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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개막전 영봉패, 허삼영호가 이끄는 새로운 삼성 야구의 모습은?

by 푸른가람 2020. 5.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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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하는 기대를 가지고 경기를 지켜봤지만 역시 객관적인 전력 차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38일을 기다려 시작된 NC 다이노스와의 2020 시즌 프로야구 개막전은 아쉽게도 삼성의 영봉패로 막을 내렸습니다. 마운드의 높이, 타선의 짜임새와 힘에서 모두 상대에 뒤졌습니다. 제대로 된 득점 기회 조차 만들지 못했으니 지켜보는 삼성팬들을 실망시키기에 충분한 경기 내용이었습니다.

"표적 선발'이라는 말까지 들어가며 NC전에 강한 면모를 보였던 백정현을 선발 투수로 내세웠지만 승리를 가져오지는 못했습니다. 3회까지 초반 투구 내용은 꽤 훌륭했습니다. 1회 나성범에게 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4회 1사까지 단 한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는 완벽한 투구를 펼쳤습니다. 삼진도 4개나 뺐어낼 정도로 구위도 나쁘지 않아 보였지만 결국 나성범의 벽을 넘지 못한 것이 패인입니다.

1년간의 공백을 딛고 복귀한 나성범의 컨디션이 워낙에 좋았습니다. 나성범은 1회초 첫 타석에서 깔끔한 좌전 안타로 건재를 과시하더니 4회초 1사 상황에서 맞은 두번째 타석에서 큼지막한 선제 솔로 홈런으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파울 타구가 맞지 않나 의구심이 드는 타구였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홈런으로 판정이 됐으니 더 할말이 없습니다. 워낙에 잘 맞은 엄청난 비거리를 자랑하는 타구였습니다.  

NC 나성범이 부상에서 돌아온 복귀전에서 3타수 2안타 1홈런의 맹타를 터뜨렸다. [사진출처:오센]

여기까지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상대 타자가 워낙 컨디션이 좋아 정확하게 때려냈으니까요. 하지만 곧이은 양의지의 2루타와 2사 이후에 모창민에게 허용한 우월 2루타는 좀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허삼영 감독 체제에서 수비 위치를 맞바꾼 구자욱과 김헌곤에게 타구가 날아갔고, 결국 결정적인 추가점을 허용하는 상황으로 이어졌습니다.

양의지가 때려 낸 타구는 워낙에 잘 맞았기 때문에 기민한 펜스 플레이를 통해 2루 진루를 막아내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구자욱도 이를 잘 간파했지만 펜스에 맞고 나온 타구를 한번에 잡지 못했고 서두르다 2루 송구마저 빗나갔습니다. 타구의 빠르기와 펜스 플레이를 미리 예상했던 수비, 양의지의 비교적 느린 발을 생각해 본다면 충분히 2루에서 잡아낼 수 있었다고 봤는데, 아쉬운 대목이었습니다.

곧이어 박석민을 3루 땅볼로 처리한 백정현으로선 모창민과의 승부에서 좀더 신중을 기했어야 했습니다. 모든 게 결과론이긴 합니다만 강한 타구를 때려낼 수 있는 모창민이 부담스럽다면 모창민을 거르고 다음 타자 노진혁과 정면 승부를 펼쳐 보는 편이 좋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백정현의 선택은 모창민이었고, 그의 타구는 김헌곤의 글러브를 스치고 결정적인 2루타로 이어졌습니다. 사실상 오늘 경기가 NC 쪽으로 기운 결정적 장면입니다.

이 타구 또한 아주 잘 맞은 타구였습니다. 맞는 순간 장타를 직감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김헌곤의 타구 판단이 좀더 빨랐다면 잡아낼 수도 있지 않았나 조금 아쉬움이 남기는 합니다. 김헌곤의 수비가 구자욱보다 낫고, 송구 능력도 뛰어나다는 점을 감안해 김헌곤과 구자욱의 수비 포지션을 맞바꾼 허삼영 감독의 판단이 정확한 지는 두 선수가 각자의 포지션에서 익숙해질 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개인적으로는 굳이 이 시점에서 포지션 교체를 시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허삼영감독이 이끄는 새로운 삼성 야구를 언제쯤 볼 수 있을까?[사진출처:매일신문]

사실상 이 장면에서 승부의 균형추는 기울어졌다고 봐야 합니다. NC 선발 루친스키가 경기 초반 제구력이 흔들리며 위기를 자초했지만, 삼성 타선은 여전히 무기력했습니다. 거포 타자가 부족한 상황을 탓하는 것이 아닙니다. 큰 것 한방이 필요했던 것이 아니라 정교한 타격과 기민한 주루 플레이 등 허삼영 스타일의 삼성 야구를 보여줄 필요가 있었는데, 결국 아무 것도 보여주질 못했습니다.

겨우 개막전 한 경기가 끝난 상황에서 섣불리 시즌 전체를 예상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직 새로운 감독의 야구를 꽃피우기에 시간이 많이 부족합니다. 좀더 애정어린 시각으로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뭔가 새로운 가능성을 팬들에게 보여줘야만 한다는 것도 허삼영감독은 잊어서는 안될 것입니다. 현재의 자원을 가지고 최적의 효율을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삼성 야구의 가능성을 팬들에게 보여줄 날을 기다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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