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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74

서늘한 가을바람 속 향기로 남아있는 지리산 천은사 인연이 닿았더라면 아마도 일년 전에 천은사를 찾았을 것이다. 이제서야 이렇게 좋은 곳을 알게 된 것이 아쉬울 정도다. 지리산의 넉넉한 품 속에 안긴 듯 자리잡고 있는 지리산 천은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있어야 할 것은 다 갖추고 있는 넉넉한 절이라는 느낌이 든다. 지금껏 전해 내려오고 있는 구렁이 설화가 이 고찰의 오랜 역사를 더욱 돋보이게 해주는 듯 하다. 천은사는 조계종 제19교구 본사인 화엄사의 말사로 전남 구례군 광의면 방광리 지리산 서남쪽에 자리잡고 있다. 화엄사, 쌍계사와 더불어 지리산 3대 사찰로 손꼽힐 정도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인도의 덕운 스님이란 분이 중국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가 전국의 명산을 찾아 다니다 이곳에 천은사를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나 창건에 관한 정.. 2011. 10. 9.
숨겨진 보물, 용문사의 초가을 풍경 제게 예천 용문사란 절은 숨겨진 보물과도 같습니다. 2년전 우연히 이곳을 찾았던 날 이후 가끔 시간 날 때마다 이곳을 찾곤 했었는데 매번 그 느낌이 다른 곳이기도 합니다. 고운사의 말사로 절 자체가 크게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처음 가보면 생각보다 큰 규모와 볼거리가 풍성하다는 데 놀라게 될 겁니다. 용문사에도 가을이 성큼 다가선 느낌입니다. 제게 용문사는 한여름의 푸른빛과 붉은 꽃잎이 대비를 이루던 곳이었는데 이제 계절의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감흥을 발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서둘러 찾아온 차가운 기운에 이끌린 붉은 단풍이 조만간 이 숲길을 온통 울긋불긋하게 단장해주면 용문사를 찾는 즐거움이 또하나 늘어 날 것 같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잘 정돈된 돌.. 2011. 10. 3.
도리사 천진동자불 얼굴 속에 피안이 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도리사를 찾았던 날은 늘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도리사를 찾게 되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리사는 절 입구까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차로 오기 무척이나 편하지만 내게는 첩첩산중에 외로이 고립되어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군대가기전 친구들과 찾았던 소매물도 꼭대기에서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보던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도리사를 처음 찾았던 날은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번잡한 느낌이었다. 경내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원래의 주인들을 밀어내고 있었고, 선원이며 다원이며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사람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새 나오고 있었다. 세속의 번잡함을 잠시 잊어볼 요량으로 찾았던 절에서 풍경소리며 독경소리는 이내 묻혀버려 아.. 2011. 8. 28.
산사의 숲을 거닐다 - 108 사찰 생태기행 전국의 이름난 사찰들을 찾아 다니는 걸 좋아합니다. 절이 좋은 이유는 오래된 절집이 주는 안온함 때문이기도 하지만 절에 이르는 아름답고 풍성한 숲길이 주는 상쾌함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유명한 절집을 소개하는 책들을 검색해 보다 눈에 띈 것이 바로 '산사의 숲을 거닐다' 라는 이름의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사찰생태연구가라는 다소 생소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재일 사찰생태연구소 대표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찾아다닌 수많은 산사의 숲 가운데 108 군데를 고르고 골라 책으로 펴낸 것입니다. 서문에도 나와 있듯 이 책은 단순히 절을 여행하는 사람들을 위해 쓴 글은 아닙니다. 우리의 자연을 사랑하고 산사의 숲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썼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습니다. 가깝게는 경상도로부터 시작해 전라도,.. 2011. 8. 24.
