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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74

백제 불교 도래지 영광 불갑사에서 맞이한 봄 예전에 "호남의 절들은 영남 신도들이 다 먹여 살린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경상도와 전라도 지역의 사찰에서 받는 느낌이 다르다. 조계종 본사인 큰 절들도 경상도 절들에 비해서 화려함이 훨씬 덜 하고 담백하다. 겉으로 드러나는 절의 위용과 불상의 화려함이 불심을 나타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불교 정신을 중심으로 삼국 통일을 이뤘던 신라와 마찬가지로 백제 역시 그 옛날에는 부처님의 땅이었다. 그 믿음과 기원의 깊이는 결코 뒤지지 않을 것이니 진정한 산사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려면 전라도로 떠나보라 권하고 싶다. 백제 최초의 불교 전래지라고 알려진 불갑사는 전라도 영광 법성포 가까이에 있다. 전해지는 얘기로는 백제에 불교를 전래한 마라난타가 침류왕 원년이던 384년에 이곳을 터를 잡았.. 2011. 5. 24.
벚꽃 만개한 개심사에서 마음을 열다 개심사(開心寺). 참 멋진 이름을 가진 절입니다. 직접 가보면 이름만 멋진 게 아니라 그 이름에 어울리는 아름다움과 멋을 가진 절이란 걸 알게 됩니다. 모처럼 산사라는 이름에 걸맞는 아담하고 조용한 절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습니다. 충남 서산시 운산면 신창리 상왕산 자락에 자리잡고 있는 개심사는 작은 절입니다. 예산에 있는 수덕사의 말사로 백제 의자왕 11년때 지어진 것으로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절의 규모에 비해서는 많이 알려진 탓인지 주차장은 많은 차량과 사람들로 복잡했습니다. 입구의 상가를 지나 조금만 걸어가면 상왕산 개심사라는 현판이 붙어 있는 일주문을 만나게 됩니다. 보통의 절처럼 평탄한 길을 조금만 걸어 가다보면 절을 만나게 되겠거니 생각했는데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올라가 가뿐 숨을 몰아쉴 .. 2011. 5. 22.
백제 최초의 천년고찰 나주 불회사 월출산 도갑사를 떠나 다음 행선지로 잡은 곳이 불회사였다. 나주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때 인도의 승려 마라난타가 영광 법성포에 당도해 꽃무릇으로 유명한 영광 불갑사를 백제 최초로 창건한 후 이곳으로 와 절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불회사의 창건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어 어떤 것이 사실인지 확인하기는 곤란하지만 어쨌든 백제 초기 불교 전래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곳으로 평가되고 있다. 절 입구에는 넓은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 같으면 여기에 차를 세워두고 길을 따라 한참을 걸어갔을텐데 잠깐동안의 피곤함을 이기지 못하고 좁은 길을 따라 차를 몰아 불회사 입구까지 당도했다. 몸은 잠깐 편하긴 했지만 입구의 돌장승이며 길을 따라 걸으며 느릿느릿 주변의 풍경을 눈에 담지는 못했으니 결국 얻은 것보다는 .. 2011. 5. 9.
같은 이름, 전혀 다른 분위기의 경주 대흥사 인터넷에서 대흥사라는 이름으로 검색을 해 보면 전국 여러 곳에 있는 절들이 나오지만 경주 대흥사는 그곳에 없다. 아마도 추측컨대 대흥사라는 절 자체의 역사가 짧은서가 아닐까 싶다. 대흥사가 속해 있는 염불종이란 종단 자체도 1991년에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만 20년을 맞게 되었다. 바로 전에 소개한 해남의 대흥사와 많이 비교된다. 역사와 절의 규모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 또한 많이 다르다. 대흥사는 포항에서 영천으로 가는 28번 국도를 따라 가다 옥산서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따라 좌측 편의 자옥산 언저리에 세워져 있다. 멀리서 봐도 돔 형태의 독특한 모양이 눈에 확 띈다. 들어가는 길이 좀 좁긴 하지만 주차장에 관광버스 몇대가 서 있는 걸 보면 오가는데 큰 무리는 없어 보인다. 높은 계.. 2011. 5. 6.
