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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이용찬의 PO 기용은 김경문 감독의 무리수

by 푸른가람 201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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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김경문 감독이 삼성과의 플레이오프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이용찬을 포함시킨 것을 두고 야구팬들 사이에 비난 여론이 증폭되고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용찬은 시즌 말미에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켜 큰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습니다. 그로 인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서 빠지기도 했지요.

대부분의 야구팬(물론 일부 두산팬들의 속마음을 달랐을 지 모르겠지만)은 법원의 최종 판결이 내려지기 까지 이용찬이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페난트레이스는 물론 최소한 올시즌 포스트시즌 경기 출전은 어렵지 않겠냐는 것이 야구계 안팎의 중론이기도 헀습니다.


그래서 이용찬이 준PO에서 뛰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도 선수 개인이나 두산이라는 팀을 생각한다면 물론 아쉬운 점이 있지만 두산 구단이 바람직한 선택을 했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두산과 롯데의 준플레이오프가 혈전 속에 치러지는 가운데 이용찬의 PO 엔트리 포함 가능성에 대한 보도가 눈에 띄기 시작하더군요. 

자세히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략적은 분위기는 "속죄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언뜻 들어보면 이용찬이 플레이오프에서 뛰는 게 상당히 의미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속죄의 대상이 누구일까요? 이용찬의 공백으로 인해 준플레이오프 내내 속앓이를 해야 했던 두산팬들의 대한 속죄라면 그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할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두산 김경문 감독에 대해서는 참 호감을 가지고 있는 편입니다. 야구 스타일도 그렇고, 팀을 이끌어가는 리더십도 갖추고 있는 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순리대로, 원칙에 맞게 지금껏 잘 해왔다고 생각되는데 이번 이용찬 건은 아무리 생각해 봐도 김경문 감독의 무리수로밖에 보여지지 않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용찬만 있었더라면 두산이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그렇게 힘든 경기를 하지 않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또하나 어쨌든 야구를 직업으로 하는 선수에게 무작정 언제까지 출장정지를 시키는 것도 가혹한 일입니다. 뼈저린 반성의 시간을 보낸 후엔 언제고 다시 마운드에 올라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그러나 그때가 지금은 아닙니다. 설사 이용찬의 기용이 단순히 팬들이 제기하는 삼성과의 플레이오프전의 전력 향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도, 순수하게 이용찬이 팬들에게 속죄투(?)를 하기 위한 것이라도 해도 너무 빠릅니다.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졌다고 보기도 어렵고, 실제로 이 상태로 이용찬이 마운드에 오른다면 과연 야구팬들이 고운 시선으로 그를 바라볼 수 있을까요?

이용찬을 위한 일이었다고는 해도 결과적으로 이용찬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 올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좀더 긴 호흡으로 좀더 멀리 볼 수 있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무엇이 진정 이용찬이라는 미래가 보장된 젊은 선수에게 득이 되는 선택일 지 김경문 감독은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 아침에 작성하던 글인데 확인해 보니 두산에서는 하루만에 이용찬을 엔트리에서 빼고 대신 성영훈을 등록시켰다고 하네요. 자칫 파문이 확산될 수도 있었는데 조기에 교체한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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