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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최채흥 호투와 살라디노 홈런으로 일궈낸 첫 승

by 푸른가람 2020.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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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첫 승을 신고했습니다. 삼성과 더불어 최약체의 전력으로 평가받고 있는 KIA를 맞아 행운의 5-0 승리를 거두며 지긋지긋한 3연패의 늪에서 탈출했습니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의 노력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날 삼성이 거둔 승리에는 다분히 운이 많이 따라준 것도 사실입니다.

1회말 2번타자 김동엽이 안타로 출루하자 구자욱이 우익선상으로 총알같은 타구를 때려 냈습니다. 스타트가 좋았던 김동엽이 홈까지 쇄도하며 올시즌 처음으로 선취점을 올리는 쾌거를 달성했는데요. 문제는 이 잘 맞은 타구의 주인공 구자욱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1루에서 멈추고 맙니다. 물론 타구 속도가 빨랐고 KIA 우익수 터커의 타구 처리도 신속한 편이었지만 발 빠른 구자욱에게 2루타는 당연해 보였는데 말이죠. 살라디노 타석에서 구자욱은 2루 도루를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타자마저 삼진으로 물러나며 추가점 기회를 날려 버렸습니다.

2회말에도 1사 이후 이원석이 볼넷을 얻어 나가며 공격을 이어 나갑니다. 곧이어 김헌곤의 타구는 잘 맞았지만 1루수 정면으로 굴러가고 맙니다. 3-6-3 더블플레이로 이닝이 종료될 것으로 보였지만 뜻밖의 상황이 펼쳐집니다. KIA 1루수 유민상이 2루로 향해 던진 공이 어이없는 송구 실책으로 이어지며 순식간에 1사 1, 3루의 득점 챤스로 이어지고 만 것입니다. 

멀티포지션 수행 능력이 돋보였던 살라디노가 홈런을 터뜨리며 공격력에서도 보탬이 되고 있다. [사진출처:OSEN]

외국인감독까지 영입하며 분위가 반전을 노렸던 KIA가 시즌 초반 하위권에 머물러 있을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습니다. 후속 타자 김응민의 내야 땅볼 때 KIA 유격수 박찬호의 판단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추가 실점을 막기 위해 홈 송구를 시도했지만 3루 주자 이원석은 여유롭게 홈을 밟았습니다. 경기 초반 승부의 균형추가 급격하게 무너지는 장면이었습니다.

기세가 오른 삼성 타선은 4회 살라디노의 장쾌한 시즌 마수걸이 홈런으로 신바람을 냈습니다. 대구 삼성라이온즈 파크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큼지막한 장외 홈런이었습니다. 사실 공격력에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살라디노지만, 지금까지 국내 무대에 잘 적응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쏠쏠한 활약을 기대케 하고 있습니다. 살라디노는 7회에도 2루타를 터뜨리며 이날 승부에 쐐기를 박았습니다.

공격 첨병으로 나선 박해민이 각각 안타 하나씩을 기록했고, 구자욱과 살라디노가 각각 2안타 2타점으로 팀 타선을 이끌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자면 이날 경기에서만큼은 타선 조합이 잘 맞아 떨어졌습니다. 이 네 명의 타자가 기록한 6개의 안타가 이날 삼성 타자들이 쳐낸 안타의 전부입니다. 심각한 수준의 부진입니다. 한두 타자의 문제가 아니라 타선 전체가 시즌 초반 동반 슬럼프에 빠진 모습입니다.

타격 지도에는 재능이 있다고 알려진 김용달 코치를 영입했음에도 매직은 아직까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치러진 4경기에서 삼성 타선은 124타수 19안타로 겨우 1할5푼3리의 팀타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롯데가 무려 3할대의 팀타율을 자랑하고 있고, 리그 평균 타율도 2할6푼5리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삼성 타선의 침체가 언제까지 이어질 지 우려스럽습니다. 물빠따, 식물 타선이라고 놀림을 당해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최채흥의 호투 덕분에 삼성은 2020 시즌 첫 승을 홈구장에서 기록했다. [사진출처:삼성라이온즈]

이런 상황에서 4선발 최채흥의 호투는 그나마 위안거리가 되어 줍니다. 최채흥은 팀의 연패를 끊고, 허삼영 감독에게 첫 승을 안겨주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5이닝동안 19명의 타자를 상대해 1피안타 무실점으로 역투하며 팀의 시즌 첫 승리를 견인했습니다. 사사구를 5개나 허용한 것이 옥의 티였지만 탈삼진도 역시 다섯 차례 뺐어내며 구위를 뽑냈습니다. 투구수(87개)는 많지 않았지만 5이닝만 던지고 마운드를 장필준에게 넘겼습니다. 삼성은 KIA와 더불어 QS가 단 한차례도 없습니다.

허삼영 감독은 장필준에 이어 임현준, 이승현, 최지광, 우규민 등 필승조를 모두 투입하며 승리를 지켜냈습니다. 최지광이 8회 2사 만루에서 KIA 중심타자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장면이 이날 경기의 하이라이트라고 해야 겠네요. 심창민과 오승환이라는 마무리 자원이 가세하기 전까지는 불펜진의 벌떼작전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타선 뿐만 아니라 불펜진의 조합에도 코칭스탭의 역량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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