월아산 푸른 계곡에 있는 청곡사 푸른 계곡에 있는 절이라는 이름을 가진 청곡사는 진주시 금산면 갈전리의 월아산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신라 헌강왕 5년(879)에 도선국사가 진주를 지나갈 때 푸른 학이 남강 변에서 월아산으로 날아와 앉기에 도선국사가 월아산을 둘러보니 성스러운 기운이 충만해 이 곳에 절터를 잡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터는 두개의 물줄기가 하나의 연못으로 합쳐진 위쪽에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상이라 합니다. 학이 알을 부화한 뒤에 날아가지 않도록 학의 목을 고리로 채운다는 뜻에서 탑에 원형 고리와 원주를 세워 놓았었는데 지금은 다 깨어지고 형태만 남아 있습니다. 실제로 청곡사 아래에는 작은 연못이 하나 있는데 풍수를 배우는 사람들이 이 절을 많이 찾고 있다고 하네요. 청곡사를 찾았던 날은 무척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2011. 4. 15.
태실수호사찰으로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성주 선석사 몇 해 전에 선석사를 우연찮게 들렀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이 사찰이 유구한 역사를 가진 이름있는 곳인지 미처 몰랐었다. 경북 성주군 월항면 인촌리의 선석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는 선석사는 바로 인근에 있는 세종대왕자태실과 깊은 관련이 있다. 사실상 태실수호사찰로서 조선시대 이후로 그 명맥을 이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선석사는 신라 효소왕 1년(692)에 의상대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원래 이름은 신광사였고 위치도 지금 자리보다 서쪽에 있었는데 이후에 고려 공민왕 10년(1361)에 나옹대사가 주지로 있으면서 지금의 위치로 옮겼다. 대웅전을 옮기려고 터를 닦다가 큰 바위가 나왔는데, 이런 연유로 절 이름을 선석사로 고쳐 지었다 한다. 소설가 정찬주의 '절은 절하는 곳이다'라는 책에 보면 선석.. 2011. 3. 20.
수많은 돌탑과 소나무로 기억되는 비슬산 유가사 대구에 살면서도 유가사는 이번이 처음이었다. 한번쯤 가봐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는데 한시간이면 족한 그 거리가 지금까진 왜 그리 멀게 느껴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아직 봄을 느끼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서둘러 유가사를 찾았던 데에는 얼마전에 읽었던 '절은 절하는 곳이다' 라는 책에 연유한 바가 크다. 이 책 표지에 바로 유가사가 나온다. 스님이 비슬산을 향해 합장하고 있는 모습이 시선을 잡아 끈다. 사진 한장에서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는 것 같다. 나를 이른 봄날의 유가사로 이끈 것이 바로 그 사진이었다. 나 역시 사진을 몇년간 찍어 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느끼게 되는 것은 사진이란게 실제는 결코 사진(寫眞)이 아니라 사실의 왜곡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가사는 돌과 소나무의 절로 기억에 남을 것 .. 2011. 3. 18.
은진미륵의 빛으로 가득찬 논산 관촉사 관촉사는 논산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습니다. 반야산이라는 나즈막한 산에 자리잡고 있는 관촉사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인 공주 마석사의 말사로 고려 광종 19년(968년)에 혜명이라는 스님이 불사를 시작해 1006년에 완공하였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 절은 역시 은진미륵이라 불리는 석조미륵보살입상으로 유명합니다. 이번에 관촉사를 찾았던 것도 순전히 이 은진미륵을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일주문을 지나고 반야교를 건너 여러 개의 계단을 올라 그리 넓지 않은 관촉사 경내에 들어서면 저 멀리 은진미륵의 거대한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보물 제218호이기도 한 은진미륵은 완성하는데만 무려 38년의 세월이 걸렸다고 합니다.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세상을 굽어 살펴보고 있는 이 은진미륵은 높이가 18.2m, 둘레가 .. 2011. 3. 12.
