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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그리다

해질 무렵 햇살처럼 따사로운 기억의 부여 무량사

by 푸른가람 2011.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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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해전 경주 서출지를 들렀다 우연히 만나게 된 무량사란 절이 있었다.
아무리 검색을 해봐도 경주 무량사라는 절의 유래나 기원을 알 방법이 없었는데
그 덕분에 충남 부여에 같은 이름을 지닌 무량사를 알게 된 것도 우연이 빚어낸 필연이었을 것이다.

 


언제고 기회가 되면 부여 무량사에도 꼭 한번 가봐야겠다는 약속을 생각보다 빨리 지킬 수 있게 된 셈이다.
공주와 부여의 여러 곳들을 다니다보니 계획보다 시간을 지체한 탓에
무량사에 도착하니 이미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 다 됐다.

 


 


급한 마음에 서둘러 일주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데 이미 절 구경을 다 마친 일행이 돌아 나오고 있었다.
사방이 고요한데 일행들의 웃음소리가 적막 속에 유독 도드라지게 들렸다.
거동이 불편한 노모를 모신 가족들의 행복한 웃음소리에 내 마음도 절로 따뜻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떤 곳의 기억과 느낌은 이렇듯 그 장소 자체가 아닌, 그것과 연관된 것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앞으로도 무량사를 떠올리게 되면 항상 해지기 직전 따뜻한 햇살의 느낌과
그 속에서 더 밝고 따뜻하게 웃던 그들의 모습이 기억될 것이기 때문이다.

 

 

 


천왕문을 지나 경내에 들어서면 오래된 아름드리 나무가 풍성한 가지를 드리우고 있다.
그 뒤로 흔치 않은 2층짜리 극락전(보물 제356호)이 위용을 드러내고 있다.
무량사 극락전은 조선 중기의 건물로 당시의 목조 건축기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로 평가받고 있다고 한다.

 

 

 


극락전 바로 앞에는 역시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5층석탑(보물 제185호)과
보물 제233호인 석등이 사이좋게 나란히 배열되어 있다.
극락전부터 5층석탑, 석등이 하나의 조합으로 구성된 보물 선물세트인 셈이다.

 

 

 

 

 


무량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기록으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극락전 외에 영산전 등 몇채의 당우가 더 있긴 하지만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 소박하다.
크지 않은 절이지만 넓은 마당이 넉넉했고, 수백년을 함께 한 고목이 있어 정겨웠던 절이다.

 

 

 

 

 


조금만 더 일찍 당도했더라면 좀더 여유를 가지고 풍성한 빛을 담을 수 있었을텐데 매번 이렇게 아쉬움이 남는다.
마치 슈렉처럼 진녹색 얼굴을 한 사천왕상이 다음엔 좀더 일찍 오라며 꾸짖는 듯 하다.
살다보면 또 언젠가는 그럴 기회가 또 오지 않겠는가. 살다보면..

* 무량사 사진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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