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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도리사 천진동자불 얼굴 속에 피안이 있다

by 푸른가람 2011. 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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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도리사를 찾았던 날은 늘 마음이 무거웠던 것 같다. 이 또한 내가 도리사를 찾게 되는 인연이라는 생각이 든다. 도리사는 절 입구까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차로 오기 무척이나 편하지만 내게는 첩첩산중에 외로이 고립되어 있는 섬처럼 느껴진다. 그 느낌은 군대가기전 친구들과 찾았던 소매물도 꼭대기에서 그림처럼 펼쳐진 바다를 보던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도리사를 처음 찾았던 날은 부처님 오신 날 전날이어서 그런지 조금은 번잡한 느낌이었다. 경내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원래의 주인들을 밀어내고 있었고, 선원이며 다원이며 사람들이 모여 앉을 수 있는 곳이면 사람들의 소리가 끊임없이 새 나오고 있었다. 세속의 번잡함을 잠시 잊어볼 요량으로 찾았던 절에서 풍경소리며 독경소리는 이내 묻혀버려 아쉬웠다.
* 태조산 산자락에 자리잡은 해동불교 발상지 도리사 : http://kangks72.tistory.com/639



 


 


 


 


 


한여름날 산사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절 바로 앞에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늘 그렇듯 이번에도 아래쪽에 차를 대고 한참을 걸어 올랐다. 거리는 얼마 되지 않지만 매우 비탈진 길이라 오르기가 그리 수월치는 않은 길이다. 힘들 줄 뻔히 알면서도 산사를 찾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수고는 당연하다 여기고 있다.

 


 


마침 숲 사이로 파란 하늘이 아름다웠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에 담아볼까 하다 내려오는 길에 찍어도 늦지 않을 거란 생각에 그냥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 실수였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늘 시간은 사람을 기다려 주지 않는다. 아름다운 풍경은 정말 찰라의 빛이 선사해주는 선물인 것이다. 기회는 또다시 오지 않는 법이다.

 


 


 


 


이때만 해도 날씨가 괜찮았다. 구름 사이로 군데군데 파란 하늘이 보이고, 간간이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주니 제대로 산사를 찾은 기분이 들었다. 입구를 들어서면 마주치게 되는 설선당과 수선요는 지난해 모습 그대로다. 오늘처럼 바람좋은 날 반야다원에서 차 한잔 마시면 좋겠다 생각했었는데 바깥 구경만 좀 하다가 차 맛 보는 것은 또 다음으로 미뤄야 했다.

 


 


 


 


1년 하고도 몇달의 시간이 흘렀지만 모든 것이 제자리에 있었다. 고요한 적멸보궁도, 오랜 세월의 무게가 전해져 오는 극락전도, 단정한 사대부집처럼 느껴지는 태조선원 마저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느 가수의 노랫말처럼 '시간은 그대로 있는데, 나만 홀로 달라져 있다'는 느낌이 들어 가슴 한켠이 먹먹해졌다.

 


얼굴 가득 환하고 천진난만한 웃음을 띄고 찾아오는 사람들을 반겨주는 천진불자상을 보니 반가웠다. 지난해에는 손바닥에 동전이 한가득이었는데 오늘은 몇개가 되지 않는다. 그렇거나 말거나 늘 그 미소는 따뜻하다. 세상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은 그 동자불의 미소를 보면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이 도리사 천진동자불의 미소에 피안이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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