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찰74

법보사찰 해인사의 전나무숲에서 배우다 가야산 소리길을 걷고 나서 해인사에 들렀다. 물론 해인사는 부처님의 가르침인 '법', 팔만대장경을 모셔놓고 있는 법보사찰로 유명하다. 불보사찰 양산 통도사, 승보사찰 순천 송광사와 더불어 우리나라 3보 사찰 가운데 하나다. 해인사에 봉안되어 있는 팔만대장경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찾는 발걸음이 더 늘어난 것 같다. 때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 경내에는 형형색색의 연등이 걸려 있다. 불교 신자들에게는 5월의 신록이 산을 타고 오르고, 연등이 바람에 흔들리며 제 각각의 색이 마치 점으로 아로 새겨지는 요즘이 절을 찾기에 가장 좋은 때가 아닌가 싶다. 무심히 지나는 바람 소리, 계곡의 세찬 물소리에도 불심이 가득 차 있는 시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평일 오후여서 그런지 사람들이 많.. 2012. 5. 14.
언제든 다시 찾고싶은 내 마음 속 '작은 절' 청암사 김천에 있는 작은 절이라고 청암사를 소개했다가 아차 싶었다. 물론 수많은 말사를 거느린 조계종 본사는 아니지만 청암사 자체는 결코 규모가 작은 절이 아니다. 대웅전, 진영각, 육화료, 정법루, 극락전, 보광전 등 이름난 당우만 해도 여러 채요,입구에서부터 경내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시원스런 계곡을 낀 숲길을 한참 걸어야 한다. 왜 청암사를 떠올리면서 '작은 절'이라는 생각을 했을까 나도 무척 궁금하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절이 가진 독특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청암사는 비구니 스님들이 수행하는 도량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당우들이 자리잡고 있지만 결코 위압스럽지가 않고 부드럽고 포근하다. 잘 정돈된 정갈한 아기자기함이 그런 착각을 불러온 게 아닐까 혼자 결론을 내려봤다. 청암사가 좋은 이유가 몇가지 .. 2012. 5. 4.
늘 즐겁고 설레는 운문사 찾아가는 길 특별히 새로울 것이 없는 곳일지라도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다. 청도 호거산 운문사 역시도 내게는 그런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는 곳 중의 하나다. 대구에서도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운문사를 찾게 되곤 하는데 언제든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즐겁고 설레는 순간의 연속이다. 운문사를 향해 가는 길은 꼭 이 운문댐을 지나야 한다. 물론 석남사 쪽에서 넘어온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예전에 고개마루를 넘으며 드넓은 운문호를 바라보노라면 시원스런 풍광에만 눈길이 갔었는데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 사실 때문이다. 깊고 푸른 물 속에 잠긴 땅이 한때는 이곳에 살던 누군가의 소중한 삶의 터전이었다는 것은 사실 고향을 잃어버린 적이 없는 내게는 직접적으로 와닿는 느낌은 아니다.. 2012. 4. 20.
세찬 물소리 속에 고요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었던 대원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데 좋은 풍경에 마음을 뺏겨 점심 시간이 지난 줄도 몰랐다. 한적한 시골에 이렇다할 식당도 없어 할 수 없이 대원사까지 주린 배를 부여잡고 오는 수 밖에 없었다. 시장이 반찬이라 했던가.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식당에서 먹었던 산채 비빔밥의 맛깔스러움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한그릇을 뚝딱 해치우고 나니 비로소 정신이 든다. 이제서야 청아한 계곡의 물소리와 이따금씩 불어오는 바람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고 산자락에 걸린 흰구름이 눈에 들어온다. 큰 도로를 지나 대원사 까지는 구불구불 산길을 따라 한참을 들어와야 한다. 다행히 포장이 잘 되어 있어 차로 다니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이왕이면 시원스런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걷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대원사를 떠올리면 먼저 이 시원스런 계곡이 .. 2012. 4. 16.