춘마곡추갑사(春麻谷秋甲寺), 봄경치가 아름다운 공주 마곡사 마곡사는 충남 공주시 사곡면 운암리 태화산 동쪽에 자리잡고 있는 조계종 제6교구 본사로서 신라 선덕여왕 9년(640년)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일제시대 때에는 31본산 가운데 한곳으로 충남지역 일대의 100여 사찰을 거느린 대찰이었고, 지금도 인근의 70여 말사를 관장하고 있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절의 규모가 많아 축소되었습니다. 마곡사가 위치한 산과 물의 위치는 태극형으로 택리지나 정감록 등에 따르면 전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고 합니다. 아쉽게도 비서들의 예언은 맞아 떨어지지 않은 것 같네요. 마곡사는 1172년(고려 명종 2년) 보조국사 지눌이 중창하기 이전까지는 폐사가 돼 도적들의 소굴로 이용되었었고, 임진왜란 때도 큰 화를 입어 모든 건물이 소실된 아.. 2011. 3. 12.
절은 절하는 곳이다 저는 절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불심이 충만한 신자는 아닙니다. 그저 고즈넉한 산사에 갔을 때 느껴지는 포근함이 좋고, 절을 감싸고 있는 산자락과 잘 어울리는 누각과 당우들을 카메라에 담는 순간이 좋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몇해 전부터 작정하고 주변의 이름난 고찰들을 돌아보는 중입니다. 전국에 수백 수천의 절이 있을 겁니다. 이 중에서 어딜 가볼까 선택하는 것은 늘 고민거리입니다. 이번에 그 힘든 선택에 도움을 주는 책이 한권 나왔더군요. 인터넷에서 책을 검색하다 우연히 이 독특한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는 무언가에 홀리듯 바로 주문을 했습니다. '절은 절하는 곳이다' 라는 알듯 말듯한 제목을 가진 이 책은 소설가 정찬주가 남도의 작은 절 마흔 세곳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책의 지은이는 꽤 유명하신 분.. 2011. 2. 27.
작지만 헤아릴 수 없을만큼 큰 경주 무량사 무량사를 검색해 보면 전국에 산재한 여러 곳의 사찰이 나옵니다만 제가 오늘 소개하려고 하는 경주 무량사는 보이질 않더군요. 그래서 그 역사도 유래도 잘 모르겠습니다. 입구에 붙어 있는 현판을 통해서 조계종 소속의 사찰이라는 것을 짐작할 뿐입니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큰 사찰은 아닙니다만 서출지 바로 옆에 자리잡고 있어 한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이 사진들은 1년쯤 전에 찍은 사진들입니다. 무량사를 생각하니 지금도 절을 지키고 있던 백구의 우렁찬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보시다시피 아주 자그마한 사찰입니다. 지어진 것도 그리 오래된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사람들을 불러 모을만한 이름난 문화재나 휘황찬란한 불상도 있지 않습니다만 법당도 있고, 마당에 석탑도 있고 범종각도 있어 제법 구색을 갖춘 느낌.. 2011. 2. 18.
팔공산 자락에 자리잡은 대구 불교의 모태 북지장사 북지장사는 그 유구한 역사나 의미에 비해서는 일반인들에게 많이 알려진 절은 아닙니다. 저 역시도 동화사나 파계사, 부인사 등 팔공산 아래에 있는 사찰들은 한두번씩 가봤지만 북지장사는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팔공산 오르는 도로를 가다보면 북지장사로 가는 길을 안내하는 큰 표지판이 붙어 있는데 왜 그전에는 그곳을 지나면서도 한번도 본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인지 이상합니다. 동화사에 들렀다 내려오는 길에 북지장사로 향해 봅니다. 겨울철이라 곧 해가 질 시간이라 마음이 급했습니다. 방짜유기박물관을 지나니 큰 길 옆으로 작은 길이 나 있습니다. 이게 북지장사 가는 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차 한대가 겨우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이 좁습니다. 조금 올라가다보면 중간중간 차가 비켜갈 수 있는 교행공간이 있지만 운전이 서.. 2011. 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