상주 남장사가 드라마에 나왔습니다. KBS 수목드라마 '공주의 남자'에 제 고향 상주에 있는 남장사가 나오더군요. 수양의 딸 세령이 김종서의 아들 승유를 죽음에서 구하기 위해 준 '승법사 여리'라는 혈서를 보고 허겁지겁 달려간 절이 바로 남장사 였습니다. 별 생각없이 보고 있었는데 밤풍경임에도 불구하고 어디선가 많이 본 곳이다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붉은 연등이 매달려 있는 곳은 극락보전 앞입니다. 파란 잔디가 깔려 있고 정갈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라 갈 때마다 참 기분이 좋은 곳인데 이렇게 드라마 속에서 만나니 기분이 참 묘합니다. 물론 실제로 보면 화면보다는 못하겠지요. 사진이나 영상이라는 것은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려 하는 속성이 있는 법이니까요. 이 곳은 개인적으로 남장사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되는 보광전입니다. 특이하게도 보광.. 2011. 8. 21.
고운사 만덕당 마루에 앉아 등운산을 바라보다 연휴 첫날 의성에 있는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그 이전에도 고운사는 여러번 다녀왔었는데 이렇게 무더운 한여름날 가기는 또 처음이었네요. 폭염주의보가 내린 이날은 역시나 무척 더웠습니다. 이따금씩 구름이 따가운 햇살을 가려주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습니다. 그래도 파란 하늘을 쉼없이 흘러가는 뭉게구름이 있어 사진찍기는 좋더군요. 매번 카메라 기종은 달라졌지만 찍힌 사진을 보면 비슷합니다. 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장소나 새로운 구도를 시도해 봄 직도 한데 늘상 비슷한 것을 보면 부지불식간에 굳어지는 습관이란 것이 무서운 겁니다. 이번에는 LX3라는 똑딱이를 들고 아주 편하게 고운사를 한바퀴 잘 돌아보고 왔습니다. 원래 고운사 들어가는 숲길이 참 아름답습니다. 잘 다듬어진 흙길은 매번 걸어도 질리지 않을 정도로 다.. 2011. 8. 17.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 사찰여행 42 까닭 모를 절에 대한 이끌림으로 선택한 책이다. 올해초에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의 작은 절 마흔 세곳을 소개한 '절은 절하는 곳이다'란 책을 재미있게 읽었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나를 위한 여행 테라피라는 부제로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이 책은 지은이 유철상이 10년간 다녀본 절집 가운데 마흔 두곳을 소개해 놓았다. 여행전문기자라는 지은이의 전력이 책 곳곳에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42곳의 사찰들은 대부분이 일반인들에게도 꽤나 많이 알려진 명찰들이다. 제일 먼저 차례를 펴보니 마음, 휴식, 수행, 인연, 여행의 다섯 편으로 이어진 사찰들 중에서 나의 발길이 닿은 곳도 꽤 되었다. 아직 가 보지 못한 열 세곳의 절집에 먼저 눈길이 갔다. 책의 순서를 무시하고 우선은 발길이 닿지 않.. 2011. 7. 25.
황악산 아래 길상지지(吉祥之地)에 세워진 직지사 마치 처음 가 보는 곳인 것처럼 설레임을 안고 직지사를 찾았다. 일 때문에, 혹은 친구들과 이곳에 왔던 것이 대여섯번은 되는 것 같은데 묘하게 절 풍경이 생소하다. 차라리 절 입구에 깔끔하게 조성해 놓은 직지문화공원 모습이 눈에 익다. 이번에는 제대로 직지사 구석구석을 돌아볼 생각으로 일요일 오후 늦은 시간에 직지사로 향했다. 마침 직지문화공원에서는 풍물패 공연이 있어 시끌벅적하니 활기가 넘쳤다. 시민들이 언제든 찾아와 쉬었다 갈 수 있는 이런 공원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가 생각해 본다. 일주문으로 향하는 숲길이 싱그럽다. 아스팔트나 보도블럭으로 포장하지 않은 자연스러운 흙길이라 걷기에 더 좋은 것 같다. 수령이 그리 오래되지는 않아 보이지만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있는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 2011. 6. 8.