지리산 계곡 내원사에서 찰라무상의 나를 내려 놓다 뭔가 큰 기대를 가지고 갔던 것은 아니다. 내원사란 절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양산에 있는 천성산 내원사가 제일 먼저 나온다. 산청 내원사에 대한 글들은 그리 많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절이고,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진 유명한 절도 아니다.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나는 기어코 이 작은 절을 찾아 가보려 했던 것인 지도 모르겠다. 큰 도로를 빠져 나와 좁다란 산길을 따라 내원사로 가는 데 바로 옆의 계곡이 온통 흙탕물이다. 지금은 큰물이 질 시기도 아닌데 맑은 물이 흘러야 할 계곡이 이 모양일까 불편한 마음을 가지고 절로 향하는데 중간중간에 이런저런 공사가 한창이다. 펜션을 새로 짓기도 하고 야영장을 손보기도 하고 본격적인 행락철은 아직 한참 남았지만 손길들이 분주하다. 어지러운 공사의 현장은 내원.. 2012. 4. 14.
비암사에 아니오신듯 다녀가소서 비암사는 크지도 않고,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사찰도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 충청도 일대를 돌아다녔을 때도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행선지에서 뺐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마음이었는 지는 지난해 봄에 찾았던 개심사, 그리고 마침내 지난 겨울에 찾았던 비암사를 직접 다녀오고서 깊게 깨우치게 됐다. 입구에 들어서면 절이 한 눈에 다 들어올 정도로 비암사는 규모가 작다. 극락보전, 대웅전, 명부전, 산신각 등 당우들이 단촐하니 사각형 형태로 자리를 잡고 있는 모습이 정겹다. 구석구석 어디를 다녀봐도 깔금하게 잘 정돈된 모습에서 보살님들의 부지런함을 짐작할 수 있다. 따뜻하고 정겨운 느낌이 드는 절이라서 참 좋다. 비암사를 찾았던 그날의 날씨도 그러했다. 2월 중순이었지만 그날은 마치 시간이 한달이나.. 2012. 3. 10.
바람이 지은 집 절 세상 모든 절집은 바람願이 지었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행복을 바란다. 흔히들 '이것만 이루어지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말을 한다. 대부분 그 바람은 무망하다. 바람의 목록은 무한정 늘어난다. 비루한 욕망에서 해탈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행복해지기 위한 바람이다. 그 간극은 아득하여서 야차의 세계와 부처의 세계에 걸친다. 그 사이에서 수많은 불보살이 우리 곁으로 왔다. 절집이 우리 곁으로 왔다. 나는 절을 좋아한다. 불심이 충만한 신자도 아니건만 목적지 없는 떠남의 끝에는 늘 절이 있었다. 그런데 절에 갔다고 해서 법당에서 절을 한다거나 하는 경우도 드물다. 엄밀히 말하자면 절 자체 보다는 절과 속세의 경계를 그어 주는 듯 상쾌한 절의 숲길과 오직 바람이 울려주는 풍경 소리만이 고요함을 일깨우는 그 느낌.. 2012. 3. 10.
수덕사 대웅전에서 부처님과 무언의 대화를 나누다 고속도로에서 몇 km를 밟고 왔는지도 모를 정도로 서둘렀는데도 수덕사 입구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짧은 겨울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저물고 있었다. 급한 마음에 카메라만 대충 챙겨들고 대웅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입구의 수덕여관부터 수덕사 경내에는 볼거리들이 꽤 많지만 이날은 그저 대웅전에서 부처님을 만나뵙는 것으로 만족할 요량이었다. 그래서인지 이날 찍은 사진들은 도무지 별 감흥이 없다. 아주 오래된 목조 건물로 유명한 수덕사 대웅전의 단아함은 언제 보아도 변함없이 좋다. 날씨도 쌀쌀하고 시간대도 그래서인지 관람객이 많지 않아 모처럼 호젓한 산사의 느낌을 맛볼 수 있어 좋았다.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 소리만이 산사의 적막함을 일깨워줬다. 한참이나 먼 거리를 한바퀴 돌아 애시당초 행선지에 없었던 .. 2012. 3. 4.
