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삼성의 야구 트렌드가 강강약약이라고 합니다. 강팀을 만나서는 선전을 펼치지만 약팀에게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부쳐진 이름입니다. 상승세를 타고 있던 5월초 롯데를 만나 충격의 2연패를 당하며 하락세를 자초하더니 17일 최하위권에 내려가 있는 한화를 만나서도 초반 고전을 펼쳤습니다.
양팀은 젊은 좌완 선발을 내세우며 맞대결을 펼쳤습니다. 한화는 루키 황준서, 삼성은 불펜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승현이 명품 투수전을 펼치며 금요일 만원관중을 기록한 삼성라이온즈파크를 뜨겁게 달궜습니다. 한화가 1회 페라자의 솔로홈런으로 앞서나가자 삼성은 2회말 반격에서 거포 유격수 이재현이 황준서를 상대로 동점포를 쏘아 올리며 경기를 살얼음판의 박빙 모드로 이어갔습니다.
팽팽한 동점을 이어가던 경기는 5회말 ‘아시아의 전완근’ 이성규의 큼지막한 역전 2점홈런이 터지며 일순간에 뒤바꼈습니다. 영혼의 단짝 김헌곤의 2루타로 추가 득점에 성공한 삼성은 4-1, 석 점 차 넉넉한 리드를 잡았고 이후 추가 득점에 성공하며 경기 분위기는 홈팀 삼성쪽으로 급격하게 기울었습니다.
전날 많은 공을 뿌렸던 오승환에게 휴식을 주기에 충분한 리드였습니다. 선발 이승현이 5이닝을 책임졌고 이후 필승조 김태훈과 임창민이 각각 1이닝씩을 삭제했습니다. 문제는 8회부터 시작됐습니다. 여유있는 점수 차 때문이었는지 마운드에 오른 불펜진이 집중력이 떨어진 모습으로 부진한 피칭을 이어갔습니다.
우완 이승현이 8회를 1실점으로 틀어막고 마운드를 내려가자 9회초 박진만 감독은 좌타자 문현빈을 상대로 최성훈을 기용했습니다만 완전한 실패였습니다. 문현빈에게 뜬금 없는 솔로포를 맞으며 분위기가 어수선해졌습니다. 최하늘이 바로 등판해서 대타 황영묵을 범타로 잡으며 급한 불을 껐지만 김태연에게 안타를 내주며 한화에게 추격의 여지를 남깁니다.
의도치 않게 세이브 기회가 생기자 삼성 덕아웃은 전가의 보도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립니다. 전날 SSG전에서 8회말 2사 상황부터 마운드에 올라 1과 1/3이닝 동안 29개의 공을 뿌렸던 82년생 마무리 투수에게는 아무래도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등판이었습니다. 최성훈과 최하늘이 넉넉한 점수 차에 걸맞게 좀 더 안정적인 피칭으로 1이닝을 소화해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최하늘을 믿고 길게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래도 이날 경기에서 선제 솔로홈런을 쳤던 페라자와 거포 노시환, 안치홍으로 이어지는 한화 중심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박진만 감독은 역시 믿음이 가는 마무리 투수에게 마음이 기울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추측을 해봅니다만 불안한 선택이었습니다.
벤치의 바람에도 불구하고 오승환은 제구 난조로 타자들을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지 못하며 끌려 갔습니다. 페라자에게 2루타, 노시환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만루 위기를 자초한 오승환은 안치홍에게 희생플라이를 내주며 실점했고, 대타 박상언에게도 다시 볼넷을 내주며 또 한번의 역전 만루위기까지 맞습니다. 세이브 1위에 걸맞는 모습은 결코 아니었습니다.
고맙게도 한화 이도윤이 제구가 흔들리는 오승환을 도와주며 마지막 타구가 삼성 좌익수 구자욱의 글러브에 들어가며 길었던 경기는 삼성의 7-5, 두 점 차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결과가 좋으니 좋은 거 아니냐는 이야기도 있지만, 이 경기는 박진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탭들이 복기하며 반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쉽게 마무리해야 할 경기를 꼬이게 만든 책임이 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덕아웃에서 환하게 웃는 얼굴로 하이파이브 하는 감독의 모습에서 과거 정현욱의 “웃음이 나오냐”며 정색하던 장면이 오버랩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쉬웠던 부분을 꼽자면 1. 선발 이승현이 좀 더 긴 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는 점 2. 전날 29개의 공을 뿌렸던 오승환에게 불필요한 연투를 시킨 점 3. 타격에 이어 투수 리드에서도 만족감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강민호 4. 이성규의 부상 우려 5. 상대에게 추격의 여지를 내 준 불펜투수들 이 정도가 되겠네요. 덕아웃도 조금 더 탄탄하게 경기 운영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번 롯데전에서도 초반 5점차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결국 1점차 역전패를 당하며 하락세를 탔었는데, 하위팀과의 경기에서는 특히 집중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야구·野球·Baseball'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옛날야구 그때를 아십니까] 1985년 한국시리즈의 아픈 기억 (1) | 2024.06.09 |
---|---|
[옛날야구 그때를 아십니까] 1999년 플레이오프 7차전 (0) | 2024.06.09 |
[삼성 vs 키움_240530] 레예스 7이닝 무실점 & 이성규 쐐기포, 삼성 연패 탈출 일등 공신 (32) | 2024.05.31 |
[삼성 vs 롯데 7차전] 유강남, 박승욱 홈런포에 무너진 김재윤 (0) | 2024.05.25 |
불안요소 가득한 삼성, SSG 잡고 반등할 수 있을까 (0) | 2024.05.16 |
[삼성 vs 롯데 4차전] 꼴찌 롯데에 무너진 LOCKK 불펜, 문제는 코너 (84) | 2024.05.04 |
[삼성 vs 키움 4차전] 코너의 생명연장投, 이재현의 타격감 회복 반갑다 (1) | 2024.04.28 |
[삼성 vs 한화 3차전] 이재현 홈런, 김지찬 빠른 발로 승부 뒤집었다 (338) | 2024.04.21 |
성급했던 강한울, 김성윤의 1군 콜업, 코너 시볼드의 시간은 길지 않다 (983) | 2024.04.21 |
ABS가 아니라 심판이 문제였다 (7645) | 2024.04.15 |
댓글