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야구·野球·Baseball

삼성 선발진에 윤성환이 낄 자리가 있을까

by 푸른가람 2020. 4. 27.
728x90

연습경기 3연승의 신바람이 그쳐 버렸습니다. 삼성은 지난 25일 한화와의 경기에서 뷰캐넌, 라이블리 두 외국인 투수의 호투 덕분에 시즌 전망이 꽤 밝아 보인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습니다. 여러 스포츠신문에서 최근 몇년간의 삼성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나왔고, 허구연 위원은 강력한 5강 후보로 손꼽기도 했는데요. 정작 삼성팬들은 심드렁한 분위기였습니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연습경기에서 상대한 팀들의 전력이 그다지 뛰어나 보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삼성은 비교적 근거리에 있는 구단들인 KIA, 롯데, 한화를 차례로 만났는데, 아시다시피 지난해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물론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다들 나름대로 전력 보강에 힘을 썼던만큼 지난해 성적을 그대로 대입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두산이나 SK, 키움과 같은 강력한 팀들과 맞붙어봐야 제대로 된 평가를 내릴 수 있다는 뜻일 것입니다.

삼성 선발진의 한 축을 노리고 있는 베테랑 윤성환 [사진출처:스포츠코리아]

27일 다시 만난 롯데와의 경기는 베테랑 윤성환이 주목을 받았습니다. 스프링캠프 기간은 물론 팀 자체 청백전에서 보여준 윤성환의 투구는 의문부호가 붙을 수 밖에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애시당초 강력한 구위를 가지고 승부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빠른 공의 스피드는 더욱 떨어졌고, 예의 칼날같은 제구력과 예리한 커브의 각도 찾아보기 어려워진 것이 사실입니다.

시즌 개막을 며칠 앞두고 있지 않은 시점에서 과연 윤성환이 올시즌 삼성 선발진의 한 자리를 꿰찰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 시험무대라고 볼 수도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윤성환은 벤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네요. 이날 경기에서 그는 3이닝 동안 7피안타 2개의 볼넷을 내주며 7실점했습니다. 안치홍에게는 큼지막한 쓰리런 홈런까지 허용하며 무너졌는데 2회 2사 만루 상황에서 터져 나온 좌익수 김동엽의 실책이 뼈아팠습니다.

물론, 그 실책이 아니었더라도 실점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모습만은 보이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3회말 수비에서는 삼자범퇴로 롯데 타선을 막아낸 것을 보면 베테랑의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켰다고 해야겠네요. 윤성환처럼 구위가 예전같지 않은 베테랑이 마운드에 서 있을 때는 특히 야수들의 수비 도움이 절실한데, 아쉽게도 오늘 경기에서는 야수와의 궁합이 썩 좋지는 않았다고 보여집니다.

허삼영감독이 한두차례 더 기회를 부여할 지는 알 수 없으나 현재까지의 상황으로만 판단해 보자면 현재의 구위로 윤성환이 삼성 선발진에 들어가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물론 그의 풍부한 경험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상대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비장의 무기가 없다면 젊은 투수들의 성장에 좀더 기대를 걸어보는 것이 보다 현명한 판단일 것입니다. 비록 선발투수가 아니라고 해도 윤성환이 팀 전력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은 충분히 해낼 수 있으리라 기대해 봅니다.

오늘 경기에서는 김지찬과 교체되어 나온 양우현의 타격이 눈에 띕니다. 5회 중전안타, 9회에는 시원한 3루타를 쳐내며 갈증나는 삼성 타선에 단비같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3타수 2안타 3타점을 기록하며 1군 엔트리 경쟁에서 한걸음 앞서나가는 느낌입니다. 역시 3타수 2안타를 기록한 최영진과 김헌곤을 제외하면 타격감이 괜찮은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삼성 타선의 힘은 많이 떨어져 있습니다.

그나마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4번 타자 러프는 팀을 떠났고, 이원석도 부상에서 아직 완벽하게 회복된 모습은 아닙니다. 기대주 김동엽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4월 21일 KIA전 8안타 이후 3번의 경기에서 모두 7개의 안타만을 때려내는데 그쳤을 정도로 공격이 활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허약한 공격력을 기민한 베이스러닝으로 만회해보고자 하는 허삼영감독의 고심이 드러나는 대목입니다.

불펜은 차고 넘친다는 세간의 평가에도 불구하고 장필준의 제구력이 여전히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불안 요소입니다. 원래부터 완벽한 제구력을 자랑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경기마다, 상대하는 타자에 따라 기복이 심하면 승부처에서 믿고 맡기기 어렵습니다. 오승환이 6월중에는 돌아온다고 해도 9회 이전에 박빙의 리드를 지켜내줄 선수가 필요합니다. 우규민의 최근 컨디션이 괜찮아 보이기는 하지만 혼자로는 벅차 보입니다. 머리만 기를 것이 아니라 제구력을 갈고 닦는 것이 장필준의 급선무가 아닐까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