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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김병현 '여권 해프닝' 아쉽다

by 푸른가람 2009. 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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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분실 해프닝으로 모든 것이 끝났다. 한때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김병현은 한순간 동네야구 선수에 3류 코미디언으로 전락했다. 김병현이 자신의 팬카페에 직접 남긴 글에서 남긴 표현이다. 2월15일 WBC 대표팀의 하와이 전지훈련 출국에 맞춰 불거진 김병현의 돌출행동이 또한번 야구판을 발칵 뒤집어 놓은 셈이다.

당초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은 김병현이 여권을 분실해 대표팀 전지훈련 참가가 곤란한 상황이며, 이로 인해 대표팀에서도 탈락하게 됐다는 얘기였다.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인다면 이는 말그대로 전대미문의 코미디가 아닐 수 없다. 대표팀에 발탁돼 전지훈련을 떠나는 선수가 여권 하나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것은 선수의 기량 이전에 인성의 문제라는 지적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의 언론 논조가 그러했다.김병현의 표현처럼 동네야구 선수, 삼류 코미디언이 됐다. 김성근감독은 한걸음 더 나아가 태극기를 우습게 본 작태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일부 언론들은 과거 김병현의 행적까지 들춰내며 '국보급 객기'를 일삼는 정신병자로 몰았다.

그들의 비난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김병현은 스스로도 인정했듯 욕먹을 짓(?)을 했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을 사고를 친 것이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과거의 기행까지 일일이 들춰내며 이번 사건과 결부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김병현의 대표팀 탈락을 단순히 '여권 분실' 탓으로만 돌리는 것도 무리가 있다. 만약 여권 분실만이 사유가 되었다면 그것이야 말로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대표팀 김인식감독이 "계속 연락이 되지 않았고, 부상까지 겹쳤다. 운이 안맞은 것"이라고 밝혔듯 그의 엔트리 탈락은 여권 분실이라는 표면적 이유보단 부상에 따른 컨디션 저하가 가장 큰 원인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원인이 무엇이든 지금처럼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을 수 있었다는 데 아쉬움이 크다. 무엇보다 소통의 부재가 아쉽다. 김병현은 오랜기간 무적선수로 지내왔다. 훈련도 혼자서 해왔다. 그의 몸상태가 어떤지, 어느 정도의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그 어느 누구도 확인하지 못했다. 김병현 자신도 하와이 전지훈련에 참가해 최종적인 점검을 받고자 했지만 결국 그럴 기회마저 주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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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의 대처 역시 문제가 많았다. 대표팀으로 선발된 선수에 대한 관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김병현이 MBC와 가진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 사실이라면 KBO는 애시당초 김병현에 대한 기대가 없었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 누가 진실을 얘기하는 것인지 확인은 곤란하지만 KBO가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김병현은 대회 참가 의사를 다시 밝혔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김인식감독 역시 "부상선수 대체의 경우가 아니라면 그의 합류는 어려울 것"이라며 대표팀 탈락을 기정사실화하고 선을 분명히 그은 상태다. 야구계와 팬들의 시선 역시 곱지 못하다. 김병현 역시 팬카페에 남긴 글에서 현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이렇게 일단락되겠지만 처세에 어리석었고, 야구밖에 몰랐던 김병현의 야구인생은 허무하게 끝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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