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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일본에 뺨맞고, 중국에 화풀이하다

by 푸른가람 2009. 3.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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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대표팀이 복병 중국을 완파하며 제2회 WBC 제2라운드 진출권을 획득했다. 최종 스코어는 14:0 7회 콜드게임승. 당초 힘든 경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던 예상은 기우에 불과했다. 일본, 대만과의 경기에서 전력을 쏟아부었던 탓인지 중국은 제대로 된 저항 한번 못해보고 한국에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다. 한국으로선 일본에 뺨맞고 중국에 화풀이한 격이었다.

오늘 승리의 일등공신은 역시 윤석민이었다. 전날 일본전 콜드게임패로 팀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는 상태였다. 가능성은 낮지만 중국에 발목이라도 잡히는 날엔 더이상 손쓸 도리가 없는 부담스러운 경기에 선발등판해 무려 6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았다. 20명의 타자를 맞이해 4개의 탈삼진을 솎아냈고 안타는 단 2개만을 허용한 무실점 피칭이었다. 컨디션 점검을 위해 7회 마운드에 오른 정대현과 임창용도 합격점을 받아 내일 일본전 투수진 운용에 숨통이 트였다. 

공격에선 이대호 대신 3루수로 선발 출장한 이범호의 홈런이 빛났다. 이범호는 팀이 2:0으로 근소한 우위를 지켜나가던 4회말 공격에서 좌측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으로 김인식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중국 선발 순쿼치앙의 노련한 피칭에 말려들던 상황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한방을 터뜨린 것이다. 강한 인상을 남긴 덕분에 내일 일본전에서도 3루 자리는 이범호의 몫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2개의 안타만을 기록할 정도로 타선이 한국 투수진에 꽁꽁 묶인데다 고비때마다 수비진의 실책으로 추격의지를 꺾을 수 밖에 없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시아 정상권에 도전하기엔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이 노출됐다.

다 좋았지만 굳이 오늘 경기 옥의 티를 지적하자면 박경완의 부진을 들 수 있겠다. 빼어난 투수리드로 정평이 나 있는 박경완은 일본전 투수리드에 많은 문제를 노출한 데 이어, 공격과 베이스러닝에서도 여전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강민호 외에 대안이 없는 안방마님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내일 일본전 승리도 기대하기 어렵다.

김인식감독은 일본과의 1,2위 결정전 선발투수로 봉중근을 예고했다. 어차피 투구수 제한이 있는 WBC 1라운드에서 선발투수의 의미는 그리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오늘 경기에서 컨디션 점검을 마친 정대현과 임창용은 물론, 대만전 선발투수였던 류현진을 비롯한 모든 투수들에게 대기령이 떨어진 상태다.

이제 다시 한번 일본과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다. 어이없는 콜드게임패로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던 한국야구가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챤스인 셈이다. 모든 전력을 쏟아붓는 후회없는 한판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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