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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PO 2차전 두산이 차려준 밥상을 걷어차버린 삼성의 위기

by 푸른가람 2010.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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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전까지 보고나니 삼성의 한국시리즈 진출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생각이 드네요. 1차전이야 워낙 오랫동안 쉬다 보니 경기감각이 떨어져서 그렇다고 위안을 삼았습니다. 게다가 다 졌던 경기를 8회말 극적인 역전 홈런으로 뒤집었으니 선수단의 사기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지요. 당연히 2차전부터는 삼성의 페이스로 시리즈를 리드해 나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왠걸 우중충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열린 2차전 역시 삼성의 경기 내용은 암울하기 그지 없었습니다. 배영수는 원조 에이스의 책임감으로 초반 위기를 꾸역꾸역 무실점으로 막아냈지만 결국은 중반 이후 고비를 넘기기에는 무리였습니다. 어차피 삼성이란 팀이 불펜 중심의 야구를 펼치는 팀이고, 페난트레이스 때에도 5회만 넘기면 어김없이 선발투수를 교체하던 선동열감독이었다고 한다면 플레이오프전의 투수운용은 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많습니다.


1차전에서는 그 위태로운 상황에 경험많은 베테랑 불펜진을 제치고 정인욱을 투입해 팬들의 의구심을 자아내더니 2차전에서는 불펜진 가운데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던 권혁을 또한번 승부처에 냈다가 다시한번 경기를 꼬이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포스트스즌만 가면 페난트레이스와 달리 작두를 타던 선감독의 운도 이제 다 한 것일까요?

정인욱의 기용이야 새끼사자를 벼랑 끝에서 떨어뜨린다는 어미 사자의 심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해도, 두 경기 모두 권혁의 투입이 악수를 두었다는 점은 심각하게 고심해 봐야 할 대목입니다. 차우찬과 장원삼을 제외하면 믿을만한 좌완 불펜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권혁이 부진이 계속된다면 플레이오프 향방에 큰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위기상황에 처하게 됐습니다.

비난의 화살을 투수들에게만 쏟아부을 수는 없습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타선의 침체와 야수들의 매끄럽지 못한 수비에 있습니다. 클린업트리오를 이루고 있는 중심타자들은 그냥 쉬어가는 타선으로 전락해 버렸고, 마땅한 대타요원도 없습니다. 콜 플레이와 같은 기본적인 수비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주지 않아도 될 점수를 주고 결국 그 점수가 결승점이 되버린 셈이지요.


어제 플레이오프 2차전은 삼성으로선 두고두고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습니다. 그 아쉬움이라는 것은 실력에선 뒤지지만 행운의 여신이 끝까지 기회를 줬는데도 불구하고 상대가 차려준 밥상을 어이없게 걷어차 버렸다는 것에서 연유하겠지요. 1차전도 그렇지만 2차전 역시 경기 내용에선 두산의 압승이었습니다.

실력만으로 보자면, 그리고 준PO전 2패후 3연승이라는 신바람을 안고 올라온 두산의 분위기로 봐서도 삼성이 2차전까지 철저히 밀린 경기였습니다. 1차전 박한이의 홈런이 없었다면 삼성은 속절없이 PO 3연패로 물러날 수도 있었습니다. 2차전에서도 완벽하게 두산 선발 히메네스에 막혀 있다 9회말 상대 수비의 실책으로 역전 챤스를 맞았지만 1사 2,3루 상황에서 타석에 나선 채상병과 김상수의 타격이 정말 아쉬웠습니다.


특히 분명 좋은 공으로 승부하지 않을 것이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무리한 큰 스윙으로 삼진을 당한 채상병은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그 상황에서는 최소한 외야 플라이로 동점을 만들거나 스트라이크죤을 좁혀 볼넷을 얻어나가는 영리함이 필요했지만, 결국은 운이 그기까지 였다고 봐야겠지요. 결국 2차전 결과는 이길 팀이 이긴 것으로 봐야 합니다.

삼성으로선 앞으로가 더 문제입니다. 장원삼 - 차우찬 - 배영수로 이어질 것이라던 당초 예상과 달리 1차전 차우찬, 2차전 배영수로 이어진 삼성 선발진은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두산과의 잠실 경기에 특별히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점 때문에 장원삼을 3차전으로 돌렸다는 얘기가 있는데 내일 경기 결과가 어찌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봐 집니다. 일종의 변칙인데요, 투수력의 우위에 서 있는 삼성이 왜 정공법을 택하지 않았는지 이해가 가질 않네요.


타선의 슬럼프는 사뭇 심각한 수준입니다. 땜빵 선발이었던 홍상삼에 이어 2차전 히메네스 까지 제대로 공력을 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히메네스야 페난트레이스에서도 삼성 타자들에 강한 면을 보였다고는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앞두고서까지도 공략법을 강구하지 못했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3차전에는 김선우가 나올 것 같은데 이 경기 역시 힘든 승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시당초 삼성의 3연승 내지는 못해도 3승 1패를 예상했었는데 막상 두껑을 열어보니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기고 지는 것도 문제지만 경기 내용이 더 문제입니다.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수많은 야구팬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가을잔치에 걸맞는 수준높은 야구를 삼성 선수들에게 주문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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