논산 개태사에서 친근한 느낌의 부처님을 만나다 충남 논산시 연호면 천호리 천하산에 있는 개태사는 고려 태조 왕건과 연관이 있는 절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936년 황산군(지금의 논산시 연산면)에서 후백제 신검의 항복을 받고 마침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왕건이 후삼국 통일이 부처님의 은혜 덕분이라 여기고 이 곳에 개태사를 지었다고 한다. 여느 사찰과는 느낌이 사뭇 다르다. 국도 변에서 멀지 않은 평지에 위치해 있어 깊은 산중에 자리잡고 있는 산사의 고요함을 맛보기는 어렵다. 가파른 산길을 한참 올라 마침내 부처님을 만나게 되는 수고를 덜 수는 있을망정 절에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이 들지는 않았다. 터에 비해 당우들이 많이 남아 있지는 않아 조금 휑한 느낌도 받게 된다. 법상종 사찰이라는 설명도 있고 조계종 소속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일주문과 극락전에 걸.. 2012. 3. 1.
봉정사의 숨겨진 보물 영산암 일상의 번잡함을 잊으려 절을 자주 찾곤 한다. 그 중에서도 안동 봉정사는 내가 자주 찾는 단골(?) 사찰 중 한 곳이다. 매번 봉정사를 찾을 때마다 단 한번도 날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이곳도 이번에는 내가 때를 잘못 맟춘 것 같다. 하필이면 성지순례라는 이름표를 목에 건 수십명의 사람들이 봉정사를 분주히 거닐고 있었다. 산사에 오면 바람에 몸을 내맡기며 울려 퍼지는 풍경소리와 스님의 고요한 독경소리, 목탁 소리만이 혼탁한 속세의 소리를 잠재워 줘서 참 좋았는데 이번에는 사람들의 소리에 이 좋은 소리들이 묻혀 버리고 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물인 극락전 아래에도, 지난해 국보로 승격된 대웅전 안에도 사람들로 가득하다. 봉정사를 찾는 사람들 중에 모르고 스쳐 지나는 곳이 한 곳 있다. 봉정사.. 2012. 2. 28.
석축의 아름다움을 통해 불국사를 다시 보다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제3권에서 불국사를 답사의 시작이자 마지막이라고 얘기한 적이 있다. 그 얘기는 불국사는 누구가 보더라도 아름다워서 꼭 한번은 보고 싶어하는 문화재라는 뜻이기도하고,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가는 여정의 궁극 또한 바로 불국사라는 얘기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사실 불국사는 너무나 유명한 절이다. 우리나라 사람치고 불국사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고, 그 흔한 수학여행이나 경주 여행을 통해서 생애 한번쯤은 불국사 경내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다들 불국사를 잘 안다 여길 지도 모르겠다. 불국사를 와보지 않았더라도 그 유명한 다보탑과 석가탑, 청운교와 백운교 등의 이름을 줄줄이 꿸 정도니 말이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어떤 인연에서였는지 경주에서 학창시절을 .. 2012. 2. 27.
새해 첫날, 고운사에서 절하다 새해 첫날에 의성 고운사를 찾았습니다. 계절을 가리지 않고 봄, 여름, 가을, 겨울 고운사를 찾아 왔지만 이날처럼 고운사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건 또 처음인 것 같습니다. 아마도 새해 첫날이라 부처님 앞에 무릎꿇고 절하러 오신 분들이 저 말고도 또 많았던 가 봅니다. 모두에게 열려 있는 절이지만 그래도 저 혼자 고즈넉한 산사를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욕심은 또 여전합니다. 사람들과 차량의 번잡함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네요. 그래도 고운사는 모처럼 조계종 본사에 어울리는 분주함을 모처럼 되찾은 것 같아서 저의 욕심은 잠시 접어두려 합니다. 두 손을 모으고 절하는 마음은 누구나 간절한 것일테니까요. 절을 자주 찾아다니고는 하지만 예전에는 그저 절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두는 것에 만족했었습니다. 무엇이 가로막았.. 2012. 1.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