘기기 힘듭니다. 질 때 지더라도 어떻게 지느냐 하는 것도 장기 레이스의 정규시즌 운영에 있어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더 많은 승리를 기대한다면 보다 기본적인 부분에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허용하지 않아야 하고, 경기의 맥을 짚어낼 수 있는 거시적인 시각과 때로는 세밀함도 놓치지 않는 냉철한 판단을 갖춰야 합니다.

삼성이 강팀으로 돌아가는 길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의 전력과 상황을 봐서는 아주 길고 지루한 싸움이 되겠지요.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했나요? 야구 역시 결정적인 승부는 정교한 계산과 치밀한 준비에서 갈린다고 봐야 합니다. 실수를 반복해서는 결코 희망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없습니다. 단순히 승패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그 디테일에 좀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삼성라이온즈의 감독과 선수 모두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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