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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언제까지 '박진만'이어야 하는가

by 푸른가람 2009. 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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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대표팀 유격수 자리가 불안하다. 예상치 못했던 부상 암초에 걸렸다. 특히 각종 세계대회때마다 유격수 자리를 든든히 지켜주던 터줏대감 박진만의 부상 상태가 심상치 않다. 박진만은 어깨 통증 탓에 제대로된 송구를 할 수 없다. 박기혁도 불의의 옆구리 부상으로 정상컨디션이 아니다. 박진만, 박기혁 카드를 뽑아들었던 김인식감독으로선 속이 까맣게 타들어갈만도 하다.

유격수 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점점 힘을 얻어가고 있음은 당연하다. 수비라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포지션이 바로 유격수 자리다. 애시당초 박기혁은 수비보다는 공격력을 고려한 선발이었다. 그만큼 박진만에 거는 코칭스탭의 기대가 컸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까지 박진만에만 메달릴 수는 없는 일이다. 얼마전 박진만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생이 너무 무겁다"라는 말로 괴로운 심정을 토로한 바 있다. 어깨가 정상이 아니라 자연스레 엔트리에서 제외될 줄로만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못했고, 박진만에 대한 믿음은 절대적인 수준이었다.

김인식감독은 로스터 한자리를 포기하더라도 박진만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그리고 몸상태가 회복되기를 기다려보겠다는 입장이다. 야구팬들은 이해할 수 없다. 믿음이 지나치다는 반응이다.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박진만에게 그 무거운 책임을 떠넘길 수는 없다. 제2회 WBC대회가 개막하는 3월초까지 무작정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또한 대체할 만한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니다. 현 대표팀 엔트리에서는 정근우와 최정이 후보로 꼽힌다. 정근우야 원래 2루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소화해왔고, 최정에게도 유격수 수비훈련을 시키고 있다. 대표팀 밖으로 눈을 돌리면 손시헌이라는 쓸만한 재목이 있다. 수비만 놓고 본다면 손시헌 역시 박진만에 뒤질게 없다.

그런데도 여전히 김인식감독의 믿음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매일 박진만의 몸상태를 점검하며 하루라도 빨리 부상에서 회복되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선수에 대한 감독의 믿음이 나쁜 것은 아니다. 과거 김응룡감독이 선동열에게 걸었던 믿음 역시 절대적인 것이었다. 현 대표팀에 있어 박진만의 비중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그러나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더 많을 것 같다. 박진만도 흐르는 세월을 거스를 수는 없다. 기량이 예전 전성기만 못하다는 평가가 그냥 나온게 아니다. 야구대표팀도 포스트 박진만을 준비해야만 한다. 어찌 보면 이미 실기했다고 볼 수도 있을만큼 '대표팀 유격수 = 박진만'이라는 공식이 너무 오래 지배해왔다.  지금껏 수고한 박진만에게 이제 그만 휴식을 주자. 미덥지 못할지라도 손시헌이든 그 누구든 믿고 한번 맡겨보자. 그것이 한국야구의 발전을 위해서는 더 좋은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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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2/14 - [야구, 野球, Baseball] - 박진만 부상소식에 김인식감독의 시름이 깊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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