계룡팔경의 하나인 가을 풍경이 기대되는 계룡산 갑사 실제로 가 본 갑사는 생각해 왔던 것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단풍이 곱게 물든 갑사의 가을이 계룡팔경의 하나라고 할 정도로 절경이라지만 갑사 오르는 길에서 만나는 초여름의 신록 또한 동학사 계곡의 신록에 뒤질 것이 없어 보였다. 생각보다는 큰 절이었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았다. 계룡산 갑사라고 씌어진 일주문을 지나면 멋진 풍경들이 반겨준다. 수령 수백년은 훌쩍 넘은 고목들이 넉넉한 품으로 하늘을 가려 풍성한 숲을 이루고 있었다. 군데군데 껍질이 벗겨진 나무를 따라 담쟁이가 짝을 이뤄 하늘로 내달리고 있다. 피곤에 찌든 두 눈이 아주 호강을 하는 느낌이다. 부처님 오신 날을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갑사 구석구석에는 연등이 가득이다. 알록달록한 연등의 다양한 색이 온통 푸른빛으로 가득한 산과 계곡의 모습.. 2011. 6. 7.
해질 무렵 햇살처럼 따사로운 기억의 부여 무량사 몇해전 경주 서출지를 들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무량사란 절이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경주 무량사라는 절의 유래나 기원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그 덕분에 충남 부여에 같은 이름을 지닌 무량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빚어낸 필연이었을 것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부여 무량사에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약속을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주와 부여의 여러 곳들을 다니다보니 계획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무량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 다 됐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절 구경을 다 마친 일행이 돌아 나오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적막 속에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내.. 2011. 6. 6.
칠갑산 자락에 두개의 대웅전을 지닌 장곡사 청양이 충청도의 오지라는 사실은 미처 몰랐네요. 청양고추라는 이름의 원조를 두고 경북 청송군과 영양군의 첫 자를 딴 청양이냐, 아니면 충청남도 청양이냐 논란이 많다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공통점이 있다면 세 곳 모두 오지 중의 오지라는 것이겠군요. 제가 살고 있는 대구, 경북지역에는 BYC라고 불리는 세 곳의 오지가 있습니다. B는 봉화, Y는 영양, C는 바로 청송이 되겠습니다. 이 쪽을 워낙 여러번 다녀봐서 오지의 느낌이 어떤 것이라는 건 대충 알고 있습니다만 제가 직접 다녀온 청양은 사실 그기에 비하면 명함 내밀기 어렵지 않나 그런 생각입니다.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장곡사는 그 유명한 칠갑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공주 마곡사의 말사로 절은 아주 소박한 모습입니다. 절의 규모.. 2011. 5. 31.
울긋불긋 연등 속 수덕사 대웅전을 거닐다 수덕사는 오래 전부터 한번은 가보고 싶던 절이었다. 봉정사 극락전, 부석사 무량수전에 이어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수덕사 대웅전이 있고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공주 마곡사와 더불어 충남을 대표하는 큰 절이기 때문이다. 역시 그랬다. 큰 절이고, 워낙 유명한 절이다 보니 찾는 이도 많았고 당연히 번잡했다. 넓디 넓은 주차장을 지나면 입구에서부터 수많은 식당과 상가들이 수덕사로 향하는 발걸음을 잠시 머뭇거리게 했다. 고풍스런 한자 일색인 여느 사찰과 달리 수덕사 입구의 현판은 한글로 씌어져 있어 이채롭다. 양각으로 새겨진 덕숭산 덕숭총림 수덕사란 글씨가 왠지 정겹다. 둘레가 사람 몇이 팔을 벌려도 남을 것 같은 우람한 기둥이 제일 먼저 반겨준다. 잘 정돈된 길가의 풍경이 마치 그림같다. 신록.. 2011. 5.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