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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KBO 낙하산 총재, 피할 수 없는 숙명인가

by 푸른가람 2008.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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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인들과 팬들의 기대가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그야말로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유영구 명지의료재단 이사장이 KBO 총재직 고사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그는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단이 16일 오전 조찬 간담회에서 만장일치로 차기 KBO 수장으로 추대했던 인물이었다. 유 이사장이 고사하는 제스쳐를 취하긴 했지만 정치권의 외압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 일이다.  또한번 프로야구계가 정치권에서 투하한 낙하산 인사를 수장으로 모셔야 하는 서글픈 운명에 처했다.

당초 8개구단 사장단들의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해 보였다. 이번에야 말로 정치권 인사가 아닌 진정 야구를 사랑하고, 야구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인물을 KBO 총재로 추대하겠다고 했다. 그 적임자로 유영구 이사장이 선택되었고, 서둘러 이를 발표하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끈하고 나섰다. '절차상의 문제'를 두고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총재 추대를 앞두고 주무부처인 문광부와의 '사전협의'가 없었다는 불만이었다.

충분히 이해할만하다. 어느 정도 예견된 부분이기도 하다. 그 말이 타당하다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몽니'가 이해된다는 얘기일 뿐이다. MB정부가 들어사자마자 공기업, 공사는 물론 정부 산하기관 단체장들이 줄줄이 사표를 써야 했다. 법으로 보장된 임기가 아직 한참 남아있어도 정권 고위층은 용납치 않았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밥줄을 놓고 있던 자기식구 밥그릇 챙기기에 혈안이 된 그들에게 법도, 정당한 절차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 마당에 KBO라고 뾰족한 방법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역대 KBO 총재들의 면모를 보면 이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10명의 역대 총재 가운데 박용오 총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치권 인사들이었다. 그리 적지않은 연봉이 보장된데다 국내 프로스포츠중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어 체면치레하기에 적당한 자리라고 인식된 까닭이다. 그 자리에 걸맞는 역할을 해줬다면 다행이었겠지만 불행히도 그들은 프로야구의 발전에는 전혀 보탬이 되지 못했다. 몇몇은 비리 사건에 연루되어 불명예스럽게 물러나기도 했다.

이런 과거가 있기에 이번만은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를 막아보겠다는 것이었다. 할일이 태산같다. 야구계가 풀어야할 숙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다시 능력도 없고, 의지도 없이 그저 보장된 임기동안 누릴 것만 누리고 가려는 총재를 반가워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현재 총재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정치권 인사는 박종웅 전의원,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다 결정된 것처럼 보였던 KBO 총재 추대문제는 원점으로 돌아왔다. 이사회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당초 의지대로 야구계가 필요로 하는 인물을 새로운 총재로 추대할 것인지, 정치권의 압력에 또한번 굴복해 낙하산으로 내려온 수장을 모실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선택에 따른 책임은 실로 막중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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