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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4게임 연속 한점차 승부, PO는 사상 최고의 명승부?

by 푸른가람 2010.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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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삼성이 8회에 터진 박한이의 결승 희생타에 힘입어 두산에 8:7 짜릿한 한점차 승리를 거두며 기사회생 했습니다. 이로서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다시 균형을 이루게 됐는데, 최종 승자가 누가 될 지 도무지 점치기 어려운 상황의 연속입니다. 혹자는 4차전까지 내리 네게임 연속 한점차 승부가 계속되고 있는 올 PO를 사상 최대의 명승부전이라 일컫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그럴 만도 합니다. 피 말리는 승부가 계속되다 보니 야구팬들의 관심도 그 어느 해보다 더 높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정규방송을 핑계로 중계를 중단했을만도 한데, 5시간 넘게 경기가 계속되어도 중계를 끊는 경우가 없습니다. 그만큼 시청률이 나오니 가능한 얘기겠지요. 당초 플레이오프 5차전은 지상파TV 중계가 잡혀 있지 않았는데, 긴급하게 KBS에서 새로 편성을 하는 걸 보면 야구의 인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그런데 지금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이런 대중적 인기와는 별개로 이번 삼성과 두산의 플레이오프가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될 명승부전이냐 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보여 집니다. 사실 명승부전이라는 견해가 있는 반면, 막장도 이런 막장이 없다는 쓴소리를 마다않는 팬들도 많은 것이 사실이니까요.


선발투수의 실종 "5회만 넘겨다오"

야구를 일컬어 투수 놀음이라고 합니다. 그만큼 투수에 대한 비중이 높은 스포츠입니다. 그중에서도 역시 선발투수가 누구냐에 따라 승부를 예상하게 마련인데,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는 선발투수 능력의 기본적 잣대인 QS는 커녕 5이닝을 제대로 채운 선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입니다.

3차전 선발이었던 두산 히메네스가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했고, 삼성 배영수도 5이닝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체면은 세웠지만 나머지 투수들은 무늬만 선발이지, 정말 제일 먼저 나오는 투수에 불과했습니다. 선발투수가 이닝을 소화해주지 못한 것이 결국 불펜의 부하를 유발했고, 경기 막판 대량득점이 오가는 치열한 타격전이 벌어지는 단초를 제공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100% 도루 성공, 안방마님의 수난시대

제가 사회인야구를 조금 해 본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사회인야구도 선수출신이 대부분인 1부의 경우에는 도루 저지를 하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만 2, 3부 리그의 경우에는 출루가 곧 3루를 보장받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올 플레이오프가 딱 그렇습니다. 특히 두산의 경우 도루성공율 100%를 기록중입니다.

물론 두산이나 삼성의 기동력이야 워낙에 알려진 것이니 도루가 상대적으로 많고, 그 성공율도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대의 수가 뻔히 보이는 마당에 삼성에서도 플레이오프를 준비하는 기간 동안 분명 그에 대한 대비책을 세워 놓았을 겁니다. 그런대도 단 한번의 도루저지도 성공하지 못헀다는 건 문제가 심각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박빙의 승부도 아니고 아예 2루 송구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허다하더군요. 비단 단순히 포수만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닙니다.


최강이라던 삼성 불펜, 빛좋은 개살구

삼성은 선동열감독 부임 이후 불펜을 중심으로 지키는 야구를 표방해 왔습니다. 그동안 2005년과 2006년 쌍권총과 오승환의 철벽 마무리르 앞세워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제패에 성공하는 등 나름 선동열식 야구를 해왔고, 올 플레이오프를 앞두고도 삼성은 비록 오승환이 이탈했지만 안지만이 그 공백을 충실히 메워주며 또 한번 불펜의 힘으로 우승에 도전하려 했습니다.

하지만 4차전까지 보여준 실상은 비참합니다. 준플레이오프 5차전을 치르며 거의 체력이 고갈된 두산 마운드에 비해 상대 우위에 있는 것은 하나도 없을만큼 불펜진이 고비에서 무너지며 힘든 경기를 하고 있습니다. 유일한 좌완 불펜인 권혁의 부진이 촉매제가 되어 불펜 붕괴의 도미노를 일으킨 꼴입니다.

차우찬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고, 잠실에 강하다던 장원삼을 3차전 선발로 돌리는 변칙적인 투수 운용으로 승부수를 띄운 선동열감독의 패착입니다. 컨디션 난조가 눈에 보이는 권혁을 2차전 이후에도 매번 승부처에 올린다든지, 19살짜리 신인을 3차전 연장 11회에 마운드에 올려놓고 그 숱한 위기상황에 방치해 둔 모습은 과연 선감독이 투수운용의 귀재로 불릴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을 던지게 합니다.

물론 투수들의 전반적인 컨디션이 페난트레이스 같지 않다고는 하지만 이는 분명 감독이 책임져야 할 사안입니다. 그 오랜 기간 플레이오프를 대비하면서 도대체 무슨 준비를 했는지 의의합니다. 아무리 두산의 저력이 대단하다고 한들 사실 삼성 입장에서 보자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명승부가 아니라 쉽게 이길 수 있는 경기를 어렵게 끌고 가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실책이 승부를 가르다

제가 개인적으로 팀이나 리그의 야구의 수준을 평가하는 기준은 바로 수비력에 있습니다. 그 다음이 투수력이 되겠지요. 수비력이라는 관점 하나로만 본다면 이번 플레이오프는 명승부라고 보여지진 않습니다.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삼성이나 두산 모두 촘촘한 내야 수비를 자랑하는 팀입니다. 그런데 고비때마다 어이없는 실책이나 폭투가 이어지며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다보니 보는 사람들은 끝까지 승부를 예상할 수 없고, 이것이 팬들의 흥미를 일으키는 것은 당연합니다. 재미있기는 할 망정, 명승부라고 불릴 수는 없는 이유입니다. 수준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계산이 선다는 것이고, 그 셈의 기본은 역시 수비에 있습니다. 5차전에서만큼은 실책으로 희비가 엇갈리는 장면을 보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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