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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미라클 두산, 2패후 3연승의 신화를 쓰다

by 푸른가람 2010.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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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뚝심'의 두산 베어스가 마침내 롯데를 물리치고 삼성의 플레이오프 파트너가 되었디. 4차전까지 양팀이 보여줬던 박빙의 승부와는 달리 5차전은 초반에 사실상 승부가 갈리며 좀 싱거운 경기가 되고 말았다. 준플레이오프 다섯 경기를 모두 지켜봤지만 2패후 3연승을 일궈낸 두산의 시리즈 역전은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울 정도다.

잠실구장에서 열린 양팀간의 준PO 5차전 경기에서 두산은 선발 김선우의 역투와 포수 용덕한의 선취 2타점 적시타 등 활발한 공격을 보인 타선의 조화 속에 롯데에 11:4 완승을 거뒀다. 이로서 두산은 홈에서 당했던 1,2차전 패배를 딛고 내리 3연승의 신바람을 타며 대구행 버스에 몸을 싣게 됐다. 두산이 거둔 2패후 3연승은 역대 준PO 사상 전무후무한 진기록이다.


김선우, 에이스의 이름으로

두산 선발 김선우는 5이닝을 7피안타 3실점으로 막아내며 준플레이오프에서 첫 승을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팀에는 플레이오프 진출이라는 귀한 선물을 안겼다. 구위 자체는 썩 뛰어나진 않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에이스의 책임감은 더욱 빛났다. 노련한 위기 관리능력에 야수들의 호수비까지 이어지며 역전 드라마의 주인공이 됐다.


'미운 오리' 왈론드의 재발견

3차전 승리의 디딤돌을 놓았던 왈론드가 5차전에서도 중간 계투로 등판해 2와 1/3이닝을 1실점을 막아내며 팀 승리에 공헌했다. 왈론드는 롯데가 맹렬한 추격의 불씨를 지피던 6회초 1사 1,2루 위기 상황에서 고창성을 이어 마운드에 올랐다. 이미 롯데는 2점을 따라 붙으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다음 타자는 가르시아와 전준우. 가르시아는 비록 타율이 저조했지만 언제든 공을 외야 펜스 너머로 넘겨 버릴 수 있는 일발장타를 가지고 있어 부담스러운 타자였다. 왈론드는 무리한 직구 승부 대신 각이 큰 변화구를 앞세워 가르시아를 가볍게 삼진을 돌려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번 준플레이오프 최고의 히트상품인 전준우마저 3루 땅볼로 잡아내며 급한 불을 껐다.


Dragon, The Khan - 최고의 자리에 오르다

가을야구는 누군가 미쳐야 이긴다고 했다. 바로 두산의 용덕한을 두고 하는 말인 듯 싶다. 용덕한은 신인왕 0순위 양의지에게 밀리며 백업 포수 역할로 가까스로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2차전까지는 경기에 출장 기회조차 잡지 못했다. 홍상삼과 짝을 이뤄 3차전에 선발 출장하긴 했지만 이렇다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초반에 양의지로 교체되는 수모를 감수해야 했다.

그러던 그에게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양의지가 신인의 한계를 노출하며 공수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다 4차전에 급작스런 허리 부상으로 출전이 어렵게 된 것. 용덕한은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3안타를 폭풍처럼 터뜨린데다 수비에서도 전준우를 견제사 시키는 등 4차전 팀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4차전 MVP에 선정되는 깜짝 활약을 펼쳤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저 한경기 반짝하는 정도로 알았다. 그런데 용덕한의 진면목은 최종 5차전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3타수 3안타 3타점에 2득점의 맹활약을 펼친 것이다. 안타도 영양가 만점짜리였다. 특히 2회초 1사 1,2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팀에 귀중한 선취득점을 안긴 장면은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새로운 가을 사나이로 등장한 용덕한에게 준플레이오프 MVP는 당연한 보상이라 할 것이다. 페난트레이스에서 겨우 43경기에 출장해 타율 1할4푼3리를 기록하던 백업포수 용덕한에게 이번 가을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만약 양의지의 부상이 없었더라면 용덕한의 스타 등극도, 두산의 플레이오프 진출도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롯데 공격의 맥을 끊은 두산의 호수비 릴레이, 두산 스타일의 야구를 되찾다

앞서 몇번의 리뷰에서도 여러차례 강조했듯 두산의 승리 방정식은 단순하다. 탄탄한 수비와 기민한 주루플레이가 바로 그것이다. 물론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타자를 무려 5명이나 보유하고 있는 강타선이지만 포스트시즌처럼 큰 경기에서는 홈런 보다는 1점차 승부에서 이길 수 있는 세밀함이 필요한데, 바로 두산 야구가 그것에 특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시리즈 초반 두산 스타일의 야구가 실종된 탓에 내리 2연패를 당했던 두산이 3차전 롯데 수비요정 이대호의 실책 덕분에 반전의 계기를 잡은 후 두산 선수들의 플레이가 달라졌다. 바로 두산다운 야구를 하게 된 것이다. 5차전에서도 두산의 호수비는 고비 때마다 빛났다.

4차전에서 오재원이 그 하이라이트였다면 5차전에서는 이원석의 호수비가 롯데 공격의 맥을 완벽하게 끊어 놓았다. 비록 5차전까지 가는 혈전을 치룬 탓에 투수력에서 큰 소모가 있긴 하지만 수비력과 타력, 주루플레이 면에서는 거의 최고의 상태에 있어서 여유롭게 기다리고 있던 삼성으로서도 내심 부담이 클 것으로 보여진다.


만루챤스가 오히려 두려운 롯데

오늘 경기에서도 롯데는 만루 챤스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며 결국 두산에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내내 롯데는 만루 징크스에 시달렸다. 특히나 그 챤스가 이대호, 홍성흔 등 중심타선에 걸린 경우가 많았는데 그 흔한 외야 플라이 하나 쳐주지 못했다는 것은 홍대갈로 불리는 롯데 중심타선에 비난이 쏟아질만 하다.

물론 홍성흔이나 이대호, 가르시아 모두 부상 때문에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고, 특히 이대호는 발목 부상으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2차전 11회 연장에서의 결승 3점 홈런을 제외하면 페난트레이스 타격 7관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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