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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野球·Baseball

'한지붕 두가족' 두산 vs LG의 2009년이 궁금하다

by 푸른가람 2008. 1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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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서울 라이벌 두산과 LG를 두고 하는 얘기다. 한팀이 잔칫집 분위기라면, 한팀은 초상집이다. 두산은 완전 패닉 상태다. 구단고 그렇고, 감독도 그렇고, 팬들은 뿔까지 단단히 났다. '한지붕 두가족'의 살림살이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2008년 겨울이다.

2008년 페난트레이스에서 46승80패의 처참한 성적으로 승률 4할에도 턱걸이하지 못한 꼴지팀 LG. 신생팀 현대를 단기간에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이끌었던 명장 김재박감독을 영입하며 명가재건에 나섰던 LG로서는 충격적인 성적표였다. 과거 같았으면 찬바람이 불었을 법도 하지만 LG 최고위층의 생각은 달랐다. 더구나 요즘같이 경기도 어려운 시기에 오히려 공격적 마케팅에 나섰다. 무려 100억원에 달하는 총알을 마련해 김재박감독 살리기에 나섰다.

FA시장에서 대어급인 이진영(SK)와 정성훈(히어로즈) 영입에 성공하며 전력보강에 나섰다. 내외야수비 모두 한결 탄탄해졌다. 타선의 응집력도 강해졌다. 당장 내년 시즌 LG가 상위권 도약을 예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LG의 욕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야구인생의 마지막 불꽃을 친정팀 LG에서 불태우고 싶어했던 박종호, 아직 효용가치가 충분한 롯데의 박지철까지 불러 들였다. 감독 계약 마지막해인 김재박감독을 위한 배려였다. 이젠 정말 해볼만한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LG의 2009년 성적이 기대되는 이유다.

반면 두산의 상황은 무척 암울하다. FA시장에 나섰던 이혜천과 홍성흔 모두 팀을 떠났다. 이혜천이야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지만 홍성흔의 롯데 이적은 충격적이다. 포수 포지션문제를 둘러싸고 불화가 있었지만 홍성흔도 그 어느해보다 열심히 한 한해였다. 성적도 뛰어났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으로 팀을 한국시리즈에까지 올려놨다. 어느정도 줄다리기가 있긴 하겠지만 두산 잔류 쪽에 무게가 실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결과는 전혀 예상밖이었다. 홍성흔은 전격적으로 롯데와 계약하며 정들었던 두산을 떠나게 됐다. 김동주도 여전히 일본행에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금액을 낮춰서라도 '큰 무대'에서 뛰어보고 싶다고 한다. 영원한 두산맨 안경현도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 마당에 팀을 이꿀어줘야 할 리더마저 두산을 떠나 버렸다.

구단과 김경문감독은 또 어떻게든 팀분위기를 추스려 내년 시즌에 대비해야 할 것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하다. 한국시리즈가 끝났을 때만 해도 아쉬움 속에 내년 시즌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조금 더 보완하면 우승에도 도전할 수 있으리라 기대도 했다. 그러나 그 기대는 불과 몇달만에 물거품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김경문감독조차도 내년은 리빌딩에 치중해야 할 상황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 내막이야 어찌됐든 두산팬들의 충격과 분노는 상상 이상이다.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줄줄이 팀을 떠나고 있다. 내년 시즌 성적이 문제가 아니다. 야구볼 맛이 나지 않는다. 팬들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물론 기쁜 일이겠지만, 그 기쁜 자리에 십수년을 함께 동고동락했던 그들의 오랜 프랜차이즈 스타들이 없다면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구단의 대응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한다. 2년전에도 FA 박명환을 라이벌 LG에 허무하게 내주고도 전혀 달라진게 없다 한다.

물론 현장과 팬들의 시각차는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선수에 대한 평가도 프런트에서 보는 것이 더 정확할 지 모른다. 또한 그들의 평가는 다분히 경제적 관점이 우선할 수 밖에 없다. 다음해 어느 정도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까에 따라 연봉이 책정될 것이다. 한해 두해 나이들어 가는 노장선수들의 기량에는 한계가 존재한다. 분명 어느 시점에선 존재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때가 올 것이다. 그러나 그 존재가치를 선수들의 육체적 능력, 야구기량만으로 평가해서는 안된다. 프로야구에는 그것을 제외하고도 수많은 '가치'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두산팬들의 이번 겨울은 유난히 더 추울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2009년 두산과 LG의 행보가 무척 궁금해진다. LG는 과연 투자한만큼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 것인가? 두산은 팬들도 떠나고, 성적마저 바닥을 헤매게 될 것인가? 세상일이 그저 드러나는 면만으로 결정되지 않듯,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듯 이 두팀의 내년도 변화무쌍할 것으로 보인다. 두산팬들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어쨌든 밖에서 지켜보는 입장에선 흥미진진한 일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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