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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1번타자 김동엽과 대타 라이블리, 허삼영감독의 용병술 "참 어렵다"

by 푸른가람 2020.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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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개막 시리즈에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치며 스윕패의 위기에 몰린 허삼영 감독이 김동엽을 1번 타자로 내세우는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시즌 초반이고, 홈런타자가 1번 타선에 서지 못할 이유는 없지만 조금 생뚱맞아 보이기는 합니다. 허삼영 감독은 NC의 선발투수 구창모의 공의 궤적과 데이터를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데이터 야구를 중시하는 감독의 성향을 볼 때 앞으로도 이런 파격이 수시로 시도될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개막전을 0-4로 내준 데 이어 어제(5월 6일) 경기마저 3-4 한점 차 패배를 당한 상황이기에 감독 데뷔 첫 승에 대한 욕심이 나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본인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다 보니 다양한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정규리그 개막 이후에도 실험을 계속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스프링캠프 이후 시즌 개막 일정이 뒤로 밀리면서 초보 감독에게는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그만큼 더 주어졌음에도 여전히 팀전력은 짜임새를 갖추지 못해 보입니다.

1번타자로 나선 김동엽은 4타수 1안타에 볼넷을 얻어내며 두번 출루에 성공했습니다. 허삼영감독의 용병술은 성공한 것일까요?

전력분석팀장으로서 다년간 쌓았던 풍부한 경험이 분명 감독직 수행에 도움이 될 부분도 있겠지만, 팀 운영을 전력분석팀장 하듯 해서는 결코 안될 일입니다. 데이터를 얼마나 중시하느냐 하는 것은 허삼영 감독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에 뒤따르는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는 있겠지만 이게 안되면 저거 해보는 식은 곤란하겠지요. 야구 전문가, 야구팬들도 어느 정도 합당하다 인정하는 선을 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의 삼성은 '안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 줍니다. 올해는 좀 다르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했지만 올시즌 역시 출발부터 암담합니다. 기대를 모았던 외국인투수들은 연이틀 선발 마운드에 올랐지만 상대 타선의 예봉을 꺾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NC의 전력 자체가 강한 탓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겠지만 팀의 원투펀치가 지금처럼 허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5년만의 가을 야구를 꿈꾸는 것은 언감생심입니다.

투수력만 탓할 일도 아닙니다. 더욱 큰 문제는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공격력입니다. 공격의 활로를 찾아주어야 할 리드 오프도 없고, 결정적 한방을 터뜨려 줄 클린업트리오는 상대 투수에게 그다지 위협적으로 느껴지지 않습니다. 강력한 2번타자를 외쳐 보지만 경기마다 타선은 뒤바뀌고, 멀티포지션의 명분 아래 야수들은 제 자리를 찾지 못하는 분위깁니다.

기본에 충실한 야구,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 허삼영 감독이 추구하는 야구 나쁘지 않습니다. 장타력 부재가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이를 타개할 다른 묘수를 찾는 수 밖에 없습니다. 그 지향점이 잘못된 것은 아니겠지만 NC와의 개막 3연전에서 보여준 감독의 경기 운영 능력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현재의 전력을 극대화하고, 승리를 쟁취할 수 있는 스마트함이 아직까진 보이지 않습니다.

뭐, 아직 시즌 초반이니까요. 겨우 몇 경기 패한 것 가지고 감독에게 모든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어차피 그룹에서 야구단에 예전과 같은 관심을 보이지 않으니 대형 FA를 안겨다 줄 일도 없을 겁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버텨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감독을 맡았으니 독이 든 성배를 든 셈입니다. 팬들도 모르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당장 우승권에 근접한 두산이나 키움과 같은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도 아닙니다.

팬들은 그저 점수 한 점 내기 위해, 한 베이스 더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해 뛰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겁니다. 애를 써봐도 힘이 부족해서 지는 것이야 어쩌겠습니까. 승리를 향한 결연한 의지, 경기에 이기지 못했을 때의 분한 감정을 선수들에게서 보고 싶은 팬들의 마음이 지나친 것일까요. 최소한 "이런 경기를 내가 왜 보고 있을까?"하는 자괴감을 팬들에게 안겨주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크게 바라는 것도 없습니다. 어차피 실망할만큼 했으니까요.

아..방금 라이블리를 대타로 기용했네요. 그 전에 기사를 보니 라이블리가 타자로서의 능력도 꽤 괜찮다고 허삼영감독이 평가했던데 본인의 판단을 믿고 타석에 내세웠습니다만 결과는 또 별로 좋질 못하네요. 신선한 시도였습니다. 얼마나 타자들이 못 미더웠으면 외국인 투수를 대타로 기용했을까 생각하니 허삼영감독이 참 안스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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